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에 붙인 똑똑한 센서 ㅣ 당뇨에 좋다는 건강식, 나한텐 안 맞네!


팔뚝에 붙인 똑똑한 센서… 24시간 혈당 체크하죠


기자가 하루 동안 혈당 체크 해보니


    점심 식사를 마치고 30분쯤 지난 뒤 휴대폰 속 혈당 수치를 봤다. 이날 메뉴는 샌드위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샌드위치는 칼로리가 300㎉ 남짓에 빵 사이에 채소가 꽉 차 있어 평소 건강하게 먹고 싶을 때 자주 찾는 음식이다. 아메리카노에도 따로 시럽을 넣지 않았다. "너무 혈당 변화가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그런데, 혈당 측정 앱을 켜자마자 기대와는 다른 수치가 나타났다. 식사 전 90(㎎/㎗) 정도였던 혈당이 거의 170까지 치솟아 있었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포장지에 적힌 영양 성분표를 보니 탄수화물 30g에 이중 당류가 16g으로, 칼로리에 비해 꽤 높은 편이었다. 그제야 푹신한 빵과 채소 사이 그득 뿌린 소스가 떠올랐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구내식당에서 본지 기자가 앱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지난 18일부터 3일간 연속 혈당 측정기를 사용해봤다. 30대 초반 여성인 기자는 당뇨병은 없지만, 건강한 식단과 다이어트에도 관심이 많다. 혈당 상승 지수가 높은 음식은 당뇨병 환자에게도 위험하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도 피하는 것이 좋다. 혈당이 빨리 오르면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고, 높아진 인슐린 농도에 따라 다시 혈당이 떨어지면서 빠르게 허기가 진다. 또 많은 인슐린이 혈당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방이 축적된다.




칼로리보단 당류량이 중요

3일간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24시간 혈당을 측정해보니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많았다. 다이어트를 위해 자주 먹었던 샐러드(혈당 172㎎/㎗)나 단백질 함량이 높은 에너지바(혈당 165)는 생각보다 혈당이 많이 올랐다. 두 음식 모두 칼로리는 200~300㎉ 정도로 한 끼 식사치고는 열량이 낮지만, 샐러드는 소스에, 에너지바는 겉에 입힌 시럽 때문에 탄수화물과 당류량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당류는 인슐린을 치솟게 만드는 주범이다.


당류만 적절히 조절할 경우 굳이 다이어트 식단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실제로 회사 구내식당에서 먹은 가자미구이 정식은 총칼로리가 800㎉ 정도 됐지만, 밥을 절반 정도 덜어내고 먹으니 식후 30분쯤 측정한 혈당이 150 안팎으로 오히려 샐러드를 먹었을 때보다 적게 올랐다. 물론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열량이 비슷한 과자를 먹었을 때보다 초콜릿을 먹었을 때 혈당이 훨씬 적게 올랐다.


당뇨병 진단 기준표


'굶는 다이어트' 하다 저혈당 올 수도

혈당은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지만, 50㎎/㎗ 이하로 떨어지면 저혈당이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저혈당이 생기면 두통, 식은땀, 손끝 저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심할 땐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낮 12시 이후에 금식해보니, 새벽 1시쯤 엄청난 배고픔을 느끼며 식은땀이 났고, 혈당이 60㎎/㎗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보가 수차례 울렸다. 포도 몇 알과 식빵 등 당류가 많은 음식을 조금 먹어주니 혈당이 바로 정상 수치로 올랐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혈당을 빠르게 낮출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가볍게 걷는 수준의 운동을 했을 때 혈당에 큰 영향이 없었으나,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뛰거나 근력 운동을 했을 땐 혈당이 각각 30% 정도 떨어졌다. 의료 기기 업체 메드트로닉코리아 박수연 차장은 "연속 혈당 측정기를 사용한 50~60대 중 혈당 관리를 하겠다며 골프나 걷기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생각보다 효과가 적었다"며 "등산 등 강도 높은 운동이 혈당 관리엔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양승주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1/2020082100093.html


당뇨에 좋다는 건강식, 나한텐 안 맞았네

같은 음식 먹어도 사람·시간마다 혈당 변화 다르다는 사실 알게 돼

    당뇨병 환자 A(63)씨는 요즘 예전보다 더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는데도 혈당 관리가 잘된다. 그 과정과 사정은 이렇다. A씨는 올해 초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와 임상영양팀에서 하는 연속혈당측정(CGM)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혈당 센서를 몸에 부착하여 식사와 일상생활에 따른 24시간 혈당 변화를 보는 연구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때 혈당이 가파르게 오르는지, 반대로 저혈당에 빠지는지를 즉각적으로 파악하여 이에 맞는 식이 조절을 하기 위함이다.

