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활력을 주는 호기심 [홍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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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활력을 주는 호기심

2021.01.22

아직 50대이던 시절, 나이 들면서도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하였습니다. 근거는 호기심이었습니다. 모르던 것을 알 기회가 있으면 재미있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것에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가졌다가 흥분하기도 하였습니다. 남들과 비교해 보지 않았으니 호기심이 강하다는 건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될 일은 아닙니다.

그전에도 호기심이 발현된 경험은 있었습니다. 두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1970년대 후반 발레 『백조의 호수』를 누님이 보여 주었습니다. 그건 충격이었습니다. “이 감동은 음악을 들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 음악은 가슴으로 느꼈는데 춤에서는 온몸에 와 닿는 무언가를 느낀다.” 그 뒤로 간간이 발레 공연을 감상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여러 차례 보여 준 일은 단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젠가 독일의 현대무용단이 공연하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보았을 때는 난해하여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클래식 발레 정도만 즐기는 수준인 거죠. 현대무용도 즐길 수 있을 때가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1980년대에 택시로 은평구 신사동에서 구기터널을 지나간 날, 눈에 확 띄는 건물 양식을 발견했습니다. 간판은 서울미술관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호기심으로 며칠 뒤 방문했습니다.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런대로 흥미로웠습니다. 미술관이라고는 처음 들어갔습니다.

머리 한쪽에서 고등학교 때 미술을 가르치던 홍종명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그린 이가 무얼 나타내려 했는지 생각지 말고 자신이 어떤 느낌을 받는지 생각하라.” 전시된 그림의 의미가 무언지 몰라도 ‘그냥’ 재미있었습니다. 서울미술관은 몇 차례 더 가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미술관 간판은 사라졌습니다. 몇 해 전 자하문 터널 입구 근처에 같은 이름의 미술관이 들어섰습니다. 당연히 찾아보았습니다.

뉴욕의 맨하탄에 첫발을 디딘 날은 토요일이어서 출장 목적과 관계없는 장소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현대미술관(MOMA)입니다. 학생 때 읽던 영자 주간지에 실린 기사 덕분에 기억난 곳입니다. 마침 특별전시회가 있었는데, 운 좋게도 미술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어서 흥분하였습니다. 주간지 기사에서 보았던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도 두 점이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2000년대 들어 신문 기사를 보고 간송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어쩌다 박물관에서 본 문화재에서와는 다른 감흥을 느꼈습니다. 한국화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느 그림 앞에서는 긴 시간 머무르기도 했습니다. 미술관 방문은 어쩌다 있는 일이지만 이제 낯설지는 않습니다.

거의 우연이었지만 춤이나 그림을 대하고 나서는 그것들이 머릿속이나 마음속에 한 자리씩을 차지하였습니다. 호기심 덕분에 받아들인 결과지요. 회사 근무 시절 직무와 관련해서도 낯선 일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선택했습니다. 선택한 일에서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때로 그 선택의 결과가 처세라는 관점에서 손해일지라도 후회는 없었습니다. 적어도 경험 자산은 더했으니까요.

지금까지도 호기심은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무모한 시도도 했습니다. 지난달 피아노 악보를 구입한 일이 한 예입니다. 피아노를 배운 적은 없습니다. 서른 살 즈음에 피아노곡으로 편곡된 영미계의 대중가요 한두 곡을 ‘대충’ 쳐낸 적은 있습니다. 이번에는 본격적인 피아노곡이었습니다.

한 곡을 몇 부분으로 나누어서 각각 긴 시간을 두고 연습할 요량이었습니다. 도입 부분을 반복해서 여러 날 연습해 보았지만 너무 어려웠습니다. 트릴(tr) 부분에서는 손가락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포기라고 확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내일이라도 다시 시도할 용기가 날지 모르니까요.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일인데 왜 시도하냐구요? 시도라도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테니까요. 과거에는 호기심을 느꼈다 해도 직업이나 생계상의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라도 하고 싶은 일은 다 실행하려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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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홍승철

고려대 경영학과 졸. 엘지화학에서 경영기획 및 혁신, 적자사업 회생활동 등을 함. 1인기업 다온컨설팅을 창립, 회사원들 대상 강의와 중소기업 컨설팅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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