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사업 삐걱!, 토지주들 "지장물조사 거부"...왜?

 

 

LH·공무원 투기 의혹에 발목잡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토지주, 지장물조사 거부 움직임

토지보상 지연 불가피

 

산업부 "토지보상 4분기까지 진행

전체 일정에는 차질없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문만 무성했던 공무원들의 반도체클러스터 땅 투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토지보상 거부 등 사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용인시는 지난달 30일 총 사업비 1조7903억원이 투입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개발계획을 고시하면서,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바 있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개발사업 조감도 한국건설신문 edited by kcontents

 

당초 용인시는 5월~6월 토지보상 계획공고를 낼 방침이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잇따른 공무원의 투기 의혹 등으로 토지주들이 토지보상을 위한 지장물조사를 거부하면서 토지보상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앞서 용인시는 지난달 18일 시청과 용인도시공사 직원 4817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6명이 해당 구역 내 토지거래를 했고, 이중 3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20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용인시 등에 따르면 용인도시공사는 지난 3월부터 지장물조사 등 토지보상에 착수했지만, LH사태와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이 겹치면서 토지보상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장물조사란 보상의 절차의 하나로서 사업시행자가 사업지구 내 토지, 시설, 물건 등에 대해 기본조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文대통령 ‘반도체 K벨트’ 토지보상부터 ‘삐걱’

당초 정부는 오는 5월~6월에 보상계획 공고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토지주들의 반발로 인해 공고가 늦어질 전망이다. 특히 연내 협의보상을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내년 상반기로 순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부지의 지형지질 검사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토지보상을 위해서는 부지의 암반 상황 등 지형지질 검사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지형지질 검사를 시작한 단계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언급한 ‘K-반도체 벨트 전략’이 시작부터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문제로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지가 워낙 넓고 지장물조사에도 시간이 걸리는데, 토지주들의 반발로 현장을 찾아가면 문을 열어주지 않는 사례가 매우 많다"며 "현재로서 4분기 착공이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지만, 실제 토지보상 협의문제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용인도시공사 관계자도 "당초 5월에는 토지보상 계획을 공고할 예정이었지만, 지장물 조사 거부로 인해, 조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연내 보상금 실입금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토지주 설득 밖에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도 용인시 원산면 일원 415만㎡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120조원을 투자해 팹 4개를 신설하고 월 최대 80만장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정부와 용인시의 행정절차는 모두 마무리 된 상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는 SK하이닉스가 이곳에 약 122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진 2018년 하반기부터 땅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2019년 3월 29일 사업부지로 원삼면이 확정되고 주민공람공고가 진행됐다. 하지만 사업예정지가 공람되지 2~3년전부터 토지이용계획 등이 담긴 도면이 부동산업계 등 시중에 나돌면서, 이 정보를 활용한 투기의획이 꾸준히 제기됐다.

 

용인시 "투기없다" 진화했지만, 토지주 "지장물조사 거부"

사업 추진으로 잠잠했던 공무원 투기설은 LH 사태와 경찰의 수사 등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경기도 투자진흥과에 근무했던 A씨는 재직 중이던 2018년 10월 자신의 아내가 대표로 있는 회사 명의로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 부지를 5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 8일 구속됐다. 이 땅은 반도체클러스터 개발 계획이 확정된 뒤 시세가 25억원 이상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소문으로 돌았던 공무원 투기가 현실화 된 것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투기 의혹이 확산하자, 용인시는 진화에 나섰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지난달 18일 "소속 공무원과 산하 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1차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6명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지와 인근 토지를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중 투기가 의심되는 3명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지난 8일에는 직원들의 가족 2769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대상지에 토지를 보유한 사람이 없다는 2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경기도 투자진흥과 팀장으로 재직 중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맞닿은 개발 예정지 바깥 토지를 자신의 가족 회사 명의로 매입해 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씨가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용인시반도체클러스터 연합비상대책위원회(이하 연합비대위)와 원삼주민통합대책위 등 토지주들은 시의 전수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삼주민통합대책위는 2017∼2019년 반도체클러스터 사업부지인 원삼면 일대 토지 거래명세 600건을 조사해, LH직원으로 의심되는 거래 내역 30건 등 200여건의 투기의심정황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LH 측은 "해당 사업부지가 LH 관할이 아니고,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높아 내부적으로는 감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책위는 토지 보상을 위한 지장물 조사를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용인시반도체클러스터 연합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나 용인시 등에서 토지주들에게 제대로 된 이주대책조차 제시해준게 없다"며 "내부적으로 토지주 60% 이상이 정부의 지장물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아직 감정평가 기관도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토지보상 계획이 공고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달 말 백군기 용인시장과 면담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고 시장도 사업 승인이 났으니, 토지주들의 입장을 더 들여다 보겠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LH 사태와 맞물려

토지주들의 불만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보상과 관련해 정부나 지자체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라면서 "토지보상이 4분기까지 진행되는 만큼 아직 토지보상 문제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체 일정이 지연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보상문제도 잘 마무리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비즈 세종=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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