35년 된 당뇨병이 확 좋아져
A씨에게 당뇨병이 찾아온 것은 지난 1985년이다. 나름 관리를 했는데도 최근 3개월 동안의 혈당 관리 성적을 반영하는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7~8%대로 들락거렸다. 안정권은 6.5% 이하다. 성적으로 치면 C 정도다. 식사일지에 적힌 어느 날 그의 식단을 보면, 아침은 인절미와 두유다. 점심은 닭 칼국수. 저녁은 제육 한 접시와 사과, 요구르트를 먹었다. 나름 혈당 줄이겠다며 애써 골라 먹었지만 식후 혈당치가 높았다. 조식에 탕 요리를 자주 먹었고, 당뇨에 좋다는 배즙과 건강식품 ○○가루도 먹었다.

24시간 혈당 체크로 35년 된 당뇨병 확 좋아진 환자 A 정리 표



이 상태서 24시간 연속혈당 측정을 해보니 아침에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 배즙이나 ○○가루를 먹으면 더 치솟았다. 이에 최근 당화혈색소는 8.4%까지 올랐다. 임상영양팀은 아침 식사량을 줄이면서 야채를 다양하게 섞도록 했다. 소고기 미역국, 미나리 무침, 방울토마토, 우유 한 컵을 권했다. 그러자 혈당이 천천히 안정 범위 내에서 올랐다. 당화혈색소가 6.9%로 떨어졌다. 권미라 임상영양사는 "A씨는 아침에 유난히 혈당이 많이 오르는 것이 파악돼 식단 조정을 했다"며 "배즙과 ○○가루를 자제시켰더니 혈당 관리가 되레 더 잘됐다"고 말했다.

맞춤 식단으로 혈당 관리 시대
설탕 같은 것을 먹어 가파르게 오르면 이를 대사하는 인슐린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이 지친다. 고혈당 상태는 마치 가시 달린 구슬(고혈당)이 혈관 내피를 갉아먹는 것과 같다. 당뇨병 환자에게 다발성 동맥경화가 생기는 근본 이유다. 따라서 식사를 하고 나서 혈당이 정상 범위 내에서 천천히 올랐다가 천천히 내려오는 게 좋다.

24시간 연속 혈당 측정을 해보니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시간마다 혈당 올라가는 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울대병원 연구에서도 혈당 빨리 올리는 탄수화물 밥을 안 먹고 고기 스테이크를 먹은 사람에게서 되레 혈당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었다. 그에게 고기 대신 탄수화물과 채소를 섞은 음식을 주니 혈당이 떨어졌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는 "사람마다 의외의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24시간 연속 혈당 측정을 당뇨병 진단을 처음 받았거나, 혈당 관리가 유난히 안 되는 경우, 최근 혈당치가 나빠졌을 때 등에서 해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서울대병원은 당뇨병 식이 지침을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개인 맞춤형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연구팀이 7000여 명을 대상으로 24시간 혈당 측정을 한 결과, 일반적인 경향도 눈에 띄었다. 기본적으로 ▲ 탄수화물 함량이 높을수록 ▲음식이 짤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뚱뚱할수록 ▲아침에 일어나 늦게 먹을수록 ▲수축기 혈압이 높을수록 식사 후 혈당이 높게 올라갔다. 물론 개인마다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조영민 교수는 "연속 혈당 측정 기술의 발달로 조만간 당뇨병 전 단계에 있는 사람들도 스마트폰으로 24시간 혈당 변화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 영양과 식이로 혈당 관리가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1/20200821000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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