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발전사업의 심층 해부] 개인사업자들의 절규...왜?

태양광 개인사업자들의 애끓는 호소

“정부 믿고 투자하라더니 이제 와 우리를 버렸다”

 

1667개(2012년)였던 태양광 발전소가 7만4873개(2020년)로 폭증

“절대 망하지 않는다. 연금 받는다 생각하라고 공기업 직원이 말했다”(대태협 관계자)

산자부 산하 회사의 ‘신재생에너지 스쿨반’이 전국 돌며 태양광 사업 독려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다. 정부를 믿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수익이 나지 않아서다. 일부는 수익이 나기는커녕 매달 금융권 이자를 갚지 못하는 처지다. 태양광 개인사업자 300여 명은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이하 대태협·위원장 곽영주)를 만들어 단체 행동에 나섰다. 청와대 게시판에 호소문을 올리고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전 산자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탄소인증제를 철회하라” “태양광발전사의 생태계를 보전하라”고 외친다.

 

강원도 평창 태양광발전소

edited by kcontents

 

이들이 단체 활동에 나선 표면적 이유는 지난해 한국에너지 공단에서 한 입찰에서 기존의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대거 탈락해서다. 공단이 갑자기 입찰 제도를 바꿔버렸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해 하반기 입찰 때 ‘탄소인증제품’을 사용하는 업체에는 가산점을 줬다. 기존에 태양광 발전소를 지은 사람들은 가산점을 받지 못했고 입찰에서 최하 점수를 받아 입찰에서 떨어졌다.

 

좀 쉽게 얘기하면 대학입시 때 역사 과목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10점을 준다고 해보자. 그런데 재수생이 고교에 재학 중일 때는 역사 수업이 없었다. 이제 와서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데 그 10점 가산점이 과연 공평한 것일 수 있겠나. 대태협 관계자들은 “탄소인증제 시행으로 높은 수준의 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이미 과거에 설비를 지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설비 지을 사람들과 같은 조건에서 입찰에 들어갔다”며 “이는 불공정 경쟁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탄소인증제’ 때문에 불거진 문제지만, 속내를 보면 그동안 쌓이고 쌓인 케케묵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달된 태양 에너지는 인버터라는 기계를 거쳐 저장된다.

민간의 진입이 쉬운 재생에너지는 태양광이 유일

우선 국내 전력시장의 구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송배전 및 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원톱 체제 아래 한전 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의 6개 회사가 있다. 한전과 그 자회사가 대한민국 전기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 그 외에 SK E&S·포스코에너지·GS EPS 등 민간 LNG 발전사가 있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사가 있다. 우리가 통상 신재생에너지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게 신(新)에너지와 재생에너지로 나뉜다. 신에너지는 수소와 연료전지·석탄액화 발전이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풍력·수력·지열·바이오에너지 등이다.

 

 

국내 전력 시장을 운영하고, 전력수급 기본계획 등을 만드는 곳은 전 산자부 산하의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거래소다. 한전이 50%, 한수원 14.29%, 그 외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 등 5개 기관이 각각 7.14%를 출자(出資)해 2001년에 만들었다.

 

재생에너지 중에서 개인이 손쉽게 진입할 수 있는 분야는 사실상 태양광 발전 사업이 유일하다.

 

태양광 발전의 원리는 태양빛을 태양전지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태양빛이 태양전지 모듈에 닿으면 모듈이 빛을 흡수해 광(光)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킨다. 태양전지 모듈에서 발생한 전력은 인버터에서 변환되고,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납품하는 구조다.

