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부동산 대책 이후 '리모델링' 반사 이익

 

건축연한 15년 넘고

안전진단 B등급땐 증축 허용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안해

주민 "재건축보다 규제 적어" 환영

 

SPECIAL REPORT : 부동산규제 반사이익 단지는 어디 

 

    현 정부가 민간 재건축 규제를 강화한 뒤 `규제 반사효과` 수혜를 누린 아파트 리모델링이 2·4 부동산 대책 이후 더욱 큰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이번 대책에도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건축 시행사로 나서는 `공공주도 정비사업`에 대한 시장 반응이 차갑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월 주택법 시행령이 개정돼 리모델링 조합은 온라인 총회가 가능해 진행 속도를 내기에도 유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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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조합설립인가 완료 기준)는 2019년 12월 말 37곳(2만3935가구)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61곳(4만4915가구)으로 늘었다. 1년이 조금 넘는 사이 단지 기준으로 64.9%, 가구 기준으로 87.7% 늘어났다. 협회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서울은 물론, 수원과 용인 수지 소재 아파트 단지에서도 리모델링에 큰 관심을 보였다"면서 "올해는 추진위원회 단계에 있는 단지들도 조합을 본격적으로 설립해 추진 단지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으로 퍼진 아파트 리모델링 붐

실제로 최근 아파트 리모델링 열풍은 서울과 경기, 지방을 가리지 않고 찾을 수 있다. 조합이 이미 설립된 단지는 물론이고 올해 추진위 단계에서 조합 설립을 노리고 있는 대어급 아파트도 상당수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834가구)는 최근 리모델링 설계 업체 선정을 마치고 조합 설립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곳은 이웃한 강촌아파트(1001가구)와 통합해 2100가구 규모 대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오는 4월부터 주민동의서를 받을 예정인데 앞서 추진위가 실시한 주민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 주민의 70%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처 2000여 가구 대단지인 이촌동 한가람아파트도 주민 동의율을 확보해 5월 말쯤 리모델링 조합 설립 총회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마포구 마포태영아파트도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서를 징구할 계획인데 리모델링을 하면 현재 1992가구에서 22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7호선 반포역 역세권인 잠원 동아아파트(991가구), 9호선 노들역 인근에 위치한 본동신동아아파트(765가구) 등도 강남과 광화문, 여의도 등 서울 주요 권역과 가까운 입지 덕분에 리모델링 시장의 보석으로 꼽힌다.

 

적극적인 리모델링 추진 분위기는 수도권을 넘어 지방 광역시로 확산되는 추세다. 부산시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인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7374가구)는 지난해 말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부산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첫 아파트 단지다. 대구에선 수성구 범어동 우방청솔맨션아파트(194가구)가 리모델링 조합 설립 추진위를 구성했고, 대전서도 둔산동 국화아파트와 둔산녹원아파트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매매 가격도 상승세다. 지난해 추진위원회를 출범한 선사현대 전용 59㎡ 아파트는 2월 역대 최고가인 10억6500만원에 팔렸다. 이 단지는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약 1년 전(평균 8억1667만원)과 비교해 2억원 넘게 뛰었다. 잠원 동아아파트 전용 59㎡도 올 초 18억8000만원에 거래돼 역대 가장 비싼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촌동 코오롱, 조합설립 시동

마포태영아파트도 준비 착착

리모델링 추진가구 1년새 88% 급증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지금 정부가 민간 재건축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부터다. 최근 2·4 대책은 이런 흐름을 더욱 강화시키는 추세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를 유지하면서 평면을 앞뒤로 늘려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지하주차장을 새로 만들거나 넓힐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리모델링 인기와 재건축 인기는 반비례 관계다. 재건축 규제가 심할수록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리모델링에 관심이 쏠린다. 재건축은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어야 추진하지만 리모델링은 15년 이상이면 된다. 안전진단 등급도 재건축은 최소 D등급(조건부 허용) 이하를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B등급 이상이면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이, C등급 이상이면 수평 증축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2018년 3월 안전진단이 강화된 후 재건축은 D등급을 받아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의 검증을 받는 절차까지 추가됐다. 또 초과이익환수제도 따로 없고 조합 설립 후 아파트를 사고팔 수 있다. 최근 2·4 대책은 리모델링의 `규제 메리트`를 강화시켰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는 새로운 정비사업 형태로 `공공 직접 시행`을 제시했지만 소유권을 완전히 공공에 넘기는 방식이라 반발이 크다. 용적률을 상향해준다고 해도 임대 비중을 높이거나 분양가를 낮추면 수익성이 하락하고,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더라도 공공이 초과 수익을 적게 인정하면 조합원들 몫은 작아진다.

