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토지거래허가제 운명] 국토부장관 서울시장 누가 더 센가

 

 

"오세훈이 해제해도 변창흠이 재지정하면 그만" 

 

   서울시장이 바뀌었으니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시장이 바뀐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 만료일이 다가오는데다, 서울시장이 해제할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를 결정할 수 있는데다, 정치적인 셈법도 복잡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자료/ KBS 출처 좋은날 네이버블로그 edited by kcontents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강남구 대치동과 삼성동, 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내려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할 지 여부에 대해 부동산 시장 동향을 감안해 결정할 계획이다. 토지거래허가제도는 1년 단위로 연장되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6월 22일 강남구와 송파구의 4개 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5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토지거래계약에 관한 허가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또 국토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허가구역의 지정 사유가 없어졌다고 인정되거나 관계 시·도지사,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으로부터 받은 허가구역의 지정 해제 또는 축소 요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지체 없이 허가구역의 지정을 해제하거나 지정된 허가구역의 일부를 축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전역 약 14.4㎢ 면적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앞두고 투기수요 유입과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을 거래할 때 시·군·구청의 허가를 받은 뒤 매매하는 게 골자다. 주거·상업용지별로 땅의 목적에 맞게 이용할 때만 거래가 허가된다. 주거용지에 들어선 집을 살 경우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매매나 임대도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취득가액의 30%를 과태료로 낸다.

 

 

현재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오세훈 시장이 재연장하지 않고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다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울시와 국토부의 의견이 다를 경우 충돌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청담동, 대치동, 잠실동 일대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종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가 크게 위축되면서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받고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실제 서울시를 통해 이 지역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보면, 거래량이 현저히 줄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이후 10개월(작년 7월부터 올해 3월)간 대치동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42건으로, 규제 전 10개월 거래량(625건)보다 약 77.3% 줄었다.

 

삼성동은 178건으로, 같은기간(361건) 대비 약 50.7% 줄었다. 청담동은 86건으로 동기(243건) 대비 약 64.6% 감소했다. 잠실동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10개월 간 아파트 매매거래는 267건으로, 토지거래허가제 이전 10개월 거래량(826건)보다 약 67.7% 감소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옥상옥(屋上屋) 규제인데다 효과가 별로 없었던 만큼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대출 규제 및 취득세 강화, 재건축 실거주요건 강화 등 각종 규제 장치가 이미 충분해 예전과 같은 갭투자를 하지 못한다"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막지 못했고 국민에게 불편만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종료해야 한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이후 이 지역 일대 부동산 거래는 더 까다로워졌지만, 가격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면서 "정치적 결정은 배제하고 지난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 효과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하고,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현재 서울 주택 시장에 잠재돼있는 불안 요소를 감안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해온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재건축 시장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다 잠실 주공5단지, 은마아파트 등 대표적인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대상인 점을 감안하면 거래허가구역 해제로 투자 수요 유입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현재 주택 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재연장 하지 않는다면 투자수요의 유입으로 시장의 불안이 다시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나 서울시 입장에서도 이 지역들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해 집값이 크게 상승하는 등 시장 불안 조짐이 보일 경우에 대한 부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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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제

국토해양부장관이 투기억제를 위해 특정지역을 국토이용관리법상 토지 등의 거래규제구역으로 지정하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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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입장에서는 어느 결정을 하든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집값이 튀어오를 경우 ‘서울시의 해제 탓에 시장 불안이 다시 커졌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반대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할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오 시장이 이번에 강남구에서 얻은 득표율은 73.54%에 달했다.

 

 

오세훈 시장이 결국 국토부의 판단에 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해서는 (서울시보다) 국토교통부 장관의 권한이 더 위에 있기 때문에 서울시장이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심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주택 시장 안정화에 효력은 없었지만, 이를 풀었을 때는 ‘호재’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강남구의 집값 상승세가 다시 서울 전체 주택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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