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적인 '기둥식 목조 건물'

기둥식 목조 건물, 용도 변경 쉽고 탄소 흡수해 친환경적


도시와 건축


    인류 역사를 보면 1인당 점유하는 주거면적은 점점 늘었다. 소유하는 물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의 크기는 그대로지만 우리가 소유한 물건은 점점 커지고 종류 수도 늘어났다. 1970년대의 나보다 2020년의 나는 신발과 옷을 10배쯤 가지고 있다. 1970년대 부엌에서는 아궁이와 석유풍로로 밥을 해 먹었다. 2020년 현재 가스레인지는 불 나오는 구멍이 4개가 되었고, 냉장고는 양문형으로 바뀌었다. 전자레인지, 김치냉장고,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스타일러스가 생겼다. 집안 살림의 종류도 늘어나고 크기도 커졌다.

 

아파트 같은 벽식 구조 고층 건물

리모델링 어렵고 층간소음 문제


기둥식 구조의 공장 많던 성수동

식당·전시장·카페 등 변형 뚝딱


목조, 탄소 배출 없애고 보수 쉬워

미래지향적 스마트시티에 제격


경회루는 기둥으로 지붕을 받치는 기둥식 건축물이다. [뉴스1]




문제는 이런 변화를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아파트의 좁은 부엌은 수용을 못 한다는 점이다. 5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가족구성원 수는 줄었고 라이프스타일은 바뀌었는데 우리 주거의 평면도는 그대로이고 바꿀 수도 없다. 이유는 아파트가 벽식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성베드로 성당은 벽식, 경회루는 기둥식

건축물의 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벽식 구조와 기둥식 구조다. 지붕을 벽으로 받치느냐 기둥으로 받치느냐의 차이다. 성베드로 성당은 벽으로 지붕을 받치고, 경회루는 기둥으로 지붕을 받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양 건축은 벽, 극동아시아 건축은 기둥으로 받치고 있는데, 아파트는 동양에 지어졌는데도 벽으로 받치고 있다. 이유는 좁은 아파트에 기둥이 있으면 평면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여러 명의 가족이 살게 하기 위해서 방을 나누는 벽이 필요한데, 그 벽을 구조체로 사용하면 면적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집합주거는 대부분 벽식 구조로 되어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벽식 구조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층간소음이다. 해외의 경우 층간소음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아파트에 카펫을 깔거나 신발을 신고 다녀서다. 우리나라는 신을 벗고 생활하는 데다가 바닥이 딱딱한 온돌로 되어 있어서 충격에너지 전달이 쉽다. 일반적으로 소리에너지는 기체보다는 액체, 액체보다는 고체에서 더 빠르고 강하게 전달된다. 걸을 때의 충격은 온돌바닥에 전달되고 그 진동은 고스란히 벽으로 전달된다. 층간소음의 문제를 줄이기에는 벽식보다 기둥식 구조가 더 적합하다.



 

벽식 구조의 더 큰 문제점은 변화하는 필요에 적절하게 벽을 변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벽을 부수는 순간 집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거실과 방 사이에 창문을 뚫는 리모델링을 할 수도 없다.

 

자동차정비소 건물을 개조해 만든 ‘아모레 성수’.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60%는 1인가구와 2인가구다. 이들은 사실 방이 3개로 나누어질 필요가 없다. 커다란 방 1개와 넓은 부엌과 거실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그러한 변형을 만들 수 없는 구조로 아파트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국민이 필요로 하는 디자인의 아파트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만약에 우리나라의 아파트가 기둥식 구조로 지어졌다면 변화된 주거수요에 적절하게 변형해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맨해튼의 소호에 지어진 공장건물들이다. 공장이 망해서 나가도 기둥식 구조로 지어진 공장은 변화된 시대에 로프트식 주거나 갤러리 등으로 다용도로 변형되어 사용된다.

 

서울의 경우에는 성수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의 건물들은 식당, 전시장, 카페 등으로 사용된다. 변형해서 사용할 수 있었기에 부서지지 않고 존속되었다.

 

사실 가장 친환경적인 건축물은 신재생에너지 장치가 많이 들어간 건축물도, 친환경 건축자재로 지어진 건축물도 아닌 기둥식 구조로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이 건물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살아남을 수 있고, 그러면 기존 건물을 부수고 신축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신축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은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한 콘크리트나 철근을 생산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가장 친환경적인 건축은 세월의 변화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둥구조 건축이다.

