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개방해 놓고, 97억짜리 취수시설 따로 만든다



"금강 바닥 파서 지하수 확보"  
 
   세종시가 세종보(洑) 개방에 따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취수 시설을 만든다. 이에 "멀쩡한 보를 놔두고 많은 예산을 들여 별도 시설을 만드는 것은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전액 국비 받아 물 확보하기로

 

2017년 11월 개방된 채 방치된 세종보. 세종보 인근 금강에 물이 없어 썰렁하다. 중앙포토


23일 세종시에 따르면 오는 2023년까지 세종시 금강 양화취수장 인근에 별도의 취수 시설을 설치한다. 사업비 96억7500만원은 전액 정부가 지원한다. 세종시는 올해 안에 취수 시설 설계를 끝내고 이르면 내년 3월께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설계비는 9억원이다.  
 
세종시는 우선 양화취수장 주변에서 복류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복류수는 하천이나 호수·늪의 바닥에 있는 모래·자갈층 속을 흐르는 일종의 지하수다. 강바닥에서 적어도 5m는 파고 들어가야 용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한다. 

 


 
복류수는 금강 바닥 모래층에 흄관(철근 콘크리트관)을 묻어 복류수를 모은 뒤 모터 시설 등을 이용해 양화취수장으로 보낸다는 게 세종시의 구상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복류수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지반 조사 등을 거쳐 확인할 방침”이라고 했다. 세종시는 복류수가 없으면 양화취수장 인근에 관정 등을 파서 지하수를 확보하기로 했다.
  

세종보 개방으로 물이 빠진 금강에 고라니가 뛰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보 개방하자 자갈보 만들기도
세종시가 용수 확보에 나선 것은 세종보 개방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오염을 막겠다”며 2017년 11월 13일 세종보를 비롯한 금강·영산강·낙동강의 7개 보를 부분 개방했다. 이 가운데 세종보와 공주보는 이듬해 1월과 3월 잇달아 전면 개방했다. 이후 세종보는 방치해왔다. 강에는 물이 없어 황량한 모습이다. 물고기 대신 고라니가 뛰놀고 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348m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보)은 흉물로 변했다.
   

세종시 금강에 건설중인 금강보행교. 오는 8월 완공 예정이다. 김방현 기자


세종시는 세종보 개방으로 용수 확보가 어려워지자 금강에 2억원을 들여 2018년 3월 자갈보(임시 물막이 시설)를 설치했다. 세종보에서 상류 쪽으로 상류 5㎞ 지점에 있는 자갈보는 길이 100m(폭 5m, 높이 1m)쯤 된다. 2018년부터 2년 연속 집중 호우로 일부 유실되기도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자갈보는 유실되는 등 문제가 있다"며 “별도의 취수시설이 설치되면 자갈보는 철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세종보 가동해야 예산낭비 막아"
양화취수장에서는 현재 하루 최대 2만3600t의 물을 세종시 호수공원과 국립수목원, 제천·방축천 등에 공급하고 있다. 세종중앙공원·백동천(인공 하천) 등이 들어서면 용수는 하루 1만t 정도 더 필요하게 된다. 세종시 중앙공원(총 139만㎡)은 2023년 말까지 1·2단계 공사가 모두 끝난다.  
 

2018년 3월 설치된 금강 자갈보(임시 물막이 시설). 여름철 집중호우로 유실되기도 했다. 중앙포토


세종시민 최영락씨는 “1000억원이 넘는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세종보는 방치한 채 100억원 가까운 세금을 들여 취수시설을 만든다니 어이가 없다”며 “세종보를 빨리 가동하는 게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길”이라고 했다.    

 


 
세종보는 당초 노무현 정부가 건설 계획을 수립했다. 2011년 1287억원을 들여 높이 4m, 폭 360m 규모로 조성했다. 보 안에 물을 담아 도시 경관을 살리고, 하천 주변에 오토캠핑장 등을 만들어 휴식공간으로 제공하자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18일 금강 세종보·영산강 죽산보는 전면 해체, 공주보는 상부 교량인 공도교를 유지하는 선에서 부분 해체하기로 했다. 또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news.joins.com/article/24018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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