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많고 탈 많은 ‘김어준 뉴스공장’ [추천시글]

 

 

털 많고 탈 많은 ‘김어준 뉴스공장’

2021.04.12

 

4·7 재보선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자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의 존폐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오 시장은 당선 전 인터뷰에서 ‘교통·생활정보 제공’이라는 TBS 설립취지에 맞게 방송을 운영할 것을 촉구하며 “김어준 씨가 계속 진행해도 좋다. 다만 교통정보를 제공하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씨를 당장 퇴출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김씨는 선거 다음 날 방송에서 TBS가 서울시장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돼 있는 구조임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는 “박원순 전 시장조차 방송 출연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며 “그 점(그동안 꼼꼼하게 독립된 구조를 만들어준 점)은 오 당선인에게 감사드린다”고 비꼬기까지 했습니다.

 

1990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출발한 TBS는 지난해 2월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로 독립했습니다. 수입의 70% 이상이 서울시 출연금이어서 시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예산 승인권을 쥔 서울시의회 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입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TBS 운영은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라며 “(예산 지원 중단·삭감안이 제출되면) 깊이 논의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하나마나한 말입니다.

 

 

2016년 9월 시작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서울 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청취자가 많습니다. 편파·왜곡도 1위입니다. ‘문재인 캠프 방송’이라는 말을 들은 건 오래됐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대놓고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편을 들었습니다. 김씨는 ‘조국 수호’를 비롯한 편파방송만이 아니라 ‘세월호 고의침몰설’, ‘선거 개표조작설’ ‘천안함 좌초설’ 같은 음모론과 가짜뉴스까지 퍼뜨렸습니다.

 

이 방송은 방송광고진흥공사 조사에서 경쟁 프로그램 중 유익성·신뢰성·중립성·시의성·흥미성 5개 항목 모두 최하위로 평가됐습니다. TBS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비방이나 비속어 사용 등으로 받은 제재 13건 중 10건이 ‘뉴스공장’ 해당 사항입니다.

 

​민주당 당권을 노리는 송영길 의원이 SNS에 “김어준,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우십니까? 이 공포를 이기는 힘은 우리의 투표입니다. 오직 박영선! 박영선입니다.”라고 썼지요? 이 말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비판처럼 “그의 눈에 들면 뜨고, 눈에 나면 죽는 것이 현 여당 현실”입니다. 그는 선전·선동의 영향력에서 문 대통령은 따라가지도 못할 권력자입니다.

 

​하긴 프로그램 이름부터가 공정방송과는 거리가 멉니다. 공장이란 ‘많은 사람들의 협동 작업에 의해 계속적으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일정한 고정적 시설을 설치한 장소’ 또는 ‘원료나 재료를 가공해 물건을 만들어 내는 설비를 갖춘 곳’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뉴스를 방송하는 게 아니라 가공해서 물건으로 만들어내려면 변형, 편집, 조작, 왜곡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민주당의 확성기’ 김어준은 단 한 번도 가짜뉴스 유포와 거짓말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음모론을 계속 유포함으로써 사회적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부메랑이 되는 걸 민주당 사람들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상소문 형식의 국민청원 글로 유명해진 ‘진인’ 조은산은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에서 △갈등과 분열의 정치 △극성 친문 세력 놀이터에 불과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과대평가 △국민 과소평가를 들었습니다. 그는 김어준에 대해 “털 많고 탈 많은 음모론자에 불과하다”면서 “그런 방송을 성지 순례하듯 찾아다니고 심지어 ‘그가 없는 아침이 두려운가’라는 헛소리까지 쏟아내는 여권 인사들과 박영선 후보는 중도층의 표를 발로 걷어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극성 친여 성향으로 유명한 정치시사 BJ 망치부인(52·본명 이경선)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8일 아프리카TV 개인 홈페이지에 띄운 공지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17% 이상 차이로 지거나 부산이 더블스코어로 지면 시사방송을 접겠다고 했는데, 18% 이상 차이로 오세훈이 이겼다”며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정권심판 민심을 이렇게나 못 읽은 것은 시사방송인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자인했습니다.

 

​그는 또 “오세훈이 좋아서 찍은 사람은 없다. 오세훈을 찍을 명분을 우리가 준 것”이라며 “특히 김어준 방송이 오세훈과 박형준에 대한 의혹을 전부 다 거짓말로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런데도 김어준은 반성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선거에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도 했습니다.

 

 

​김어준이 망치부인처럼 스스로 그만둘 리는 꿈에도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의 음모론과 가짜뉴스 유포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되자 음모론자들이 방송은 물론 SNS에서도 추방되고 있습니다. 언론 자유 보호와는 다른 측면의 이야기입니다. 김어준을 공영방송에 출연시키는 것은 세금으로 음모론을 지원하는 것과 같습니다. 서울시청 내부 익명 게시판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김어준 편파 정치방송인 교통방송에서 퇴출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온 것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TBS의 설립 목적에는 ‘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동등한 정보 접근 보장, 시민의 시정참여 확대, 문화예술 진흥‘ 등이 규정돼 있습니다. ’뉴스공장‘ 같은 시사방송도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설립 목적에 부합한다고 우길 게 뻔합니다. 그러니 억지로 퇴출하려 하지 말고 자중지란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볼 수도 있겠지요.

 

​망치부인의 방송에는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심판받은 선거다. 왜 졌는지 깨닫지 못하면 내년 대선, 지방선거, 그다음 총선까지 진다”는 글이 씌어 있었습니다. 김어준 퇴출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댓글을 통해 “냅둬요. 더 망하게. 아직 대선 남았잖아요”라며 “김어준의 역할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어준은 사실 민주당을 망하게 하는 x맨인지도 모릅니다.

 

 

​그는 사람이라기보다 어떤 불쾌한 것들의 덩어리나 지저분한 퇴적물인 것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라디오 방송이라서 모습을 안 봐도 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소리를 안 들으면 그만이니까요. 민주당과 대깨문들 사이에서 “김어준 너 땜에 망했어”라는 소리가 곧 커져갈 것 같습니다. ^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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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철순(任喆淳)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역임. 현재 미디어SR 주필,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한국기자상 삼성언론상 등 수상. 저서 ‘한국의 맹자 언론가 이율곡’, ‘손들지 않는 기자들’, ‘노래도 늙는구나’, ‘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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