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신도시 토지 단기 소유자에 아파트 분양권 안주기로

 

신도시 발표 직전 땅 산 외지인 대상

 

  정부가 신도시 토지를 단기간 소유한 사람에게 단독주택 용지나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주지 않기로 한 것은 개발 정보를 이용해 신규 택지예정지를 선점하는 해묵은 투기 수법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기존 보상제도의 틀을 바꾸지 않고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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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토교통부와 LH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투기 근절 및 재발방지책을 통해 협의 양도인이 단독주택이나 신축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자격에 토지 보유 기간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땅 투기 걸러내려 보상 기준 강화

협의 양도인 택지는 신도시 예정지에서 1000m²(수도권 이외 400m²) 이상 토지를 보유한 소유주가 LH 등이 제시한 보상액대로 땅을 넘길 경우 추가 보상 차원에서 주는 택지다. 원래 단독주택을 지을 택지를 시세보다 저렴한 감정평가액으로 살 수 있는 권리만 줬다. 여기에 지난해 9월부터 무주택자에 한해 택지나 전용면적 85m² 이하 아파트 분양권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유 기간이 일정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아예 택지나 아파트 분양권을 주지 않거나, 택지 공급가나 아파트 분양가를 보유 기간에 따라 달리 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토지 보유 기간이나 실제 거주 여부를 보지 않고 오직 토지 면적으로 공급 자격을 주다 보니 택지를 노린 투기가 가능했다고 본다. 원래 보상 자격이 생기는 기준 시점은 신도시 지구지정 공람공고일로 대체로 정부의 신도시 지정 발표일과 같다. 공고 하루 전에만 토지를 매입해도 택지나 아파트를 보상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번에 투기 의혹이 불거진 LH 직원들은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에서 땅을 1000m² 규모로 쪼개 나눠 가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권보다 규제가 느슨한 택지를 노린 투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협의 양도인 중 무주택자에게만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권은 최대 10년간 전매할 수 없고, 최대 5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이와 달리 택지는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공급받을 수 있다. 특히 신도시 택지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고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또 하나의 로또’로 불린다. 실제 경기 위례신도시 내 토지(236m²)는 지난해 6월 76억5000만 원에 팔렸다. 1년 만에 약 20억 원이 뛴 셈이다.

 

일각에선 협의 양도인 택지제도를 폐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신속한 토지 보상 및 원주민의 재정착을 위해서 필요한 제도”라며 “투기를 걸러내면서 원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소 1년 이상 보유해야 할 듯

협의 양도인이 택지나 분양권을 받기 위한 토지 보유 기간은 최소 1년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도시 예정지에 집을 소유한 사람에게 보상해주는 ‘이주자 보상’의 경우 신도시 공고일 1년 전부터 해당 주택을 보유하면서 거주해야 한다. 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정부 합동조사단이 실시한 1차 조사에서도 투기의심자들은 22개 필지 중 11개 필지를 공고일로부터 1년 전에 매입했다. 공고일 기준 2년 전에 매입한 필지는 19개 필지에 이른다.

 

 

이번에 바뀐 규정은 모든 3기 신도시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3기 신도시 중 보상 속도가 가장 빠른 경기 하남교산과 인천계양 지구도 이제 막 대토보상을 시작한 단계다. 대토보상이 모두 마무되어야 협의 양도인 택지 공급 신청을 받는다.

 

3기 신도시 원주민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임채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의장은 “보유 기간을 따져 투기 세력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걸 막고 원주민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취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 보유 기간에 따라 보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며 “최소 5년 이상 보유한 사람들에게만 토지로 보상해준다면 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토지 수용에 기반한 신도시 개발을 계속 지속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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