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 200만명 초고령사회 진입...돈 되는 사업은
[MT리포트]초고령사회 그리고 30만개의 죽음④
[편집자주] 80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했다. 2015년 140만명 수준이었던 80세 이상 인구는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초고령화사회의 단면이다. 사망자수도 급증해 지난해 연간 사망자수는 1970년 관련 통계 집계 후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섰다. '노인의 나라'와 '대규모 죽음의 시대'. 급속한 고령화와 늘어나는 사망자수는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를 야기한다.
일본에서 고령화는 오래된 일상이다. 실버산업에서의 기회 탐색과 고령 인구의 노동시장 진출 모색도 그만큼 빨랐다. '고령화=경제 악재'란 도식을 깨기 위한 노력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이 곧 마주치게 될 난제들을 먼저 겪었기 때문에 우리가 참고할 부분들도 분명히 있다.
인구 줄며 고령화 가속…'일하는 고령층'↑
일본은 이미 200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20% 이상)에 진입했다. 주요국 중 가장 이르다. 2026년께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전망되는 한국보다 20년 이상 일찍 ‘노인의 나라’가 됐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30%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구 변화는 노동시장 구조를 뒤흔들었다. 일본의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1990년대 후반 줄어들기 시작했고, 전체 인구는 2008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연히 노동시장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났다. 2013년 이미 전체 노동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10%를 넘겼다.
다수의 일본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면서 고령층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늘어났다. 일본 정부는 후생노동성을 중심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4월부터는 개정된 고령자고용안전법에 따라 정년이 70세로 늘어난다. 언론은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꾸리는 고령층을 조명하고 있다.
와카미야 마사코씨의 이야기는 '100세 시대'의 '모범'으로 꼽히는 대표적 사례다. 그는 은행 은퇴를 앞둔 58세에 생애 첫 PC를 갖게 된 뒤 독학으로 컴퓨터를 배워 81세였던 2017년 앱 개발자가 됐다. 전세계를 돌며 강연하고 고령층에게 IT 기술을 전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초청으로 2017년 열린 애플 연례 세계개발자대회에 초대되기도 했다.
고령화로 인해 경제에 발전하는 곳이 있다
고령층 비중이 늘어나며 산업 구조 전반도 바뀌는 중이다. 의료 및 간병 서비스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게 대표적 변화다. 전체 노동인구 중 일본 의료 및 돌봄 서비스 종사자 비중은 2002년 7%에서 2017년 12%로 늘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내각부는 일본인의 평균 수명이 2060년 남성은 84.19세, 여성은 90.93세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의료 서비스 노동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바뀐 인구 구조에 따라 새로운 시장을 찾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NTT도코모는 2012년 헬스케어 기기 제조사 옴론헬스케어와 합작사 도코모 헬스케어를 세운 뒤 지난해 이 합작사를 자회사로 합병하는 등 헬스케어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고령층을 의식한 행보다.
시세이도를 비롯한 일본 화장품 기업들도 일찌감치 시니어 전용 브랜드와 제품을 출시했다. 고령층 대상 음식 배달 서비스, 고령층 픽업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 미즈호은행은 의료, 노인용품 등 일본의 실버산업 시장을 2025년 101조3000억엔(한화 약 1000조원)으로 추산했다.
늘어나는 고령층은 첨단 분야인 로봇 시장도 바꾸고 있다. 음성 등으로 사람의 감정을 추정하는 반려로봇 출시가 늘면서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 종합기구(NEDO)는 일본 서비스 로봇 시장 비중이 2025년 산업용 로봇 시장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자산관리·민간 연금 등에 대한 수요가 늘며 금융시장 역시 필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일하는 고령층 늘었지만…대부분 비정규직
그러나 숙제도 여전하다. 일하는 고령층이 늘었지만 이들 일자리가 주로 비정규직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하는 65세 이상(기업 임원 제외) 약 510만명 중 파트타임·비정규직이 약 390만명(80%)이었다.
불안정한 일자리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위기 국면에서 노인 빈곤 문제를 부각시켰다. 팬데믹 선포 직후인 지난해 3월 로이터는 비정규직 위주인 일본 고령층들의 일자리가 팬데믹 이후 사라지며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고령자의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으니 이는 자연스러운 일일까? 편견을 깨는 목소리가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2019년 주요20개국(G20) 심포지엄 연설에서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경제성장을 방해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예'라고 하겠지만, 기술 혁신의 영향을 고려하면 대답은 '아니오'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청년·중년·노년층 각각에게 가능한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는 전세대의 노동생산성 증대와 거시경제적 성장률 제고 및 개개인의 삶의 질 개선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했다.
권다희 기자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3051029289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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