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결국 전기료 끌어다 세운다 ㅣ ‘연료비 연동제’ 전기료…“결국 기업에 떠넘겨"


文대선공약 한전공대, 결국 전기료 끌어다 세운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을 사실상 ‘준조세’라고 할 수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충당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12일 공포했다. 개정된 시행령 34조(기금의 사용)는 ‘전력산업 및 전력산업 관련 융복합 분야 전문인력의 양성 및 관리’에 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2022년 개교가 예정된 전남 나주 한전공대 조감도.


한전공대는 차기 대선(2022년 5월) 2개월 전인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설립 및 운영에는 1조60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 자회사 6곳 등 전 그룹사에 분담 출연시킬 계획이다. 전라남도와 나주시도 매년 200억원씩 10년간 2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부채가 131조여원에 달하는 한전이 한전공대 설립 및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정부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한전공대 지원에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의 3.7%를 떼어내 조성하는 기금이다. 2001년 설치된 전력기금은 당시 정부가 한전의 민영화 작업을 추진하면서 한전이 기존에 담당하던 전력 산업 발전, 도서·벽지 전력 공급 지원 등 각종 공적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었다. 모든 국민이 내는 전기료에서 일부를 떼어내 조성하는 일종의 ‘준조세’에 해당한다. 징수는 한전이 맡지만, 실제 기금을 운용하는 주체는 산업통상자원부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이미 카이스트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5곳이 있고, 대학 진학 인구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민 동의도 없이 전기료에서 당장 급하지도, 꼭 필요하지도 않은 대학을 대통령 대선 공약만이라는 이유로 설립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며 “정부가 전력기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은 지원 근거를 마련한 것일 뿐 실제 기금을 사용하려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하고 국회 심의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2021/01/12/LNOBC5FHGFFSNI4Y6OGKVAXEQI/



유가 따라 바뀌는 전기료…“결국 기업에 부담 떠넘겼다”


     내년 1월부터 전기 생산에 쓰이는 연료 가격에 맞춰 전기요금이 바뀌는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가나 천연가스 국제가격의 등락에 따라 산업용 전기료도 오르내리게 되기 때문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전기료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고정비로 여겨졌는데, 앞으로는 변동이 잦아질 전망이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지난 17일 발표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은 전기요금에 원가 변동을 연계하고, 기후환경 비용을 별도 분리해 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후환경 비용이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온실가스 감축에 드는 비용을 뜻한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국내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연료비 연동제가, 장기적으로는 기후환경 요금이 전기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제공


산업용 전기요금의 경우 당장 큰 변화는 없다. 오히려 올 상반기 유가 하락분을 반영해 다음달 전기료는 소폭 낮아질 예정이다. 국제유가는 통상 5~6개월 시차를 두고 전기료에 반영된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는 전기료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유가가 상반기에 저점을 찍고 하반기 들어서는 미국, 유럽 등의 코로나 백신 접종 기대감에 오르고 있어 내년 하반기부터는 전기료 역시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각) 국제유가는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50달러를 기록 중이다. 기업들은 "1~2년 내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유가와 함께 전기료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기후환경 요금이다. 정부의 탈(脫)원전, 탄소중립 기조로 발전단가가 높은 LNG(액화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면서 소비자와 기업이 내야 하는 기후환경 요금은 향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전력구매 단가가 오르면 제조기업들이 원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작년 기준 3조원이었던 기후환경 요금은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에 따라 2030년이면 약 3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한 화학회사 관계자는 "최근 몇년 사이 국내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을 지은 이유 중 하나는 전기료가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이라며 "향후 전기료가 오르면 제조원가에서 전기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일수록 국내 공장 비중을 줄이고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과 전기 사용량이 많은 자동차와 철강 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온실가스 다(多)배출 업종으로 지목받는 철강과 석유화학 기업들은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탄소 저감 노력에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인데, 전기료 상승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이중으로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내 철강회사 관계자는 "유가에 따라 전기료가 바뀔 것을 예측하고 사업 계획을 짜야 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철강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도 별도로 투자해야 하는데 여기에 전기료까지 오르면 원가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미 국내 제철소들은 한계 수준으로 공정 효율을 높였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기료를 절감하기란 마른 수건에서 물 짜내는 격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다만 기존과 달리 전기료 인상 요인이 겉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국민과 기업이 탈원전·탈석탄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속도 조절을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훈 교수는 "기후환경 요금을 별도 표기하면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비용이 얼마인지 국민과 기업 모두 알게 된다"며 "독일처럼 국민과 기업이 전기요금 인상에 동의를 하면 에너지 전환을 그대로 진행하지만, 반대하면 정부도 현실을 반영해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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