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 아파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아파트 착공부터 완공까지
상전벽해(桑田碧海). 우리나라 도시에 가장 어울리는 사자성어일 듯싶다. 전국 어느 도시를 가든 나지막했던 건물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아파트들이 하늘 높이 치솟아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참으로 빨리 많이도 올렸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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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아파트 건설과정
대량 공급되는 아파트 공사의 특징
지난해 발표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무려 1129만호의 아파트가 있다. 전체 주택 1813만호의 무려 62.3%가 아파트인데, 여전히 계속해서 우리 주변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많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공사장을 한번도 못 본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를 공사할 때 높은 펜스를 쳐놓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떻게 아파트를 만드는지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한국인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파트가 한국에서 성공한 원인 중 하나는 주택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발맞춰 대량공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파트는 자동차나 TV 같이 대량생산되는 일반적인 공산품과는 사뭇 다른 생산방식을 가지고 있다.
아파트 건설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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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다른 제조업과 달리 현장에서 생산해야 하며, 지어지는 위치와 시기 등이 모두 제각각으로 통일할 수 없다. 또한 아파트 공사는 기후와 지질 등 외부 환경조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사고 위험성도 상시 대비해야 하며, 자재와 노무, 장비 등 신경 써야 할 생산요소도 많다. 이 때문에 아파트 공사는 생산 계획 및 관리가 가장 어려운 업종으로 구분되고 있다.
아파트의 공사기간은 건축 높이와 지하층 깊이, 기초 및 지반상태, 기후 및 지역여건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기후의 차이로 인해 수도권 등 중부지역은 남부지역보다 공사 불능일수가 2배 이상 많다. 바람이 많은 해안지역은 내륙지역보다 공사에 상당히 불리하다.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기준으로 지하 2층 및 지상 29층인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우리나라 민간건설사들은 평균 916일, LH는 984일, SH는 942일이 소요된다(LH 토지주택연구원, 『공동주택 건설공사의 품질확보를 위한 표준공사기간 산정기준 연구』 참조). 대략 전체 공사기간은 30~32개월 정도 걸리는 셈이다.
아파트 공사는 다양한 공종(공사 종류)으로 이뤄지는데 크게 터파기 및 기초공사까지를 첫 번째 묶음으로, 뼈대를 만드는 골조 공사를 그다음 묶음으로, 내외부를 치장해 마무리하는 마감 공사를 마지막 묶음으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자.
터파기 후 말뚝을 박는 기초공사로 시작
아파트는 착공한 다음 가장 먼저 가설공사를 하고 터파기 및 기초공사를 진행한다. 전체 공사 기간을 30개월이라 가정했을 때 대략 5분의 1의 기간인 6개월을 가설공사와 터파기 및 기초공사를 하는데 사용하다.
아파트 착공 후 가장 먼저 하는 ‘가설공사’는 공사에 필요한 일시적인 설비를 만드는 공사다. 현장사무실과 식당, 실험실 등을 만드는데, 공사 중 이동이 없어야 하며 특히 사무실은 공사의 진행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한다. 공사장 둘레에 가설 울타리를 설치하고, 공사장 내 임시도로를 만들며, 전기 및 수도 등을 인입해 연결한다. 가설공사는 아파트 완공 후, 없애는 임시시설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조립과 해체가 용이해야 한다.
참고로 본격적인 아파트 공사에 앞서 기존 건물이 있으면 철거를 하고, 높낮이가 다르면 땅을 평탄하게 고르는 부지정지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공사 기간은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건물을 짓기 위해 해당 대지의 경계를 확정 짓는 측량 작업과 지반조사는 설계 단계에서 진행하는데, 정밀한 파악을 위해 공사 준비 기간에 추가로 진행하기도 한다.
가설공사 다음 할 일은 ‘토공사’이다. 토공사는 아파트의 기초나 지하구조물 구축을 위해 실시하는 터파기 작업과 흙막이, 오·우수 관로 설치 작업으로, 굴삭기와 같은 중장비를 이용하는 공정이다. 공정 대부분이 흙(토사)의 처리 및 운반을 다루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토공사는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정확한 위치와 정확한 깊이를 준수해 땅을 파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건물 외곽선 위치를 표시한 ‘규준틀’과 높이 기준이 되는 ‘기준점’을 활용한다. 땅을 파기 전 상하수도 관로와 도시가스관 등 지하매설물과 전신주 등 지상 지장물을 모두 확인하고 이설 조치를 해야 한다.