 

초창기 태양광 발전소는 2010년을 전후해 나왔다. 하지만 당시에 태양광 사업은 아무나 뛰어들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었다. 워낙 고(高)비용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300kw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70억원 정도 들었다. 태양전지 모듈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다. 과거의 100만원짜리 컴퓨터보다 오늘날 100만원짜리 컴퓨터의 성능이 훨씬 뛰어나듯이 과거 태양광 발전소는 효율도 좋지 않았다”며 “은행의 저리 대출도 없었고, 어지간히 돈 있는 사람이 아니면 뛰어들 수 없던 분야였다”고 말했다. 대태협 측 자료로는 2012년을 기준으로 100kw 미만의 발전소는 1448개, 100kw~1mw 발전소 180개 등 총 1667개 정도였다.

 

 

한 번 지으면 잔손이 안 가는 태양광 시설

하지만 오늘날에는 서울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도로 옆에 검은 태양광 패널을 세운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은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남향에, 음영이 없는 곳에 지어야 한다. 통상 25~35도 전후의 경사각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미래태양광을 찾았다. 이곳은 2017년 2월에 공사를 시작해 같은 해 11월부터 발전을 시작했다. 용량은 99.2kw다. 정덕진 미래태양광 대표와 정진규 대태협 추진위원장, 정남규 대태협 부위원장, 이진욱 홍보&미디어위원과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태양광 발전소는 사계절 중 봄에 발전량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일조량이 길고, 선선하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햇빛을 받는 시간은 길지만, 너무 더워서 오히려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 결국 일조량과 온도, 적절한 바람이 태양광 발전소를 원활히 가동시키는 요소다.

 

이진욱 위원의 얘기다.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소는 하루 평균 3.6시간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같은 지역은 하루 평균 5시간 효율을 얻기도 하고 워낙 땅이 넓어 100메가 이상짜리 발전소가 있지만, 우리는 100kw 이하를 가장 많이 하는 편입니다. 장마가 길거나 눈이 많이 오면 발전이 잘 안 되지만, 매년 변동이 큰 사업은 아닙니다. 풀이 모듈에 닿으면 안 되기 때문에 벌초를 하는 일은 생깁니다. 셋이서 8000평(1평=3.3㎡) 벌초하는 데 일주일이 걸립니다. 이 외에도 태양광 발전소 부품이 노후화되거나 인버터 교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시설 유지 자체에 크게 손이 가지는 않습니다.”

 

경기도 이천시에서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하고 있는 정덕진 대표.  

2700만원이던 수입이 2년 만에 1600만원으로 급감

정덕진 미래태양광 대표는 “노후 사업으로 좋다고 생각해 태양광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잘한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농사짓는 것과 비교하면 손이 크게 가지 않습니다. 저는 벌초도 하지 않는 편으로, 겨울에 패널 위에 덮인 눈 털어주는 정도예요. 처음에 태양광 사업을 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강의를 들으러 다닐 때 ‘은퇴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사업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는 말을 늘 들었습니다. 발전소를 짓는 데는 돈이 들지만, 한번 지어놓으면 잔고장 없이 앞으로 20년 동안 또박또박 돈이 들어온다고 생각해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사업 시작한 지 4년밖에 안 됐는데, 애초 예상과 다릅니까.

 

“미래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데 시설 비용으로 1억6100만원이 들었습니다. 제 부지에 만들었기 때문에 땅값은 뺀 겁니다. 땅값까지 포함하면 수억원이 든 겁니다. 첫해에 총수입이 2700여만원이었는데 2019년에 2100여만원, 2020년에 1600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이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수입이 급감했습니까. 발전소가 전기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발전량은 연평균 큰 변화가 없습니다. 따라서 발전량을 바탕으로 한 수익은 비슷한 수준인데, 정부에서 주는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s·재생에너지 인증서)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태양광 발전소 업자들은 발전량으로 계산한 매출과 정부 보조금 부류의 REC를 합해서 총수입이 들어오는데, REC 가격이 폭락했으니 수입이 반 토막이 날 수밖에요.”

