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분노'...빈 공공주택만 4만채


집 모자라 아우성인데 빈 공공주택이 4만채 였다니… 서민들은 '분노'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전세 만기를 2개월 남겨두고 이사할 집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대인이 실거주할 예정이라니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최근 몇 달 새 주변 전셋값이 1억원 넘게 뛰면서 현재 보증금으로는 비슷한 수준의 전셋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라 공공임대주택 기준에도 해당되지 않아 (임대주택 지원은) 생각도 못했는데, 정작 수만 가구가 빈집이라는 정부 발표를 보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파이낸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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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 대책으로 빈집 활용 방안을 발표하자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집값이 급등한 여파로 청약 대란과 전세난 등 문제가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정부가 4만가구 가까운 집을 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일 전세 대책을 내놓으면서 오는 2021~2022년 전세형 공공임대주택 11만4000여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중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공사(SH) 등이 보유한 공공임대주택 중 최근 3개월 이상 비어있던 3만9000여가구가 포함됐다. 지역별로 서울은 4900가구, 수도권 전체로는 1만6000가구 정도다.


임대주택이 이렇게 많이 비어있는 것은 소득 요건이 너무 엄격한데다, 입지와 시설 관리 수준이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경우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지원자의 소득과 자산을 모두 따져 입주자를 선발한다. 영구임대나 매입임대는 가구원 수에 따라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의 50%, 국민임대는 70%, 신혼부부 행복주택은 100% 이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3개월 공실인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4만가구에 달한다는 것은 입주자 요건이나 주거 유형 등에서 미스매칭이 일어난 결과로 볼 수 있다"면서 "소득과 자산, 가구원 수 등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가구 수가 적고, 임대주택에 거주하더라도 다세대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가 제도의 문제점을 방치하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기부채납 받은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입주자 요건과 보증금 마련 능력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입주자격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 등으로 동일하지만, 지역 시세에 따라 전세보증금이 5억~6억원에 이르는 고가 임대주택도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 SH가 입주자를 모집한 장기전세주택 중에는 ‘래미안 대치 팰리스’, ‘래미안 도곡 카운티’, ‘역삼 자이’, ‘반포 자이’ 등 전용면적 59㎡형의 보증금이 5억4000만~5억9000만원으로 책정된 강남권 신축 아파트도 포함됐다. 이같은 고가 임대주택은 소득 요건과 보증금을 모두 갖춘 지원자가 없어 입주자를 추가 모집하는 경우도 잦은 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주택 공실이 많은 원인 중 하나로 정부의 실적주의를 꼽을 수 있다"면서 "해마다 임대주택 공급물량을 채우기 위해 기계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LH와 SH의 건설임대주택의 공실 문제는 그동안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던 문제"라면서 "이제서야 입주 자격 등을 완화해 공실을 줄이겠다는 대책이 그것도 전세대책의 명분으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박길우


이런 주택을 포함해 활용도가 낮은 임대주택까지 진작 주택정책 수단으로 활용했다면 집값 급등과 전세난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매매와 임대 공급을 모두 늘릴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집값 급등에 이어 전세금 급등까지 겪은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제도에 대한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정작 공공임대주택을 이용하고 싶은 서민은 이런 저런 이유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급 외제차를 타는 사람이 들어가 산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그런 와중에 4만채나 3개월째 비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도 "입주자도 못 채운 공공임대주택은 결국 세금 낭비, 자원 낭비 아니냐" "지금도 공실이 많은데 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이유가 뭔가"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90%로 크게 저렴하지도 않은데 소득 기준은 엄격하면 누가 입주하느냐" 등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제도 운영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비즈 유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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