토공사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서는 토질 상태 파악 및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땅속 지층의 구성, 성질, 지하수위 등을 고려해 파내려 가는데, 굴착면이 붕괴되지 않도록 흙막이 공사를 한다. 단단한 암반이 존재할 경우 화약을 사용한 발파공사를 진행한다.
토공사 다음 할 일은 구조물의 밑바닥을 튼튼하게 만드는 ‘기초공사’이다. 고층으로 올라가는 아파트를 지탱할 수 있도록 지면을 단단히 하는 공사인데, 기초공사가 부실할 경우에는 지반이 무너지거나 함몰되어 구조물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줄기초, 매트기초 등 다양한 기초공사 방식이 있는데 아파트는 상부의 무거운 하중을 견디기 위해 말뚝(파일, Pile)을 박아 땅 속 깊이 존재하는 견고한 지반까지 하중을 전달하는 파일기초를 많이 사용한다. 파일은 고강도 콘크리트로 만들어져있는데 마치 망치로 못을 박는 것처럼 항타기로 파일을 두들겨 수직으로 지면에 박아 넣는다.
지면에 파일을 박은 후 윗부분을 절단해 두부정리를 한 후, 버림 콘크리트(Subslab Concrete)를 5~10cm 두께로 타설한다. 버림 콘크리트는 바닥면을 고르고, 위에 타설되는 콘크리트가 땅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튼튼한 뼈대를 신속히 만드는 골조공사
골조공사는 아파트의 기둥과 벽, 바닥 등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공사다. 전체 공사기간을 30개월이라 가정했을 때 골조공사에는 대략 절반인 15개월이 소요된다.
아파트의 튼튼한 뼈대는 압축력이 강한 콘크리트를 인장력이 강한 철근으로 보강한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해 만든다. 철근 콘크리트는 철근을 촘촘히 조립한 후 모래와 물, 시멘트, 경화제를 섞은 콘크리트를 타설해 굳혀 만든다.
콘크리트를 타설한 후 콘크리트가 강도를 발현하여 자립할 시기까지 굳지 않는 콘크리트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필요한데, 이 형틀이 바로 거푸집(Form)이다. 거푸집을 통해 콘크리트는 정확한 형상과 치수를 유지하며, 단단히 굳기 위해 필요한 수분의 누출을 방지하고 외기 영향을 줄여줘 콘크리트가 적절한 양생 과정을 통해 강도가 발현된다.
아파트의 튼튼한 바닥 기초를 만드는 거푸집으로는 철재와 나무로 이뤄진 유로폼(Euro Form)을 많이 사용한다. 버림 콘크리트 위에 유로폼을 설치한 후 철근을 촘촘히 조립하고 고강도 콘크리트를 타설해 1m 정도 두꺼운 기초 바닥을 만들어 아파트 전체를 튼튼히 지탱한다.
아파트의 외벽을 만들 때는 반복적으로 층수를 높이며 철근콘트리트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외벽 거푸집으로는 갱폼(Gang Form)을 많이 사용한다. 갱폼은 거푸집의 설치와 해체 등을 위한 작업용 발판까지 일체로 제작하여 사용하는 대형 거푸집이다. 갱폼은 유로폼과 달리 각 층을 작업할 때마다 부재를 일일이 조립하고 해제할 필요 없이 타워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간단히 설치하고 해체할 수 있는 시스템화된 거푸집이다.
갱폼은 조립과 해체가 매우 간편하고, 크기가 커서 상층 작업대에서 거푸집 작업을 할 때 하층 작업대에서는 콘크리트 외벽을 매끈하게 마감하는 견출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공기 단축이 가능하다. 기준층 설치 후 반복사용이 가능해 매우 경제적이고, 별도의 외부 비계(가설 발판)를 설치할 필요없이 안전발판 일체형이어서 안전성이 뛰어나다. 아울러 갱폼으로 만들 콘크리트 벽체의 수평, 수직, 평탄도 등 품질도 더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 골조공사는 통상 6~7일마다 한 층씩 작업을 반복해서 진행하는데, 사이클 중 온전히 하루가 갱폼 인양 작업에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특히 고층으로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바람이 심해 타워크레인으로 갱폼을 인양하지 못해 공사가 지체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 때문에 타워크레인 도움 없이 유압펌프로 거푸집과 발판을 인양하는 ACS(Auto Climbing System)가 주목받고 있다. ACS 폼은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며 1층당 2~3시간 안에 인양이 가능한데, 비용이 높고 초기 설치시간이 많이 소용된다는 단점이 있어 40층 이상 고층으로 아파트를 올릴 때 주로 사용되고 있다.