 

문재인 대통령이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였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가 펌프질

여기서 중요한 점이 두 가지 있다. ‘정부에서 하라고 해서 했다’는 것과 ‘REC(보조금)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태양광 발전소 사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부를 믿었다” “한전에서 20년 동안 전기를 사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사업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태양광 발전에 개인이 뛰어든 것은 2017년을 전후해서다. 2016년까지 4000여 개에 불과했던 태양광 발전소는 2017년에 2만5000여 개, 2018년 3만6000여 개, 2019년 5만3000여 개를 찍고, 2020년에는 7만5000여 개까지 불어났다.

 

2019년에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통상 태양광 발전 사업에 착수해 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2년이 걸린다. 태양광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부지를 선정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개발 인허가를 마친 뒤 설치공사, 사용 전(前) 검사를 거쳐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 2년이 걸리는데, 2019년에 사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은 대다수가 2016년 말을 전후해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소리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초기부터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국가 정책 기조로 내세웠다.

 

이즈음 전 산자부 산하의 전력거래소는 ‘신재생창업스쿨반’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전국을 돌았다. 대태협이 제공한 자료로는 이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절차 ▲전력시장 이해 ▲REC 거래시장 이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성 분석 및 사례 등으로 분류해 지방에 땅을 가진 사람들에게 태양광 발전소 짓기를 권유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하나인 태양광을 널리 보급해야 했고, 태양광 설비를 지을 수 있는 시공업체에는 때마침 ‘건설 호경기’가 온 셈이다.

 

2017년, 땅 2만 평으로 80억원까지 대출 가능

 시간을 되돌려 2017년으로 가보자. 적어도 이때 지방에 땅 가진 사람 중 대부분은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염두에 뒀다. 자신들이 먼저 알아보지 않더라도, 태양광 설비를 짓는 업자들이 먼저 땅 주인을 찾아오는 일이 허다했다.

 

A씨는 2017년에 세 명의 업자에게 경상도 고향 땅에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것을 권유받았다. 구체적인 견적서도 받았다. 그의 얘기다.

 

 

“고향 땅 2만 평을 빌려주면 매년 8000만원씩 세를 준다고 했습니다. 2만 평에 태양광 설비를 짓는다고 시청에 신고해 인허가를 받으면 순식간에 2만 평 땅에서 (은행권 대출 등) 80억원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태양광 확대 정책을 펼 때였으니까 시청에서 허가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고, 금융권에서 땅을 담보로 수십억 원을 빌려주던 때였습니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들으면 혹하던 때였죠. 땅을 밀고 콘크리트로 설비를 설치해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면 한전에서 싼값에 20년 동안 사준다고 했습니다.”

 

안 한 이유는요.

 

“시공사 얘기가 자기들은 시공만 하고 빠지고, 시설 관리는 업자가 맡아서 하고 땅 주인과 업자가 수익을 나누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태양광이 고효율의 전기를 계속 생산할지의 문제가 있고, 폭우가 오거나 산사태가 나도 시공을 한 업체는 나중에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시공업체에 설비를 짓고 운영도 같이하라고 했지만, 그렇게는 못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운영은 지방에 있는 업자와 땅 주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였죠. 한전에서 20년 동안은 전기를 사준다고 하지만 이후에 어찌 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만약 산을 원상복구해야 하면 그 비용은 또 어떻게 할 겁니까. 그랬더니 시공업자들이 ‘20년 뒤에도 태양광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발전소를 지으라고 했지만 미덥지가 않았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충청도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하는 한 관계자는 “원래 과수원을 하고 있었다. 시공업자들이 자주 찾아와서 ‘좋은 땅을 이렇게 놀리면 되겠느냐’ ‘과수원보다 훨씬 관리가 편하고 안정적인 사업’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사기꾼들이 멀쩡히 잘 지내는 사람에게 왜 이러나’ 싶었는데 자꾸 얘기를 듣다 보니 괜찮은 사업 같아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태양광 발전업자는 “국가가 보장하고 권장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벼농사’ 대신에 ‘햇빛 농사’를 짓는다고 생각했다”며 “벼는 과잉 생산이 되면 국가에서 수매를 해주지 않느냐. 농민들이 벼 대신에 햇빛 농사를 하는 것이니 어떤 일이 있든 사업 적자는 나지 않을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그즈음 시중은행은 태양광 사업을 시작하려는 농민들에게 ‘농협 태양광 금융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설비의 90%까지 저리로 대출해주기 시작했다.