 

런던에 세워진 목조 고층건물 스타드 하우스. [중앙포토]


건축에서 가장 큰 변화는 건축 재료의 변화에서 시작한다. 20세기에 들어서 건축은 철근 콘크리트와 강철이라는 새로운 재료를 맞이하게 된다. 기존의 벽돌로 만든 벽이나 나무 기둥 대신 콘크리트와 강철 기둥으로 건물을 짓게 되었다. 엘리베이터가 발명되면서 높은 건물을 만들 수 있었고 이는 뉴욕 맨해튼과 같은 마천루의 현대 도시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이후 150년간 건축 재료에 있어서 변화가 없었다. 기술혁명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 두 가지 큰 변화가 생겼다. 3D프린트와 고층목구조의 등장이다.

 

3D프린트는 프린트를 하듯이 특정 재료를 층층이 쌓아서 건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통해서 엄청나게 빠르고 저렴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단층 주택을 400만원 정도 비용으로 하루 만에 지을 수 있는 수준이다. 콘크리트 거푸집을 만들 필요도 없고, 기존의 건축공사에서처럼 재료를 잘라서 버리는 낭비 없이 건축할 수 있다. 재료의 낭비가 없다는 면에서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상용화가 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건축재료에서 두 번째 혁신은 새로운 형태의 목구조이다. 목구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경량목구조와 중목구조다. 경량목구조는 각목으로 지은 집으로 우리가 흔히 미국 교외지역에 지어진 2층 정도의 주택들이 경량목구조로 지어진다. 중목구조는 굵은 나무기둥과 보를 이용해서 지은 목구조 건축으로 한옥이 이에 해당한다.

 

현대 건축재료 기술은 본드로 나무를 겹겹이 붙여서 자연의 목재보다 더 강한 목재를 만들고 있다. 1998년 오스트리아에서 구조용 집성판 목재가 개발이 되면서부터 목조 고층건물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최초의 목조 고층건물인 9층 29m 높이의 ‘스타드하우스(Stadhaus)’가 지어졌고, 2019년 노르웨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19층 85m 높이의 목조 건축물 ‘미에스토르네’가 완성되었다.  

  

도쿄에선 350m 높이 목조 빌딩 계획


일본 도쿄 도심에 지상 70층, 높이 350m의 초고층 목조 빌딩을 짓는 ‘W350계획’ 프로젝트. [사진 쓰쿠바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이미 캐나다를 비롯한 곳에서는 고층 오피스를 목재로 지은 사례가 있고 일본의 경우 도쿄에 350m 높이의 목조 고층빌딩을 2041년에 완공할 계획을 발표했다. 21세기 목구조는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재료상의 혁명이라 할 만하다.

 

목구조는 네 가지 측면에서 친환경적이다. 첫째, 기둥구조다. 기둥으로 만들어진 건축은 시간이 흘러서 다른 용도로 사용되기 쉬워서 오랫동안 사용 가능하고 그래서 가장 친환경적이다. 둘째, 나무로 만든 건축물은 부분적인 보수를 하면서 오랫동안 사용 가능하다. 부석사 무량수전 같은 목조 건축물이 700년 가까이 유지되는 이유는 나무는 썩거나 부서지면 부분적으로 보수 교체를 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시멘트나 강철을 생산할 때 만들어지는 엄청난 양의 탄소배출을 없앨 수 있다. 넷째, 나무가 자라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건축 재료로 남으면서 탄소를 보관한다. 나무는 기본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광합성을 하면서 자란다. 이 과정에서 나무는 탄소를 자신의 몸 안에 저장한다. 나무가 탄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태워서 불을 낼 수 있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나무가 썩으면 나무 안의 탄소가 다시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무를 건축 재료로 사용해서 썩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나무를 키워서 건축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건축 자재를 만들면서 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반대로 대기 중의 탄소를 없애는 일이 된다. 이만큼 적극적인 친환경 건축은 없다.



 

따라서 도시의 고층건물을 모두 기둥식 목구조로 만들 수 있다면 지구온난화의 방향을 유턴시킬 수 있는 혁명이 될 수 있다. 가장 미래지향적인 스마트시티는 도시 내 고층건물이 현대식 목구조로 지어진 도시다. 우리나라의 많은 건축물이 현대식 목구조로 지어지는 날을 하루빨리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하버드·MIT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30여 개의 국내외 건축가상을 수상했고 『어디서 살 것인가』 『공간이 만든 공간』 등 저술활동도 활발하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964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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