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집의 노예'로 만들고만 달나라 부동산 정책


국민을 '집의 노예'로 만들고만 달나라 부동산 정책 

[여기는 논설실]


    집값이 갈수록 가관이다. '오기 부동산 정책'의 결정판 격인 22번째 '7.10 대책', 23번째 '8.4 대책'을 전후해 집값 상승이 더 커지는 양상이다. 언제까지 오를지,거품 붕괴시 어떤 충격파가 덮칠지 생각만 해도 조마조마하다.


3년전 청와대 유튜브에 올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터뷰 영상을 또 다시 틀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부 초대 국토부장관으로 임명된 지 한달여 만에 야심찬 '8.2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찍은 홍보 동영상이다. 김 장관은 인터뷰에서 시종 여유있고 자애로운 표정으로 '서민의 내집 마련'을 강조한다.


사진=연합뉴스


시작은 이렇다."아파트 값이 계속 상승중이어서 이대로면 서민은 내 집 마련 희망을 버려야 할 판이다. 대책을 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해 이번 대책을 내놓았다."


마지막은 이렇다. "많은 사람에게 '나도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정책을 펴겠다. 서민 주거안정을 해친다면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이런 기조는 문재인 정부 5년내 지속될 것이다."'




김 장관이 '근자감 뿜뿜, 자화자찬 만땅'의 이 비디오를 찍은 지 3년여가 지났다. 정책구상을 가다듬고 실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김 장관의 판단은 오류로 가득했고, 정책 결과도 기대와 정반대다. '내 집 마련' 지원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오르는 전세가 쫓기도 버거워 월세로 밀려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3000 세대가 넘는 서울 중계동의 대단지 아파트에는 전세매물이 달랑 1개다.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임대차 3법' 탓에 매물 씨가 마르고 말았다. 


주거비용은 어디 달나라 얘기인가 싶을 만큼 비현실적이다. KB 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 8월 전세가는 평균 5억1011만원으로, 사상최초로 5억원을 넘어섰다. 1년 전(4억6541만원)보다 4470만원(9.6%) 급등했다. 청년 서민은 물론이고 대기업 직장인에게도 '5억원'은 까마득한 돈이다. 1년새 오른 전세값 4470만원을 마련하는 것도 '영끌'없이는 쉽지 않다. 월 100만~200만원이던 전세 상승폭은 6월 492만원, 7월 774만원으로 뛰더니 8월에는 1089만원으로 1000만원을 돌파했다. 로켓도 아니고 치솟기만 하는 전세값에 자괴감과 걱정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는 가장들의 속은 얼마나 타들어갈 것인가.


매매가는 더하다. 3년 전인 2017년말 서울 아파트의 58%에 달했던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율은 26%로 뚝 떨어졌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평균 9억8503만원으로 10억원이 코앞이다. '10억원'이 어떤 돈인가. 이 땅 거의 모든 월급쟁이들이 일생에 만져봤으면 하는 로망이 아니던가. 매매가 상승폭 역시 월 200만~300만원에서 맴돌다 6월 979만원, 7월 2524만원, 8월 3470만원으로 급등세다. 




이 정도면 3년 동안 독선과 오기로 밀어붙인 23번의 부동산 대책이 많은 국민을 '집의 노예'로 만들고만 결과다. 오르는 전세와 매매가를 따라가자면 한 푼 지출에도 바들바들 떨어야 한다. 혹은 주식 몰빵과 같은 위험한 '베팅'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공직자라면 진솔한 반성과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김장관은 "제가 보는 통계로는 집값 별로 안올랐다"며 또 뒤통수를 때린다. 공급을 틀어막은 지난 정부와 투기꾼이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고 우긴다. 극심한 시장 혼란에는 '각자도생 하라'는 식이다. '임대차 3법' 이후 분쟁이 급증했건만 "임대료 협의가 안되면 분쟁조정이나 소송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 중이다. '소송 권하는 정부'라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을 안정시킬 능력이 없다면 횡설수설 아무말 대잔치라도 자제해야 하지 않겠나. 그게 작은 안식처를 찾아 오늘도 정처없이 헤매는 많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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