 

일각에선 리모델링 사업을 빨리 추진한다면 `공공`에 대한 우려를 원천 차단해 아파트 자산 가치 상승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4 대책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2월 4일 이후 매수한 주택은 앞으로 공공주도 정비사업을 할 때 강제로 `현금 청산`을 당한다는 점이다.

 

집을 살 때는 정비구역이 아니었는데 나중에 공공주도 정비 사업지가 된다면 아파트를 받지 못하고 시세보다 싼값만 받고 쫓겨나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이 모든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수주 경쟁 뛰어들어

재건축에 비해 장점이 많다 보니 리모델링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는 모습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올해 30조원에서 2025년 37조원, 2030년 44조원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리모델링 시장은 쌍용건설과 포스코건설 등이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쌍용건설은 2000년 7월 건설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출범한 이래 13개 단지, 9000여 가구의 리모델링 단지를 수주했다. 그동안 서울 도곡동, 방배동, 당산동 일대에 리모델링 단지를 준공했다. 포스코건설은 리모델링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지난해 말 기준 26개 리모델링 추진 사업장 중 13곳의 시공권을 따냈다. 또한 아파트 층수를 높이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아파트 단지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업계획 승인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대형 건설사들이 뛰어들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양상이다. 최근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만든 현대건설은 지난 1월 경기 용인 수지에서 `신정마을 9단지(812가구) 리모델링 사업`(공사비 2280억원)을 수주했다.

 

 

리모델링 걸림돌 `내력벽`…정부, 2년째 철거허용 결론 못내

 

국토부, 건물안전 이유로 난색

내력벽 없애야 4베이로 설계 가능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더 활성화하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업 핵심인 가구 사이의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결정이 2년째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규제 분위기가 강해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건축물에 들어가는 벽은 크게 내력벽과 비내력벽으로 나뉜다. 내력벽은 아파트 무게를 지탱하는 벽으로, 벽 자체가 기둥 역할을 하고 비내력벽은 공간을 나누는 용도로 쓰인다. 특히 가구 간 내력벽은 가구 안 내력벽보다 두껍고 하중을 더 많이 지탱한다. 이 때문에 가구 안 내력벽 철거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가구 사이 내력벽은 공사 과정에서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철거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내력벽 철거는 재건축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요소다.

 

리모델링을 통해 아파트를 증축할 때 가구 간 내력벽을 철거하지 못하면 좌우 확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베이(Bay·전면 발코니에 접한 거실 또는 방 숫자)`를 늘리기 어렵다. 옛날 아파트들은 대부분 2베이나 3베이인데 요즘 아파트들은 3베이나 4베이를 많이 쓴다. 리모델링 아파트들은 탄생 시점부터 새 아파트들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취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리모델링 아파트들은 세로로 긴 `동굴형`이라 채광 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이런 문제로 리모델링 업계는 정부에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 안에서` 가구 간 내력벽 철거 허용을 요구해 왔다.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2016년 1월엔 아파트 리모델링을 할 때 안전진단 평가 등급(B등급 이상)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가구 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가 다시 제기되자 정부는 2016년 8월 내력벽 철거 문제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처음엔 2019년 3월까지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으나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 연구 용역을 수행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작년 9월 초 국토교통부에 검증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국토부가 발표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력벽 철거와 함께 리모델링 사업성을 높이는 핵심으로 꼽히는 `수직증축`도 여전히 정부 동의를 얻어내는 게 쉽지 않다. 수직증축은 2014년부터 허용됐지만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검사 등이 까다로워 아직 준공 사례가 없다. 현재까지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허가받은 곳은 서울 송파구 성지아파트가 유일하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realestate/view/2021/03/267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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