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주민들 왜 열 받았나


“10년 기다린 지하철인데…” 폭발 직전 위례 주민들


[땅집고] “위례신사선 연장해서 ‘위례삼동선’ 만든다고요? 아침 출근시간에 3량 짜리 열차가 광주 삼동에서부터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하면, 위례 주민들이 탈 자리가 있을까요. 그야말로 위례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 다른 지역 사람들이 숟가락만 얹는 꼴 아닌가요?”


[땅집고] 위례신사선과 위례삼동선 예상 노선도. /이지은 기자


수도권 2기신도시로 2013년 입주를 시작한 ‘위례신도시’는 서울 강남과 판교가 가깝고 주거환경도 쾌적한 편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지하철이 없다는 것. 위례 입주민들은 이런 교통 불편이 곧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서울 강남구 신사역(3호선)과 위례신도시를 잇는 경전철 위례신사선이 2022년 착공, 2027년 개통할 예정이라서다. 위례신사선 사업이 2008년부터 시작된 것을 고려하면 약 14년 만에 착공하는 셈이다.




그런데 위례신도시 주민들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떨어졌다. 지난 10월 27일 경기도가 수도권에 계획한 총 12개 철도 노선 중 ‘위례삼동선’을 제 4차(2021~2025년)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가장 먼저 반영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청한 것. 위례삼동선은 위례신사선을 연장해 위례신도시~성남~광주 삼동까지 잇는 총 길이 10.4㎞ 노선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위례신사선과 같은 시기에 위례삼동선이 개통해야 광역교통망 개선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위례신도시 입주민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열차가 3량짜리 경전철이어서 한 번에 270명만 태울 수 있는데, 광주 삼동부터 승객을 태우면 이미 ‘콩나물 시루’ 상태여서 정작 10년 넘게 개통을 기다려온 위례 주민들이 탈 자리는 거의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로 서울 도심으로 가는 전철이나 철도 노선이 긴 경우 서울과 가까운 지역 주민들은 출퇴근 시간에 이미 만차 상태인 전철에 타지 못해 고통을 겪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 3호선은 출근 시간 고양시에서 출발할 때부터 만차여서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주민들이 전철에 타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8량짜리 중전철로 운영하는 지하철 5호선도 올해 8월 1단계 연장구간(상일동역~하남풍산역)이 개통한 후 기존 종착역이었던 강동구 고덕동 주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땅집고] 위례삼동선 건설에 반대하는 위례신도시 주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위례 입주민들이 위례삼동선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이들이 위례신사선 교통부담금으로 가구당 1000만원 넘게 지불했기 때문이다. 현행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광역교통개선대책 재원은 교통수요 유발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위례신도시 아파트 분양가에는 위례신사선 교통부담금이 평균 1400만원 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위례삼동선은 총 사업비 8168억원 중 국비로 5718억원을, 도비·시비로 각각 1225억원을 충당한다. 위례신도시 한 입주민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돈은 돈대로 다 내고 광주, 성남에 위례신사선을 뺏기게 생겼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철도 이용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다양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위례신사선과 위례삼동선을 곧바로 연결하는 ‘직결 구조’가 아닌 ‘환승 구조’로 설계할 것 열차를 위례발·삼동발로 나눠서 운행할 것 등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이 사업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위례신사선 연장안을 제시한 성남시는 애초에 성남시와 광주시가 공동수행한 사전타당성조사는 두 노선을 직접 연결한다고 가정하고 조사한 것이며, 이를 전제로 B/C(비용 대비 편익) 1.03을 받았기 때문에 환승 구조 등에 대해서는 고려할 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제 막 검토 중인 철도 노선에 대해 구체적인 운행 방안을 논의할 것도 아니고, 지자체가 불필요한 지역 갈등에 신경쓰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https://www.chosun.com/economy/real_estate/2020/12/07/SFIJ2PKBH5CJVEVY226V5DSS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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