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분쟁 해결 기구들...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분쟁 성격 따라 해결사 따로 있다


창간 34주년 특집 - 건설분쟁 해결 기구와 제도들


    건설 등 경기 전반이 장기 불황으로 접어들면서 원·하도급 간 분쟁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분쟁에 대한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변화에 준비하지 않으면 1사1분쟁을 넘어 2분쟁, 3분쟁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대비도 분쟁의 성격, 내 회사의 재무상황, 향후 거래의 계속 여부 등에 따라 올바른 제도와 적절한 기관을 이용하는 요령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대한전문건설신문은 창간특집을 맞아 전문건설업체들이 필수로 알아둬야 할 분쟁 해결 기구들을 소개한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다양한 ‘공적 루트’…알아야 200% 활용

대표적인 공적 분쟁 처리 기구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확실한 증거자료가 있고, 피해보상보다 갑질업체에 대한 처벌이 목적이라면 공정위로 가는 게 좋다.




하지만 사건이 복잡할 경우 공정위의 인력과 전문성 부족 등으로 소송보다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우려가 있다. 법적으로 공정위에서 사건을 5년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금 관련 분쟁 내용이 포함될 경우 긴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피해업체 구제를 위한 지급명령 자체를 공정위가 안 하는 추세라 실익이 없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법무법인 청린 건설분쟁연구소 허순만 소장은 “피해보상이 목적이라면 공정위는 하나의 협상카드 정도로 이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하도급법 관련 분쟁이지만 대금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공정거래조정원으로 가는 게 빠른 방법이다. 공정위 제소 내용에 대금 관련 분쟁이 포함돼 있으면 대부분 조정원으로 보내지고 있어 경유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조정결과가 확정판결의 효력을 가지고 있고 약 80%의 조정성립률을 매년 기록하고 있어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빠르면 3개월 내에 조정이 마무리되기도 한다.


그러나 충분한 자료 없이 덜컥 조정을 신청해 불리한 판단을 받을 경우 민사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황보윤 대표변호사는 “조사관이 잘해주겠지 하고 믿고 조정을 갔다가 불리한 판단을 받아 소송에서까지 고전하는 안타까운 케이스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정하는 기구를 확대 운영 중에 있다. 중소기업 지위에 있는 건설하도급업체들도 이용이 가능하다. 갑질 행위를 중기부로 신고하면 상생조정위원회에 회부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상생협력법 상의 수·위탁거래 관련 대금 미지급, 단가 인하 등이 조정대상이다. 특히 조정이 안 될 경우 위원회 판단에 따라 바로 수사기관으로 이송까지 한다는 장점과 중소기업 지위를 갖고 조금 더 넓은 범위의 갑질까지 다퉈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사건은 대전에 있는 본부의 거래환경개선과를 통해 맡길 수 있다. 시도에 설치된 중기부 지방청을 통해서도 접수받는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지난달 국감에 출석해 “상생조정위원회를 더 활발히 하겠다”며 기구 운영 확대 의지를 내비친 바 있어 향후 더 다양하고 많은 사건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불공정행위를 한 상대가 공기업이거나 정부기관이라면 국민권익위원회를 가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지자체나 공기업을 고발하면 고충처리에 나서도록 돼 있고, 부처 간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단 소송이나 다른 공적인 기구에서 쟁송 중인 경우에는 권익위에서 사건을 처리할 수 없도록 법률이 돼 있어 주의해야 한다. 권익위를 가기 전에 만약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법원의 결론이 나버렸다면 권익위를 통한 구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가장 앞선 분쟁해결 방법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정보 수집부터 갑질 해결까지 가능한 국회

민원청취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국민의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법과 제도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증거수집에 어려움이 있는 중소기업이나 하도급업체들에게 국회 활용은 더욱 중요하다. 국회는 정부 어느 기관에나 필요한 정보를 요청해 받아 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다. 공공공사에서 발생한 불공정행위라면 더욱 국회의 도움이 힘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국정감사 기간 등에 불공정행위를 제보해 개선과 피해보상 약속을 받아낸 업체 사례도 상당하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GS건설과 롯데건설, 대림산업 등이 피해업체 제보로 불려 나와 개선과 피해보상을 요구받기도 했다.


개별 의원실을 통한 제보가 어렵다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나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등에 제보하면 된다. 이들 기구는 상시적으로 갑질 제보를 받고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피해구제는 ‘법원’으로 신속해결은 ‘중재’로

원·하도급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민사소송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건설분쟁 전문가들은 공사 중에 준비만 잘한다면 피해구제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원이라고 말한다.


황보윤 변호사는 “공정위는 돈 받아주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피해구제는 법원으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섣불리 공정위에 조정을 신청하면 소송비용을 아낄 수는 있지만 사건해결이 이뤄지는 경우보다 판단불가, 심사 불개시 등 결과를 받는 비율이 훨씬 높아 추후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허순만 소장도 “공정위로 가서 과징금 판단이 나와봤자 피해업체가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소송을 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 구제가 목적이라면 공정위보다는 법원으로 가는 게 시간을 아낄 수 있다”고 제언했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싶다면 중재제도를 검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재는 단심제로 중재인단 판정에 따라 바로 결론이 나기 때문에 3심으로 진행되는 민사에 비해 비교적 절차가 간단하다. 중재소요기간은 평균 6개월 내외다.




비용 부분에서도 변호사 비용 등을 3심까지 들이는 민사보다 저렴하고 전문가가 중재인으로 선정돼 감정인 선정에 따른 별도의 감정비용 등도 아낄 수 있다. 중재인단도 법률계, 산업계, 학계 등에서 다양한 인력이 팀을 이루게 돼 있어 전문성도 높다.


이같은 장점들 때문인지 대한상사중재원으로 가는 건설업체도 증가하는 추세다. 중재원 전체 접수건 중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2.2% △2016년 34.4% △2017년 32.7% △2018년 31.0%로 줄곧 30% 이상을 기록해 오고 있다.


(자료제공=공정거래지원협회)


한국건설융합연구원 정기창 원장은 “중재인력 풀에는 건설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돼 있어 복잡한 분쟁 사건의 경우 현실성 있는 판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기구 활용도 하나의 방법

대표적인 민간기구로는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건설협회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가 있다. 역할은 공정거래조정원과 비슷하지만 건설업계 전문가들이 조사관으로 파견 나와 근무하고 있어 전문성이 높다.




협의회는 올해 상반기에만 140억원가량의 조정성과를 올렸다. 이에 따른 소송비용 절감 등 경제적 효과는 116억64만원에 달했다.


또다른 민간기구로는 공정거래지원협회가 있다. 하도급법에 적용되는지 아니면 민사에 해당하는지 등 분쟁 시 어디로 가는 것이 적합할지 어려워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무료상담을 진행하고 있어 하도급업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경만 협회장은 “분쟁이 이미 발생했다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싸울지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남태규 기자] news883@naver.com 대한전문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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