벤츠 타고 떡볶이 배달?...나도 한번 해볼까
코로나에 작년 배달시장 44% 급성장
일반인 배달원 5개월만에 6만명 몰려
배민커넥트 수입 시간당 1만5000원
용돈벌이 vs 생계 내몰린 자영업자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 모씨(40)는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한 떡볶이를 받다가 깜짝 놀랐다. 자동차 배달을 온 배달원이 벤츠 S클래스에서 내리는 걸 봤기 때문이다. 배달원은 중년 여성이었다. 김씨는 "주변에서 소일거리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직접 보니 새로웠다"며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싶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음식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직접 배달원으로 활동하는 일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부부터 회사원, 학생까지 자기 차, 자전거, 전동 킥보드, 도보로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 그러나 일반인 배달 열풍 이면에는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위해 배달에 뛰어들었다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어떻게 하나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은 전업 라이더 외에 일반인도 배달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배민커넥트, 쿠팡이츠는 쿠리어라고 부른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일반인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를 론칭했다. 이들은 대부분 회사원이나 주부, 학생으로 'N잡러'라고 불린다. 운송 수단은 크게 도보, 자전거, 전동 킥보드다. 여기에 쿠팡이츠는 자동차를 추가했다.
수입은 운송 수단이나 수요에 따라 달라진다. 배민커넥트의 경우 도보 1㎞ 기준 한 건당 3000원 안팎의 배달비를 벌 수 있다. 여기에 0.5㎞씩 거리가 추가될 때마다 500원가량이 추가된다. 자전거나 자동차 경우 거리가 늘어나는 대신 500~1000원이 더 붙는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지난해 4~5월 배민커넥터의 시간당 평균 수입은 1만5000원이다. 회사원 현 모씨(32)는 "자전거로 1시간에 3건의 배달을 수행하면 1만원 이상은 번다"고 말했다.
누가 하나
일반인 배달원이 늘어난 건 전체 음식 배달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을 통한 음식배달 거래액(음식가격+ 배달비)은 20조1005억원으로 전년(14조36억원)대비 43.5% 증가했다. 배민커넥트 가입자 수는 약 5만명에 달한다. 이 중 주기적으로 배달을 수행하는 배달원은 1만명 수준이다. 지난해 8월 론칭한 우딜은 일반인 배달원 모집 5개월 만에 6만명의 가입자가 몰렸다.
특히 올해 초 폭설로 배달 단가가 건당 2만원까지 오르면서 일반인 배달원 수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배달 노동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벤츠와 BMW, 테슬라 등 고급 외제차로 배달을 수행하는 사례가 화제다. 쿠팡이츠는 운송수단 등록 시 차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다만 노란색 번호판을 단 화물차와 택시 등 영업용 차량으로 배달을 하다 적발될 시에는 계정이 정지될 수 있다. 한 라이더는 "3000만원대 이륜차인 혼다 골드윙으로 배달을 하는 분도 봤다"며 "운동 겸 배달을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로인해 배달 음식수요가늘면서 서울 시내 곳곳에 배달 업체를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다. .2021.04.23 [이충우기자]
왜 하나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좀 다르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매출이 감소하자 배달 전선에 뛰어든 사례가 대부분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 모씨(50)는 영업 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됐던 지난해 8월 가게 문을 닫고 배달을 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음식점과 카페, 헬스장 등을 운영하면서 큰돈을 벌던 사장님들이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뛰어든 곳이 배달"이라며 "외제차로 배달을 하는 절반은 아마 자영업자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노래방과 골프연습장, 비디오방의 휴폐업률은 1.77%로 업종 중 가장 피해가 컸다. 이는 전년 동기(1.05%)보다 0.72%포인트 높아진 규모다. 같은 기간 유흥주점의 경우 매출이 32%나 줄었다. 휴폐업률은 1.48%를 기록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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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진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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