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폐법(廢法)에 앞장서라 [추천시글]

 

민주당, 폐법(廢法)에 앞장서라

2021.04.14

 

4·7재보선에서 국민에게 크게 외면당한 민주당이 내년 3월 대선까지 의석수 180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고 국민 신뢰를 받으려면 남은 열한 달 동안 국회를 입법부(立法府)에서 ‘폐법부(廢法府)’로 바꾸는 데 앞장서야 할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법을 쓸데없이 많이 만들어 국민의 반발을 산 것이 패인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 정권의 야심작, ‘부동산 3법’이 우선 꼽힙니다. 이 법들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가 많이 올랐습니다. 종부세를 피하려고 집을 팔자니 양도소득세가 집 판 돈을 왕창 잘라먹습니다. 팔든 안 팔든 세금을 많이 내게 된 사람들이 민주당을 찍을 리가 없습니다. 보선 다음 날 퇴임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김종인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패인은 ‘세금의 정치’를 몰랐다는 거다. 세금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고, 무턱대고 부동산 투기 잡는다고 세금 올리고, 공시지가 올리고. 성추행에 세금 폭탄까지 터졌으니 질 수밖에”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의원 중에서도 비슷한 말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정청래인데요, 그는 9일 자기 SNS에서 “민주당 참패는 세금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종부세, 1인 가구 세금, 2주택자에 대한 문제 등에 섬세한 손질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종부세 대상을 최소한 9억에서 12억~15억으로, 1주택 재산세 인하, 2주택자의 경우 투기목적인지 아닌지 구별해서 과세해야 한다”라고 썼습니다. 성급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정청래의 이 말을 보고 민주당에도 “이제는 입법보다 폐법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꽤 있을 거라고 믿게 됐습니다. 정청래는 ‘탈 많고 털 많은’ 김어준만큼 말 안 되는 말을 많이 해서 나에게는 ‘국민밉상’이었거든요.

 

​정청래가 임대차 3법과 관련해서는 왜 말이 없나 궁금합니다. 종부세나 양도세, 재산세는 집 있는 사람이 걱정하지만, 임대차 3법은 집 없는 사람들을 울렸잖아요.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민주당 동료인 박주민이 자신들 집을 세놓으면서 임대료를 크게 올린 게 들통난 탓에 표 잃은 걸 정청래가 까먹었나 싶습니다.

 

​부동산 관련 법만 손봐서는 민주당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5·18 역사왜곡금지법, 대북전단금지법 등등도 살펴봐야 할 법들입니다. 이 법들 모두가 정말로 국민 다수의 의사를 반영해서 만들어진 것인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헌재가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음에도 공수처법이 정말 필요했는가라는 의구심은 여전하며, 최근에는 공수처장 김진욱이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을 조사하면서 특별대우를 했다는 정황까지 밝혀져 공수처 출범에 비웃음이 쏟아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민주당을 눈도 안 깜빡이고 거짓말을 전문으로 하는 정당으로 각인시킨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이 법을 만들어도 비례대표 후보자는 내지 않겠다고 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후보자를 냈기 때문입니다. 5·18역사왜곡금지법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대북전단규제법은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는 이 정권이 정작 북한 주민의 인권은 외면한다는 이유로 국내·외에서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모두 폐지하거나 크게 고쳐서 대선에 임하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과연 이런 데까지 생각이 미칠까? 아닐 것 같습니다. 이 사람들은 걸핏하면 법을 만들어 사람들을 옥죄려 하거나, 국민 전체가 아니라 자기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법을 만드는 데 골몰해왔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나오는 걸 막으려고 검찰총장을 그만둔 후 몇 년 간은 공직 출마를 금지하는 ‘윤석열 금지법’을 발의한 것(아, 이건 열린민주당 의원 최강욱이 발의했군요. 하지만 열린민주당도 민주당이니까 뭐…)과 민주당 고참 의원 설훈 등등이 민주화운동 관련자들과 가족들에게 취업, 진학 등등에 특혜를 주는 법안(비슷한 게 많아 법안 이름이 헷갈림)을 발의했다가 철회한 것도 그런 사례로 꼽아도 무방할 겁니다. 설훈이 이 법안을 철회한 게 재보선에 악영향을 가져온다는 비판 때문이었으니, 법안 만든 속셈이 짐작됩니다.

 

​국회의원 평가 기준이 달라질 모양입니다. 지금은 법안을 누가 더 많이 발의했느냐가 기준인데, 이러다보니 깊은 생각 없이 법안을 발의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회사무처는 앞으로 발의 건수보다는 법안의 질로 평가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내일신문 3월 30일자.) 차제에, 쓸데없이 만든 법을 폐지하는 데, 즉 ‘폐법’에 앞장서는 의원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내리도록 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아, 기업인들은 이 글에 왜 기업활동을 규제하는 법률들은 언급하지 않았냐고 하시겠군요. 툭하면 뚝딱 만들어지는 수많은 특별법 모두가 법리와 상식에 부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도 안 하느냐고 하실 분도 많을 것 같고요. 이걸 어쩌나, 지금 여기에 써넣기에는 그런 게 너무 많아 다음 기회로 미루는 걸 용서해주시라고 말할 수밖에 없군요.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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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숭호

1978년 한국일보 입사, 사회부 경제부 기자와 여러 부서의 부장, 부국장을 지냈다. 코스카저널 논설주간, 뉴시스 논설고문, 신문윤리위원회 전문위원 등 역임. 매주 목요일 이투데이에 '금주의 키워드' 집필 중. 저서: '목사가 미웠다'(2003년), '트루먼, 진실한 대통령 진정한 리더십'(2015년)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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