 

복잡한 태양광 수익구조

그렇게 전국의 국토는 검은색의 태양광 패널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100kw 미만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소는 1만4200여 개, 100kw~1mw 발전소는 3800여 개, 1mw 이상의 발전소가 124개로 불어났다.

 

이 발전소들이 생산한 태양광 전기는 아직도 한전이 사준다. 태양광 전기는 5분 단위로 계량해 계량 값이 자동으로 시스템에 저장된다. 시간대별 전력거래량에 그 시간대 시장가격(SMP)을 곱해서 정산된다. 결제는 한 달에 4회 나눠서 해준다.

 

미래태양광을 기준으로 보자. 발전소는 2018년 4월에 1만4818kw를 생산했고 그달의 단가는 90.12원이었다. 이 둘을 곱한 134만7104원이 이달의 매출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체 수익이 아니다.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이 더해진다. 그달의 정부 보조금은 184만6200원, 즉 이곳의 최종 매출은 발전량(134만7104원)에 보조금(184만6200원)을 더한 319만3304원이다.

 

그런데 2020년 4월에 발전소는 비슷한 1만5806kw를 생산했고 그달의 단가는 75.38원이어서 총 119만1456원, 정부 보조금은 84만5500원이 들어와 총수익이 203만6956원이 됐다. 발전소가 오히려 많은 전기를 생산했지만, 생산자의 수익은 30% 이상 줄었다. 정부 보조금이 왕창 줄었기 때문이다.

 

 

태양광 보조금은 현금 지급이 아니라 ‘인증서’ 형태로 발급

이건 또 어떻게 된 사연일까.

혹자들은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만 하면 한전에서 전량 구매해주고, 정부에서 보조금까지 주는데 무슨 불만이 있느냐고 말할 수 있다. 더구나 태양빛이란 사실상 우리가 공짜로 누리는 혜택이 아니던가. 태양광 사업을 직접 하지 않는 대다수는 아직도 ‘태양광 보조금’을 정부에서 현금으로 지급하는 줄 안다. 바로 이 부분이 오늘날 태양광 개인 사업자들의 불만을 극으로 치닫게 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전력업계에는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라는 제도가 있다. 발전 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이에 따라 한수원·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SK E&S 등 대규모 발전설비회사는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직접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지 않는다. 방법은 태양광사업자 등으로부터 할당받은 양만큼의 신재생에너지를 사면 된다. 대형 발전사들이 태양광업체 등과 장기 계약을 맺어서 사들이거나, 아니면 필요할 때마다 이 업체들로부터 매입하는 방법이 있다. 태양광업체들이 대형 발전사에 팔 수 있는 권리, 그것이 바로 ‘REC’라는 것이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다. 태양광을 이용해 전력을 공급한 날부터 석 달 내에 한국에너지공단에 신청하면 인증서를 발급해준다. 태양광업체 입장에서는 태양광 전기를 생산한 실질 금액을 한전에 납품해 받고, 또 이를 태양광 전기를 생산하는 만큼 대형 발전사에 판매할 수 있는 ‘인증서’를 또 받는 셈이다. 그래서 이 인증서를 ‘정부 보조금’이라고 부른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 대형 발전사들에 할당량을 줬으니, 결국 그만큼의 혜택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의회 정진구 추진위원장. 산자부 규탄 집회 등을 하고 있다.

