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에 듣고 싶은 노래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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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에 듣고 싶은 노래

2020.12.04

지긋지긋한 올해(경자년!)가 저물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잿빛 갑주차림의 살벌한 겨울 군대가 기치창검을 번뜩이며 도하(渡河)할 것이에요. 계절이 바뀌어도 나아지기는커녕 재확산 국면에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제 마음을 도사려 한동안 ‘원치 않는 적과의 동거(with corona)’를 할 수밖에요. 이 계절에 한번쯤 듣고 싶은 노래를 소개합니다. 고르다 보니 슬픈 정조의 음악이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듣다 보면 우울한 감정이 순화되어 슬픔이 조금은 가실지도 모르잖아요.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오겠지(아그네스 발차)
‘내 소중한 눈물로 시간을 씻어내겠어요/고통이 펜던트처럼 목에 걸려있 지 않도록 자신을 깨우치세요/결국에는 우리에게 좋은 날이 밝아올 거예요’

그리스 출생의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가 부른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거야(Aspri mera keya mas)>는 서정적이며 애틋한 노래입니다. 본디 그리스가 오스만 터키와 독일의 지배를 받을 때 알음알음으로 불린 민족적 울분과 희망을 실은 민요였죠. 여러 가수의 곡이 있지만 감정을 절제한 담담한 음색으로 부른 발차의 노래가 으뜸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마음에 와닿는 그리스 출신 아티스트들이 여럿 있군요. 왕언니 멜리나 메르쿠리를 비롯해 마리아 칼라스, 나나 무스쿠리, 아그네스 발차, 비키 레안드로스 등등.

   #옛 버릇은 끊기 어려워(믹 재거)
그룹 롤링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리더 믹 재거(Micj Jagger)가 부른 <옛 버릇은 끊기 어려워(Old habits die hard)>는 헤어진 연인에 대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음 직한 회한을 노래합니다.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오래된 습관으로 남아 어린아이처럼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처연한 내용이에요. 가사에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떨쳐버리기가 '11월의 비보다 어렵다(harder than November rain)'는 표현이 나옵니다. 노래가 이어지는군요,

‘난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넌 내 마음의 벽 사이로 유령처럼 걸어오고/나는 그만 어린애처럼 길을 잃어/오랜 습관은 고쳐지지 않아/11월의 비보다 더 어렵다네.’

   #마른 잎(임아영)
계절이 계절인지라 록음악의 대부 신중현이 작곡한 <마른 잎>도 신청해 듣습니다. 나직한 음성의 장현이 부른 노래가 우리에겐 가장 많이 알려졌죠. 짙은 허스키의 김추자 노래도 좋았고요. 그보다는 오리지널 가수인 임아영이 부른 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임아영은 한때 초기 신중현 사단에서 큰 기대를 모은 에이스였지만, 후속 노래가 없어 궁금증을 자아낸 가수이기도 했어요. 지금쯤 마른 잎 휘날리는 어느 포도(鋪道)를 외로이 걷고 있겠지요. 임아영의 위태롭고 불안한 하이톤의 음색이 마음속 깊은 곳 현(絃)을 건드립니다.

‘마른 잎 떨어져 길 위에 구르네/ 바람이 불어와 갈 길을 잊었나/아무도 없는 길을 너만 외로이 가야만 하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최백호)
이 노래는 늦가을을 대표하는 11월에 들어야 제 맛이 나는 노래이긴 합니다. 11월은 끼인 달, 이도저도 아닌 달, 꿈속의 외침처럼 막막한 달, 안주 없이 들이키는 쓴 소주 같은 달이어서요. 눈물은 눈물로 씻고 싶고, 울기 시작하면 목 놓아 울고 싶은 것이 삶의 이치죠. 절망의 늪에 한 발을 들여놓고 있을 때보단 절망 속에 침잠할 때가 안온하기도 합니다. 몸이 고통스러우면 마음의 괴로움이 설자리를 잃어 견딜 만하니까. 눈물도 얼어붙는 겨울의 명징(明澄)함이 차라리 견디기 쉽지요. 그래서 최백호는 ‘가을엔 떠나지 말라’고 노래하나 봅니다.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안개속에 가로등 하나/비라도 두울히 내려 버리면 내 마음 갈 길을 잃어/가을엔 떠나지 말아요/차라리 하얀 가을에 떠나요.

   #겨울 아이(이종용)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하지만 봄 여름과 가을 겨울/언제나 맑고 깨끗해/생일 축하합니다/생일축하합니다/당신의 생일을/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이종용의 맑고 고운 음색이 듣는 이의 마음을 정화합니다. 겨울철에 생일을 맞는 연인을 축하하기 위해서 부르는 노래처럼 들립니다. 그렇게 듣고 듣거나 불러도 상관 없겠지요. 하지만 본디 이 노래에 나오는 ‘겨울 아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합니다! 갓 태어나 세상 사람들 모두의 죄를 뒤집어쓰기 전의 ‘아기 예수’이니 얼마나 순결하겠어요? 오래전 대마초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 이종용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애서 목회자로 활동을 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노래 가사는 편의상 순서와 배치를 일부 조정했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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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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