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 서두를 이유 없다(2) [신현덕]








www.freecolumn.co.kr

한・중 외교 서두를 이유 없다(2)

2020.10.13

베이징(편의상 중화인민공화국을 이렇게 구분함)이 지난달 Covid19(코로나)를 극복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대규모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를 인민대회당에서 개최했습니다. 주석 習近平(습근평, 이하 중국 발음. 시진핑)은 鐘南山(중난산) 원사에게 최고 영예인 ‘공화국 훈장’을 주며 자랑스러운 국민으로 부각시켰습니다. 그는 사스 때도 영웅으로 불렸는데, 이번엔 코로나의 ‘사람 간 전염’을 처음으로 알린 공로가 인정된 것이지요.

베이징은 국제적인 코로나 압박에서 탈피하려 의도했겠지만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도 아니며, 종식되었다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초기 코로나를 숨겼다(숨진 의사 이원량이 폭로)는 국제적인 비난에서 벗어나려 꼼수를 쓴 것입니다.

베이징은 지금 산적한 난제를 풀기 위해 매우 초조합니다. 코로나 혼란을 틈타 누적된 국내외 문제가 수면으로 고개를 내밀자 정신을 차리기 힘들 지경입니다.

첫째가 세계 각국의 코로나 배상 청구 여부입니다.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경제 위기에 봉착하면 중국을 물고 늘어질 기세입니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이 거론하고 있습니다. 당혹스러운 중국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확진을 고소하다는 듯 비아냥댔던 SNS의 모든 글을 삭제했습니다. 진짜로 배상을 청구했을 때 모면해보려는 의도입니다.

두 번째는 시 주석이 집권초기부터 들고나온 ‘중화민족주의’ 가 그의 발목을 잡습니다. 중화민족(中華民族)이란 허구를 내세워 56개 민족 간의 갈등을 덮으려 기획한 일인데 바라던 ‘한족화 정책’이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중국어 교육 의무 강화와 소수민족언어 말살 정책에 그동안 잠잠하던 소수민족들조차도 들고 일어났습니다.

최악의 대졸 실업자 문제도 베이징을 옥죕니다. 미국 영국 등이 화웨이를 비롯한 베이징 기업들에게 가하는 제재도 풀어야 할 커다란 과제입니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에 대한 불만도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홍콩의 보안법도 가공할 잠재적 폭발력을 가지고 있어 시 주석으로서는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세 번째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추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안보동맹 즉 ‘쿼드’입니다. 이는 중국에게 엄청난 위협입니다. 유사시 전 해상이 봉쇄될 수 있으며, 인도와 국경 충돌 때는 미국과 국경에서 맞싸우는 형세가 될까봐 전전긍긍입니다. 여기에 한국과 타이베이(중화민국) 베트남이 어떤 형태로든 합류한다면 베이징은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외교부장 왕이가 우리나라를 방문하려다가 일정을 변경했습니다. “내부정치일정”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한국의 쿼드 참여를 설득할 것으로 예상했던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의 방한 취소에 따른 것입니다. 베이징은 미국의 대(對)한국 외교를 뒤흔들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은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리 정부는 재작년부터 짝사랑하는 여인이 아양을  부리듯 시 주석에게 방한 요청 메시지를 수차 보냈으나 베이징의 대답은 늘 시원치 않았습니다. 베이징이 우리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 정권 말까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베이징은 국내외 압박을 피할 돌파구로 이번에도 본 한국을 선택했습니다. 수교 때 가장 어려운 문제라 여겼던 한국과 타이베이의 단교에 쉽게 성공했고, 순수한 방어 무기 체계인 사드 배치를 트집하여 한국경제를 압박했으며, 마늘 관세 인상에 한국산 휴대전화의 수입금지라는 황당한 보복으로 한국 정부를 쩔쩔매게 했던 것 등의 기록을 들춰 볼 겁니다. 베이징 당국의 사주를 받았는지, 인민도 왜곡된 6・25 역사(북한이 한국을 침략했다는 것을 감추고 있음)를 들어 BTS와 우리 기업에게 몽니를 부립니다. 은근하지만 왕서방의 비단끈으로 한국 외교를 묶고 있습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이를 ‘시진핑의 이간질’이라고 했습니다.

파리 정치대학 교수였던 카롤린 퓌엘은 「중국을 읽다」에서 “21세기 들어 새로운 게임과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북한과 한국의 통일이 늦어질수록 중국이 북한에서 더 큰 이익을 얻어낼 가능성은 커진다”고 진단했습니다. 베이징이 다른 나라보다 더 우리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지금 상황에선 6・25 피해와 공자의 의(義) 한미의 관시(關係)를 내세워 우리가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겁니다. 또 대통령 임기 말임을 강조하며 다음 정부에 넘긴다는 유연한 정책이 베이징에게는 가장 유효한 압박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Copyright ⓒ 2006 자유칼럼그룹.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freecolumn.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