아파트의 내부 벽면과 바닥슬래브 등을 만들 때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알폼(Aluminum Form)을 주로 사용한다. 알폼은 철제보다 강도는 약간 떨어지지만 훨씬 더 가벼우면서 여러 번 재사용이 가능해 인력으로 설치해야 하는 아파트 내부 형틀공사에 제격이다.
거푸집이 설치된 다음에는 그 안에 철근을 조립하는데, 철근과 철근 사의의 배근 간격 준수가 중요하다. 철근 길이는 운반 등 이유로 8m에 불과하기 때문에 철근 작업을 할 때는 이어서 사용해야 한다. 철근 이음은 큰 응력을 받는 곳은 피하고 엇갈려서 잇는 것이 원칙이다.
거푸집 안에 철근 배근이 끝난 후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진행한다. 타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콘크리트는 표면으로부터 내부 철근까지의 거리인 피복 두께이다. 피복이 두꺼워야 철근의 부식을 방지하면서 내구성이 확보되고, 화재시 철근의 온도 상승을 예방하여 내화성 확보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피복 두께를 바깥에 노출하는 외벽의 옥외 콘크리트는 40~60mm로, 실내 콘크리트는 20~40mm로 한다.
아파트는 높은 층으로 건설되기 때문에 골조공사 기간에 겨울을 겪는 경우가 발생한다. 문제는 콘크리트의 경우 기온이 일정온도 이하로 떨어지면 단단하게 굳지 않기 때문에 한중콘크리트로 시공해야 한다. 난로를 설치해 가열보온 양생을 실시하고, 개구부는 천막과 부직포 등을 이용하여 외기를 차단하여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공종 얽힌 마감 공사로 입주 준비 끝
골조공사 다음 진행하는 마감 공사는 아파트의 외부와 내부를 치장하여 마무리 하는 공사다. 전체 공사기간을 30개월이라 가정했을 때 마감 공사에는 대략 30%인 9개월이 소요된다.
아파트에서 마감 공사는 공종이 다양하며 단위세대마다 반복적으로 시공되기 때문에 인력과 자재를 적시 준비하고 배치해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선후행 작업 간에 간섭과 마찰 등이 발생 할 수 있어 작업의 효율적 진행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건설사마다 마감 공사를 관리하는 방식에 차이를 보이는데 적게는 10단계에서 많게는 22단계까지 나눠 관리하고 있다.
아파트의 내부 마감은 대부분 벽돌을 쌓는 조적공사에서 시작된다. 조적공사는 시멘트 벽돌을 쌓아 아파트 세대 내부의 벽체를 만드는 공사인데, 최근에는 벽돌 대신 경량벽체로 시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음으로 외벽 창호공사를 진행해 창틀을 설치하는데 유리는 나중에 끼우는 경우가 많다. 이후 물을 사용하는 욕실과 발코니 등에 방수공사와 타일 공사를 진행한다.
아파트의 온돌공사는 바닥 슬래브 위에 층간소음 완화를 위한 완충제를 깐 후 경량기포콘크리트 타설하고, 그 위에 난방 배관을 설치한 다음 시멘트 모르타르를 깔아 온돌을 만드는 순서로 진행한다. 그 다음에는 아파트 외벽의 페인트 도장 공사와 내부 벽면의 도배공사를 진행한다. 이후 드레스룸과 주방 등에 설치되는 가구공사와 바닥을 마감하는 마루 공사를 진행한다.
아파트의 내외부 마감과 병행해서 아파트 외부공간에서는 나무를 심고 휴게시설, 운동시설 등을 설치하는 조경공사가 진행된다. 다양한 내외부 마감공사가 끝나면 입주민을 맞이하기 위한 준공청소로 아파트의 모든 건설과정은 마무리된다.
아파트의 건설과정은 입주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해진 기간 안에 품질을 확보하면서 공사를 완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파트 개별공사에 사용되는 기술이 발전할 뿐만 아니라 세부 공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공정관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안전하고 경제적이면서 빠르게 아파트는 건설되고 있다.
김홍재 칼럼니스트 hongjai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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