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첫 수사 대상은 '살인자'여야 한다[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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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첫 수사 대상은 '살인자'여야 한다

2021.02.18

초대 공수처장이 임명되었습니다. 공정하지 못한 검찰을 개혁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내세웠습니다만 청문회는 공정성을 검증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우려했던 것처럼 다수 여당의 거수로 싱겁게 끝났습니다. 이제 곧 역할이 시작될 터인데 공수처가 수사할 첫 사건에 세간의 이목이 쏠려있습니다.
공수처는 검경이 감히 손대지 못한 사건을 과감하게 수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첫 사건을 어느 것으로 하느냐에 따라 공수처를 보는 국민의 눈이 달라질 것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 Covid19 국내 확진자가 84,000명, 사망자는 1,500명을 넘어섰으며, 변이 바이러스까지 유입되어 확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백신 수입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늦어 이달 말에 첫 접종됩니다. 그나마 국가가 발표한 계획이 전혀 차질을 빚지 않아야만 올해 말에나 겨우 안심할 단계에 도달할 전망입니다. 전 세계 백신 수급현황은 그러나 장담할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도입되기도 전인데 벌써 삐걱대고 있습니다.

백신에 관한 전권이 질병관리청장에게 위임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질병청은 역병이 발생했을 때나 선진 각국이 백신 확보 전쟁을 벌일 때 비전문가들의 뒷전에 물러나 있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입국 통제나 국내 방역 지침 마련, 의료진 지휘 등은 정치인의 몫이었습니다. 중국, 이스라엘, 호주, 대만 등에 나가 있는 보건복지부, 외교부, 국정원, 검찰, 경찰, 정보사 등이 질병청에 어떤 정보를 제공했을까 궁금합니다. 질병청에 정보를 준 것은 고사하고 소속 부서에 어떤 전문을 보냈나 추적해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청장(전에는 관리본부장)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최근에 드러났습니다. 방역 최일선에서 지휘해야 할 청장이 오죽했으면 청의 판단과 결정을 정책으로 옮기지 못하고 학술논문으로 발표해야만 했을까요.

대통령 전 비서실장 노영민은 만약 역병을 확산시킨 자가 있다면 “살인자”라고 국회에서 소리쳤습니다. 아마 그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과문한 탓인지 우리 수사기관이 1,5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것을 수사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게 피살되던 날 북한군의 교신 내용이 우리 군의 공개로 언론에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되었습니다. 이를 접한 많은 안보 관련자들은 경악했습니다. 우리 군의 대적(對敵)정보 능력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아주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결과로 북한군은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은 채 공짜로 무지무지 비싼 우리 군의 첩보능력을 파악했습니다. 군 발표를 토대로 그들의 어떤 장비, 어느 보고 선(線)까지 우리 군이 감청하는가를 손쉽게 확인했겠지요. 암호와 도청 방지를 위해 전파를 찌그러뜨려 보낸 것(비화기)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로또에 당첨된 것만큼이나 환호성을 내질렀을 겁니다. 북한군은 지금쯤 군의 보고 채널 및 교신 장비와 방법을 전면 수정, 우리 군의 첩보 작전을 힘들게 하고 있을 것입니다.

북한군의 천안함 폭침 때 교신 내용을 밝히라는 국회와 언론의 압력에 끝까지 버텼던 것과 비교됩니다.
군의 의도를 이해는 합니다. 그간 수없이 반복된 정치권의 모순된 압력과 부당한 간섭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자포자기한 심정이었고, 군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호신책이었을 겁니다.

# 정부가 2019년 11월 북한에서 탈주한 두 명을 몰래 넘겨주려다 들통난 사건은 지금도 국내외에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영원히 감춰졌을 사건이 언론에 의해 까발려졌습니다. 정부는 흉악범이라서 북한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만 모순 투성이 답변입니다. 당시 국방장관은 그들이 북한으로 넘겨지는 순간까지도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군이 왜 직속상관인 국방부 장관을 건너뛰었으며, 누군가에게 직보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사건을 지휘하고 최종 보고를 받은 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또 그들이 몰고 온 배를 부랴부랴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은 무슨 이유였는지도 베일에 가려 있습니다. 군의 지휘체계 확립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자유칼럼 2019년 11월 13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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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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