“2017년 발전소 운전할 때 5년 후 수익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태양광 발전소 입장에서는 REC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매달 수익이 달라진다. 방법은 ▲고정 계약과 ▲현물 시장 거래 두 가지가 있다.

 

 

고정가격은 태양광 발전소 업체가 대형 발전사와 20년 장기 계약을 맺는 형태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태양광 거래량에 따른 시장가격(SMP)에 공급인증서(REC)를 합산해 대형 회사와 장기 계약을 한다고 입찰하면 된다. 20년 동안 일정한 금액으로 납품을 하는 형태라 여태까지는 인기가 없었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여태까지는 REC를 들고 현물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을 선호했다. 현물 시장은 주식 시장과 똑같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주문에 의해서 실시간으로 거래가 체결된다. 이를 위해 전력거래소는 매주 두 번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REC 거래장을 연다. 매도·매수 경합에 따른 합치가격으로 낙찰된다. 그런데 REC 가격이 최근 들어 폭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REC 인증서를 팔겠다는 매도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태양광 사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당연히 재생에너지 인증서인 REC는 많이 발급됐고, 이를 시장에서 팔려고 하니 REC 값이 떨어진 것이다. REC의 전체 규모는 1조8000억원, 이 중 8000억원이 태양광의 몫이다. 고로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태양광 사업자에게 지원하는 보조금은 8000억원 정도다.

   

REC 값이 폭락하리라는 것을 태양광 발전소 사업자들이 예측할 수 없었을까.

업계에 따르면 100kw 발전소를 짓는 시공비만 1억3000만원가량 든다. 통상 300kw 정도 발전소를 짓는다고 할 때, 토지비용, 인허가 비용, 부담금 등을 합하면 6억~7억원이 든다. 대태협 관계자들은 “정부 보조금이 폭락할 줄은 예상도 못 했다. 2017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5년 이후부터는 수익이 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우후죽순으로 이 시장에 뛰어드는 바람에 REC 가격이 폭락해 투자금 회수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서울 외곽의 시골 동네에는 ‘태양광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문구가 많이 붙어 있다.

‘대한민국이 보장하는 사업’이라며 홍보하더니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찌 보면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 사업자들의 ‘판단 미스’일 수도 있다. 사업에는 불확실성이 늘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들도 이에 대해 동의한다. 대태협 관계자들과의 대화다.

 

 

정부만 믿고 투자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안일한 것 아닙니까.

 

“정부를 믿지 않으면 누구를 믿습니까. 쌀은 정부 수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장에서 팔 수 있는데 전기는 한전 빼고는 팔 곳이 없습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독과점 체제이기 때문에 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업을 시작할 때는 반대로 시작했습니다. 공단에서 창업스쿨을 하면서 ‘한전에서 100% 사주는 사업이다’ ‘판매처를 뚫을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정부에서 보증하는 사업이다’고 했습니다. 이 사업이 농촌에 딱 맞는다면서 ‘영농형 태양광’이라고도 했습니다. 정부가 수요와 공급을 조절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뒤늦게라도 태양광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하지만 태양광 공급량이 늘어나는 만큼 수요를 늘려야 합니다. 정부는 요즘도 ‘2050 탄소제로’ 정책에 의해서 신재생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정작 태양광 수요는 공급만큼 늘지 않아요. 그 부분을 지적하는 겁니다. 대형 발전사들이 사야 할 신재생에너지 할당량은 10% 상한선에 막혀 있어요. 그 부분이라도 늘려달라는 겁니다.”

 

아무리 포장을 하더라도 보조금을 늘려달라는 얘기로 비치는데요.

 

“보조금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뿐입니다. 오히려 석탄 발전을 할 때 나오는 목재 팰릿이나 폐기물이 받아가는 REC가 더 많아요. 이를 ‘바이오매스’라고 하는데 미세먼지를 엄청나게 배출시킵니다. 바이오매스에 보조금을 주지 말고, 그 몫을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배분하기 바랍니다. 더구나 지금의 REC는 3년 안에 팔도록 기한을 정해뒀습니다. 주식에 언제 팔라는 규정이 없듯이 REC도 아무 때나 판매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합니다.”

