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글] ‘한국의 과학’ 우표에 실린 과학기술인

 

 

‘한국의 과학’ 우표에 실린 과학기술인

2021.03.29

 

4월 21일은 '과학의 날'입니다. 1967년에 과학기술처가 발족된 날을 정부는 '과학의 날'로 정해 1968년부터 기념행사를 벌여왔습니다. 올해가 54회째입니다.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기념우표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 발행 예정 우표는 21건 80종으로 이번 ‘과학의 날’에는 조선의 천문과학을 주제로 ‘일성정시의’, ‘측우기’, ‘자격루’, ‘앙구일부’를 담은 4종의 우표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우표포털서비스(http://stamp.epost.go.kr)의 ‘우표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발행되어온 기념우표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 역사, 과학 등에 관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어 대중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발행된 기념우표는 ‘우리 위성 천리안’ 3종, ‘KAIST 개교 50주년’ 1종, ‘다시 찾은 소중한 문화유산’ 4종, ‘한국의 옛 건축(서원) 8종, ‘한국의 항공기’ 3종 등 5건으로 19종에 이르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의 날’에 즈음한 4월 10일 한국을 빛낸 명예로운 과학기술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의 과학’ 시리즈 우표가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묶음은 이론물리학자 이휘소, 나비 박사 석주명, 전기공학자 한만춘의 인물이 담긴 3종의 우표입니다<사진>.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 이론물리학부장을 지낸 이휘소 박사는 '게이지 이론의 재규격화', '힉스 입자‘ 발견 등으로 세계 이론물리학계를 선도한 이론물리학자로 노벨물리학상 반열에 오를 만큼 탁월한 과학자였지만, 1977년 미국에서 불의의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사망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사진> 2015년에 발행된 ‘한국의 과학’ 시리즈 우표 첫 번째 묶음.

국립과학박물관 동물학 연구부장을 지낸 석주명 박사는 75만 마리가 넘는 나비를 채집해 표본 조사 및 통계 분석을 실시하고, 한국산 나비에 대한 영문단행본을 발간해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켜준 세계적인 박물학자입니다. 전기공학자 한만춘은 전기공학 분야 개척으로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근대화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첫 시리즈 우표에 게재되었습니다.

 

 

2016년 ‘과학의 날’에 발행된 두 번째 묶음 우표에는 기계기술 장영실, 의학 허준, 이론화학 이태규 박사의 인물이 실려 있습니다.

 

장영실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를 비롯해 측우기, 물시계, 자격루, 혼천의 제작 업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선조와 광해군의 어의로 지낸 조선 중기의 의학자 허준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편찬 업적을 인정받아 선정되었습니다.

 

양자역학 연구가인 이태규 박사는 헨리 아이링과 함께 비뉴턴 유체에 대한 연구를 통해 ‘리-아이링 이론(Ree-Eyring theory)’을 발표하여 노벨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습니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 현대 화학의 기반을 구축하고 화학 분야의 기반을 마련한 공로로 과학자로는 처음으로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었습니다.

 

2017년 4월 27일에 발행된 세 번째 묶음 우표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국립과천과학관의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한 과학기술정책가 세종대왕, 화학무기 과학자 최무선, 유전육종학자 우장춘 박사가 선정되었습니다.

 

 

세종대왕은 역대 문화유산 중 최고로 꼽히는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장영실의 해시계, 물시계, 측우기 등의 발명 선도와 함께 조선 풍토에 맞는 농서인 ‘농사직설’ 편찬으로 우리나라의 과학전성기를 꽃피운 성군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무선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무신(武臣) 겸 정치가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화약 개발에 성공하였으며, 이를 통해 왜구 진압에 커다란 역할을 한 업적을 인정받아 선정되었습니다. 유전육종학자 우장춘 박사는 식량난 해결을 위한 작물 종(種)의 개량 업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김장배추로 이용되고 있는 속이 찬 배추와 강원도 감자, 제주도의 감귤 사업을 안착시킨 것도 우 박사의 업적입니다.

 

2018년에 발행된 네 번째 묶음 우표에는 지리학자 김정호, 과학기술자 이천, 과학기술행정가 최형섭의 인물이 실려 있습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 지리학자로 전통 지도학을 집대성한 김정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편찬 업적으로, 무관출신 과학기술자인 이천은 금속활자 경자자(庚子字)와 갑인자(甲寅字)를 만들어 조선 인쇄술의 발달을 주도한 업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최형섭은 7년 반 동안 과학기술처장관으로 재임하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행정의 기반을 마련한 과학기술정책가로서의 업적을 높게 평가받아 선정되었습니다.

 

2019년 4월 19일 다섯 번째 묶음으로 천문학자 이순지, 수학자 최석정, 화학공학자 안동혁이 선정되어 702,000장의 기념우표가 발행되었습니다.

 

 

조선 초기의 문신 겸 천문학자인 이순지는 세종 시대를 이끈 대표적인 과학자 중 한 명으로 조선의 독자적 역법인 ‘칠정산내편(七政算內編)’과 ‘칠정산외편(七政算外編)’을 완성해 중국에 의존하던 역법에서 벗어나 조선의 천체 운행을 한반도의 땅과 하늘에 맞춰 계산할 수 있게 만든 업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조선 숙종 때 학자로 영의정을 지낸 최석정은 탁월한 수학적 직관력과 수학 이론의 독창성을 발휘해 기존의 수학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새롭고 독창적인 내용을 수록한 ‘구수략(九數略)’을 편찬한 업적으로 기념우표에 게재되었습니다.

응용화학자인 안동혁은 해방 후 공학교육 및 산업체 기술지원 등에 크게 공헌했으며, 상공부 장관으로 산업과 농업 발전에 필요한 3F(Fund 자금, Fuel 연료, Fertilizer 비료) 산업정책 추진을 통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토대 마련과 함께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업적을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한국의 과학’ 시리즈 우표가 발행되지 않아 우정사업본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우표 발행이 5년 계획으로 시행되어 2019년으로 마감되었다고 합니다. 2017년 ‘한국의 과학’ 기념우표를 발행하며 우정사업본부장이 “이번 우표발행으로 우리나라를 빛낸 과학기술인들의 열정을 되새기고,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과학’ 시리즈 우표 발행이 재개되어 창의적 사고와 도전정신을 가진 우수한 인력이 우리 미래를 이끌어나갈 과학기술 거버넌스 구축에 적극 참여하는 기회 마련에 일조할 것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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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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