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이 재개발 독점해선 집값 절대 못 잡는다"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이익 좇으면 惡이다” 官이 재개발 독점해선 집값 절대 못 잡는다

유현준 교수·건축가


국토부, 官주도 도심 재개발로 공공주택 공급 계획

혼자 정의롭다며 견제 거부한 캡틴 아메리카 같아

집값 상승엔 장기간 복합적 원인… 공급부터 제대로 해야

민간 배제, 임대주택만 지으면 ‘정치적 결정’ 오해 불러

금난전권 폐지한 정조처럼 긴 안목의 건축정책 세워야


   신임 국토부 장관은 현재 서울에 아직도 개발할 땅이 많다고 말한다. 그 말에 동의한다. 그는 서울은 파리보다 용적률이 낮으니 도심에 밀도를 높여서 주거를 공급하겠다고 말한다. 그 말에도 동의한다. 그런데 재건축은 민간이 아니라 관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일러스트=백형선




재건축 재개발을 LH가 공공주택 중심으로만 하겠다는 생각은 LH만 개발업을 독점하겠다는 말이다. LH 사장 출신다운 말이다. 향후 임대주택의 집값이 오르더라도 LH에만 다시 팔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경제성장에 따른 개발 이익도 LH가 다 회수하겠다는 말이다. “국민은 월세 소작농 하시고, 나 혼자 지주 할게”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이런 정책의 바탕에는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은 모두 악으로 규정하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현재 상황으로 보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선한가? 정부에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우리는 독재라고 하지 않았던가? 본인은 항상 착하다고 다른 사람은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캐릭터가 있다. 마블 영화 ‘어벤져스 시빌워’에 나오는 캡틴 아메리카다. 그는 UN의 견제를 받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다가 아이언맨하고 갈등을 빚었었다. 나는 캡틴 아메리카처럼 자신만 옳다고 하는 사람이 싫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본인이 악의 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도 규제받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옳다.


지금 집값이 오른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십 년 전쯤 인구론자들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예언했고 사람들이 집을 안 사고 전세로 몰릴 때 전세대출이 생겼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자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갭투자로 집을 여러 채 매입했다.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집을 모두 비슷하게 지어서 집이 화폐의 기능을 가지면서 투기의 대상이 된 것도 문제였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 서울 집값의 문제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시대 변화의 흐름에 역행한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정책도 한몫했다. 정책 입안자들은 서울에 집을 짓지 않으면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사 가서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KTX 같은 교통수단의 발달로 시간 거리가 줄고 공간이 압축되자 서울로 더 모이게 되었다. 서울로 모이자 서울의 주택 수요는 더 늘어나는데 지난 10년간 서울시는 재건축을 규제했다. 주택 공급이 되지 못하자 집값이 뛰었다.


이 집값 문제는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정책과 더불어 제대로 된 공급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방 균형발전은 지방만의 차별화된 공간 개발로 사람을 유인해야 한다.


국토 개발을 보면서 제일 어이없는 것 중 하나가 KTX 오송역의 위치다. 오송역은 세종시에서 택시로 25분가량 떨어져서 세종시에 갈 때마다 택시를 타야 한다. 막대한 에너지 낭비다. 오송역은 청주와 세종시의 중간에 배치되었다. 청주시의 표를 잃으면 안 되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애초에 세종시를 만든 것도 충청권 표를 얻기 위한 거였으니 그런 결정이 의아하지도 않다. 왜 충청도에 행정도시를 만들었을까? 영남과 호남의 표는 어차피 결정 나 있고 중간에 위치한 충청에서 표를 얻어야 스윙스테이트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항상 중간 부동층을 공략하는 정치적인 의사 결정이다.


정부가 계속해서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차피 집을 소유한 사람은 야당 표고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여당 표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간에 위치한 사람이 집을 사면 보수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은 더 어려운 계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지어야 한다. 중산층을 위해서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저소득층을 해결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



결국 새로 공급하는 모든 집을 임대주택으로 짓겠다는 정책은 국민 세금으로 표를 사겠다는 정치적인, 엄밀하게 말하면 선거 전략적 의사 결정일 수 있다. 만약에 그렇다면 이것은 일종의 ‘게리맨더링’이다. 게리맨더링은 특정 정당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도록 선거구를 지리적인 구역과 다르게 기형적인 모양으로 분할하는 것을 말한다. 설마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이 이러한 선거 전략적 의도는 아니겠지만 그런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정부만 주도적으로 주택 공급을 하겠다는 것은 현대판 금난전권이다. 금난전권은 조선시대 일부 상인이 일반인이 여는 시장은 난전이라고 해서 금지했던 법이다. 도시 재건축에서 민간 시장의 개입을 배제하고 있는 정부와 LH는 금난전권을 유지하며 시장을 독점하려 했던 조선시대 기득권 상인들과 다를 바 없다.


정부는 이제 민간의 자발적인 재건축 재개발을 활성화할 정책을 내고 LH는 민간에서 해결 못 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LH 사장 출신의 국토부 장관이 제시한 정책은 대한민국의 도시화가 91%로 완성되어 할 일이 없어진 LH의 파이를 키우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다른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건축 정책은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건축 공간을 만드는 정책은 당대에 그치지 않고 향후 100년 넘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제발 건축에 대한 정책만이라도 크게 보고 멀리 보자. 선거를 앞두고 선거 전략적 목적으로 나오는 공항이나 신도시 계획 등은 잘못될 가능성이 높다. 도시나 건축에 대해서는 선거를 넘어 더 큰 정치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정조는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새해에는 이 나라 위정자들이 정조 같은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1/01/01/RBGED4HY65FNRBRPJ3UI2JKT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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