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콧대 높아진 골프장...코로나로 다시 콧대 꺾어져

`반값 할인` `카트비 공짜`...콧대높던 골프장서 문자가 왔다


[라이프&골프] 한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최대로 치닫는 요즘에도 필자의 휴대전화에는 반값에 골프를 하라는 메시지가 날아든다.


그린피 9만원에 카트비를 안받는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있다. 코로나 특수를 누리면서 폭리를 취하던 불과 보름 전의 골프장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다.


골프장도 더 이상 안전지대 안돼



 

관련기사

한국 골프장 너무해 너무해...일본의 2.3배...코로나 악용

https://conpaper.tistory.com/90575?category=549091



edited by kcontents


지난 21일 사업가인 필자의 고교 선배는 10일간의 격리를 마쳤다며 전화로 그 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2주 전인 7일 골프 동반자 한 명이 11일 최종 확진자로 판명나면서 선배를 포함한 나머지 동반자들도 그 날로 격리에 들어간 것.


골프 이틀 후인 9일 감기 몸살 기운으로 병원을 찾은 당사자는 의사 권유로 코로나 검사를 받은 결과 11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골프 당일 아침을 함께 먹고 전반 9홀을 마친 후 스타트하우스에서 막걸리 2통을 마시며 오랫동안 담소를 나눴다.


골프 후 샤워를 했지만 점심식사는 하지 않고 헤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감염됐는지 파악을 못하고 그냥 무증상자에게서 옮겼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선배는 그날 이후 올 겨울 모든 골프일정을 취소해 버렸다.


전국의 골프장이 코로나19 비상이 걸렸다. 지난 18일 포천군 일동면 소재 골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20일까지 22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골프장 이용객 가운데 아직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방역당국은 추적 중이다.


13일에는 경북 영덕 소재 골프장은 식당종업원의 확진으로 이틀간 휴장했다. 이 골프장을 이용한 서울 노원구 확진자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전해진다.




7일에는 부산의 명문골프장 캐디가 감염돼 100여 명의 동료직원이 자가격리됐다. 11월 말 12월 초에는 광주와 경남의 골프장에서 골프모임을 연결고리로 남부권에도 계속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다.


10월 말에는 용인의 골프장에서 40명 이상의 집단 감염자가 발생했다. 동문 골프모임에 80명이 참석해 골프장 식당을 이용하고 골프를 끝내고 저녁도 함께했다. 확진자와 접촉한 800여 명이 진단검사를 받아야 했다.



아무리 골프가 좋아도 골퍼들도 비상시국엔 자제하는 게 마땅하다. 골프 속성상 동반자들을 의식해 미안한 마음에 약속을 취소하지 않으면 더 큰 화근이 된다.


얼마 전 춘천권 골프장에서 방호복을 입은 요원이 나타나 샷을 휘두르던 한 골퍼를 페어웨이에서 데리고 나갔다.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숨기고 필드에 나온 것. 동반자는 물론 캐디와 직원까지 검사를 받고 격리 당하면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골프장, 코로나 호황 틈타 캐디피·카트비 줄줄이..코로나 악용  경남신문 

edited by kcontents


파주의 한 골프장에선 집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한 골퍼가 부랴부랴 클럽을 챙겨 골프장을 빠져나갔다. 격리 중인 부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 동반자들과 캐디는 이 사실을 숨긴 데에 분노했다.


골프장으로선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나오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당장 문을 닫으면 하루 5000만원(겨울 18홀) 안팎의 매출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한겨울 추위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데도 골프장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겨울 영업을 강행 중이다. 지난 14일 기준 중부권 77개 골프장 가운데 51곳이 올 겨울 휴장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겨울 14곳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휴장 기일도 예년보다 훨씬 짧고 일주일 이내인 곳도 있다. 겨울엔 내장객도 적고 봄철 골프장 상태를 위해 대부분 관리하고 정비하는 기간으로 삼는데 올핸 쉴 새 없이 골프장을 돌린다.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사상 유례 없이 누린 특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인데 바로 "물들어 왔을 때 노 젓자"라는 심리다.


수도권 대중골프장의 경우 올해 주중 그린피를 1인당 5만원 정도인 18만원 선으로 올렸고 캐디피와 카트비도 덩달아 인상했다. 남양주 권의 한 골프장 사장은 외국 골프투어가 봉쇄된 덕분에 지난해보다 두 배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전했다.


골프장 영업 강행으로 확진자가 다녀갔거나 접촉한 사실을 숨길까봐 방역당국은 가장 우려한다. 이달 초 필자는 여주권 골프장에서 캐디끼리 나누던 이야기를 우연히 접하곤 깜짝 놀랐다.




감염이나 접촉 사실이 있다면 발설하지 말고 골프장에 맨 먼저 알리라고 골프장 측이 요구한다는 것. 은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급기야 정부는 24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친목을 목적으로 한 5인 이상 실내외 사적모임 금지 대상에 골프장도 포함시켰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 벌금에 관련 비용에 대한 구상권도 청구한다. 행정단속을 위반해 확진자가 발생하면 접촉자 진단비용과 치료비용까지 모두 물어내야 한다.


 


제주도 골프장도 24일부터 5인 사적 모임 금지 대상에 들어갔다. 캐디를 포함시키면 3명, 캐디 없이 4명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각 골프장에는 취소가 잇따르고 미리 예약한 골퍼들은 인원 조정에 혼선을 빚는다. 골프부킹 서비스업체인 XGOLF에 따르면 행정명령 발표 하루만에 3000여 건의 취소가 이어졌다.


골프장에서의 감염은 골프 전후 식사, 전반 라운드 후 식음료를 섭취하는 스타트하우스, 그리고 사우나실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 가운데 스타트하우스에서 식음료나 술을 마시며 20분 정도 휴식을 취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


카트도 위험장소다. 카트야말로 밀집, 밀접, 밀착 등 3밀(密) 장소이기 때문이다. 겨울철엔 날이 추워 카트 양쪽 비닐 바람막이도 내리기 때문에 이동 중 내부 공기흐름이 원활치 못해 감염우려가 매우 크다.




"내가 걸리는 건 무섭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이건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아림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4라운드 내내 마스크를 한 번도 벗지 않고 경기를 치른 그에게 영국 가디언 지는 "동화 같은 메이저대회 마스크 우승"이라고 극찬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선수들이나 아마추어 골퍼들이 본받아야 할 모델이다. 하지만 비상시국인 만큼 골프장도 가능하면 휴장하고 골퍼들도 자제해 감염위험을 낮춰야 할 것으로 요망된다.



코로나로 모든 업종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골프장은 올해 골프비를 대폭 올려 큰 호사를 누렸다. 정부도 별다른 제한을 가하지 않았다. 도 넘은 폭리 행위에 이를 제지하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제주도에선 도민들이 골프장이 어려울 때 기꺼이 받아준 도민 할인혜택마저 없애버려 원성을 샀다. 급기야 23일 제주도의회는 골프장에 대한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줄이는 내용을 담은 조례개정안을 의원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건축물 재산세율을 현행 0.25%에서 0.75%로 3배 인상하고, 지하수 이용 지역자원시설세 감면 대상에서도 골프장을 제외키로 했다. 비상시국에 골프장들도 이익만 추구할게 아니라 방역에 적극 동참하고 절제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 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0/12/1321509/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