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尹 갈등, 양자냐 택일이냐 [임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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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尹 갈등, 양자냐 택일이냐

2020.11.26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와 징계절차 개시라는 막장 수준으로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품격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이 사태의 본질은 법무장관의 제멋대로의 법집행과 그것을 수수방관하는 대통령의 무작위다.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와 징계절차 착수는 윤 총장을 몰아내기 위한 노골적이고 최후적인 시도다. 추 장관은 검찰인사, 수사지휘권 발동, 특수활동비 조사, 휴대폰 비밀번호공개 입법시도, 감찰권 발동 등 온갖 방법으로 윤 총장에 대한 공격을 이어왔다.

그의 그런 시도는 일부 세력으로부터는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을지 모르나 대다수 국민들이 수긍하기에는 무리하고 편향적인 것이었다. 특활비 조사, 휴대폰비밀번호공개 등 일부 조치들은 오히려 집권세력까지 곤혹하게 하는 부메랑이 되었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찍어내기를 위한 일련의 조치들은 검찰개혁의 핵심과제로 근절돼야 할 별건 수사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의 조국 전 법무장관과 그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수사를 ‘탈탈 털이’ 수사라고 비난했다. 그에 대한 앙갚음을 하려는 듯이 추 장관은 감찰과 재수사를 통해 윤 총장을 탈탈 털고 있다.

윤 총장의 부인과 장모를 비롯해 친인척 동료 후배 검사들에 대한 뒷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에 대한 혐의는 한두 차례 조사나 재판이 끝나 무혐의 또는 무죄로 확정된 사건들이다. 대부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여당의원들이 앞을 다퉈 윤 총장의 무혐의를 주장했던 사안들이다.

이번에 징계대상으로 올린 윤 총장의 6개 혐의를 보면 법무장관의 법인식이 이런 수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징계사유가 중앙일보 사주를 만났다는 것인데 이것은 추 장관 스스로 자신은 어떤 외부 인사들과 만남을 갖고 있느냐를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검찰총장이 언론사 사주를 만난 것이 징계사유가 되려면 그 만남에 범죄성이 있어야 한다. 범죄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두 사람에 대한 기초조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추 장관은 결국 조사도 없이 풍문으로 징계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훼손해 검찰총장의 위엄과 신뢰를 상실했다는 징계사유는 추 장관 스스로에게 더 해당되는 말이라고 해야겠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았으나 “임기를 마친 뒤에 국민을 위해 봉사할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한 지난달 윤 총장의 국회 법사위 발언을 근거로 삼은 듯하다.

임기를 마친 뒤 자연인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이 어떻게 정치적 중립 훼손으로 이해되는 지도 의아하지만, 최소한 그런 말은 1995년 현직 판사를 내던지고 정계 입문한 추장관이 할 말은 아니다. 법사위 발언 이후 윤 총장이 차기 대선후보군에 올라 여당 출신 후보들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여권의 초조함을 대변한 것일지언정 징계사유라고 하기 어렵다.

그밖에 조국 재판부 불법사찰, 한명숙사건 및 채널A 감찰 및 수사방해, 채널A 감찰정보 외부유출, 검찰총장 대면조사 감찰방해 등의 사유 역시 검찰의 반박 논리에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이고, 그 중 채널A 수사에선 추 장관의 무리한 수사지시로 수사검사가 기소되기까지 했다.

검찰총장에 대해 이렇게 적폐적인 방식으로 법을 집행하는 법무장관이 일반인을 상대로 어떻게 법집행을 할지 두렵다. 법무장관의  감정적인 법인식이 이런 수준미달의 징계사유를 낳았다는 점에서, 그런 인식으로 어떻게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것인지 한심할 따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태에 대한 인식도 이해할 수 없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사전 보고를 받았으나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더러는 문 대통령이 둘 사이의 대결을 지켜보며 사태를 즐기고 있다고 말하지만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기에 이른 지금, 즐길 단계를 지난 지는 오래다.

대통령이 이 사태에서 취할 수 있는 결정은, 둘 중의 하나를 버리거나, 둘 모두를 버리는 길이다. 두 가지 방법이 다 간단치 않지만 하나를 버리는 것은 버림받은 사람의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둘을 버리는 것보다 셈법이 복잡해 보인다.

두 사람의 거취에 대해서 여야는 상반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야당인 국민의힘은 추 장관의 자진사퇴나 대통령의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절대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추장관은 11월 16일 국회법사위 발언에서 “검찰개혁이 완수될 때까지 장관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자신에 대한 신임을 확신한다는 뜻이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자신에 대한 인사권을 자신이 갖고 있다는 매우 오만한 발언이다.

윤 총장 또한 지난 달 국회 법사위 발언을 통해 자신에게 부여된 임기는 “임명권자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내년 7월 임기까지는 부여된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측근을 통해 정치권의 사퇴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임무를 수행하라는 격려가 있었다는 말도 했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대결을 벌이면서, 대통령을 향해 나를 해임할 수 있으면 해임하라고 협박하는 형국이다. 발언의 강도에서는 추 장관 쪽이 좀 더 센듯하나, 내용에서는 윤 총장 쪽이 더 의미심장하다. 장관이야 대통령이 임의로 해임하면 그만이지만, 임기가 있는 검찰총장의 해임은 헌법이나 법률 위반으로 인한 국회의 탄핵으로 가능하다.

추 장관은 탄핵 보다 더 간편한 해임 방법으로 징계를 택한 듯하나 윤 총장이 자신에 대한 직무정지 및 징계의 부당성에 대해 법적 대응키로 함에 따라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징계위원회가 법무장관 임의로 구성되는 만큼 징계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되겠지만 해임까지 가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이다. 윤 총장 징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과거 어느 판단보다 중대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그리고 징계의 결과가 어찌됐든 두 사람의 거취에 대해 문 대통령은 결단해야 한다. 그것은 양자 동반 경질이냐 택일이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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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종건

한국일보와 자매지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의 여러 부에서 기자와 부장을 거친 뒤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및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으며 현재는 일요신문 일요칼럼, 논객닷컴 등의 고정필진으로 활동 중입니다.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및 감사를 역임했습니다. 필명인 드라이펜(DRY PEN)처럼 사실에 바탕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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