 

공급이 늘어나면 공급자들끼리 경쟁해서 도태되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우리를 버린 자식 취급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정부 정책을 시행한다는 명목으로 태양광 설비 늘릴 때는 온갖 말로 현혹했습니다. 공단이 열심히 홍보 정책을 펴서 ‘태양광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급 과잉으로 인해 태양광 개인 사업자들이 못 살겠다고 하니까 아무 말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보장하는 사업’이라는 그 달콤한 말은 어디로 갔습니까?”

 

“과거로 돌아간다면 절대 태양광 사업 안 할 것”

태양광 사업자들의 분노는 지난해 에너지관리공단이 실시한 입찰로 폭발했다. REC를 현물 시장에서 주식처럼 파는 것에 지친 이들이 대형 발전사들과 저렴하더라도 장기 계약을 맺으려고 들어갔다 낙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단이 내세운 ‘탄소인증제 가산점’ 때문이다. 이미 가동 중인 발전소에서는 탄소가 배출된다. 하지만 앞으로 발전소를 짓겠다는 업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모듈을 사용해 건설할 수 있다. 공단은 ‘탄소인증제를 사용하겠다’는 서류만 제출하면, 아직 발전소를 짓지도 않은 사람에게 가산점을 줬다. 결과적으로 이미 발전소를 가진 사람은 대거 탈락했고, 발전소 미준공업자들이 낙찰됐다. 대태협은 “이미 준공된 발전소와 미준공 발전소의 입찰을 따로 실시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에서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하는 조영훈 모든태양광발전소 대표.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난 이후에 근처에 가건물을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만 지은 것이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설치한 곳은 더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다. 태양광은 낮에만 발전을 하기 때문에 자동차처럼 일정 속도로 주행할 수가 없다. 그 때문에 태양광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송출하기 위해서 정부는 에너지저장장치(ESS)도 함께 보급시켰다. 쉽게 말해 대용량을 저장할 수 있는 고용량 배터리다.

 

정부는 에너지저장장치를 장려하기 위해, 이것을 설치한 업체에는 REC를 1개가 아니라 5개를 지급했다. 그런데 이 에너지저장장치 값이 굉장히 비싸다.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소 짓는 비용과 거의 같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냥 태양광 발전소만 지으면 3억원이 들어갈 터인데, 안정적 에너지 송출을 위해 에너지저장장치까지 설치하면 총 공사비만 6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ESS를 설치한 업체에는 보조금이 5배 지급됐다. 시설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물 시장에서 보조금이 폭락하는 바람에 언제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ESS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태양광 시설과 ESS에서 난 화재는 모두 388건이다. 대부분은 ‘원인 불명’이다.

 

한 차례 화재 사건을 겪은 조영훈 모든태양광발전소 대표는 요즘 저장장치 옆에 가건물을 짓고 그곳에서 잠을 잔다. 조 대표는 “ESS에서 불이 났지만 시공업체나 원인조사 기관 모두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한다. 결국 내놓은 답은 에너지를 100% 저장하지 말고 70%만 저장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답이었다”며 “애당초 70%만 사용하려고 고가의 기계를 설치한 것이 아닌데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노후 자금을 털어서 태양광 발전 사업을 시작한 이, 은행에서 80%를 대출받아 매달 이자 상환도 버거운 이, 부모를 설득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부자지간이 틀어진 이 등 숱하게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들은 요즘 태양광 사업을 검토하는 이들에게 ‘절대 하지 말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절대 이 사업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단순히 이들이 스스로 ‘레드오션’에 뛰어들었다고 폄하하기는 힘들 것 같다. 정부의 장밋빛 공수표 남발은 누구의 책임인가.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nNewsNumb=202103100035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