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 집 팔아서 내 집을 다시는 못 산다....왜? ㅣ 서울 전세난, 빌라로 번졌다


“내 집 팔아서 내 집을 다시 못 사요”…이사 원하는 1주택자에게도 부담되는 양도세


     "지금 집을 팔고 세금을 내면 똑같은 집도 살 수가 없어요. 더 나은 환경으로 갈 수 없으니 그냥 여기 살아야죠. 애가 좀 크면 교육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가겠다는 꿈은 이제 포기했어요. 좀 더 신중하게 집을 마련할 걸 그랬어요."(경기도에 내 집 마련을 한 A씨)


양도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강화한 것이 오히려 실수요자인 1주택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에 투자해 수익을 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규정을 강화한 것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은 매물 가격표 /김연정 객원기자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1가구 1주택자가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 기준은 시세 9억원이다. 주택 매매가격에서 9억원을 제하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한 과세표준을 산정해 세금을 부과한다. 조정대상지역의 주택에는 2년 이상 실거주 요건도 추가된다. 현재 서울 25개구 전역과 인천·경기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다.




예를 들어 5억원에 산 집을 10억원에 팔 경우 차익은 5억원이다. 집값 10억원 중 9억원까지는 비과세되기 때문에 5억원의 10%(10억원에서 9억원을 뺀 나머지 1억원의 비율)인 5000만원이 과세 대상이다. 이 경우 1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은 5000만원의 24%인 1200만원이다. 현재 주택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율은 과세표준 금액에 따라 6~42%다.


문제는 2008년에 도입됐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인 9억원이 12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 사이 주택 가격이 급등한 탓에 서울을 비롯한 주요 수도권 아파트들은 고가주택으로 분류돼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상으로 올라섰다.


최근 10년새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값은 거의 두 배가 됐다. 부동산114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09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5억1753만원)의 두 배에 달한다. 서울 25개구 중 12개구 아파트 평균 값이 9억원을 초과한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고가주택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나온 12·16 대책에 따라 장기보유특별공제 규정이 강화된 것도 1주택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3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10년 이상 보유(40%)하고 10년 이상 실거주(40%)까지 해야 최대 공제율(80%)을 받을 수 있게 바뀌었다. 원래는 보유기간(3~10년)만 따져 기간별로 24~80%의 공제율을 적용하던 것이었다.


서울 마포구에 자가주택을 소유한 김씨(42)는 "남들은 그만큼 올랐으면 세금을 내도 된다고 하지만 내 집이 오른 만큼 다른 집도 올랐기 때문에, 집 팔고 세금 내면 같은 크기의 집도 사기 힘든 상황이 된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거주한 1가구 1주택자에게만큼은 양도세 부담을 경감해줘야 한다고 평가한다. 생애주기에 따라 주택을 늘려가기도 하고 지역을 옮길 수도 있어야 하는데, 1주택자에게 양도세 부담을 지나치게 지우면 거주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지금처럼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는 1주택자가 본래 살던 집을 팔아 이사할 집을 구입하기 쉽지 않다"면서 "고가주택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선이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이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주택자가 같은 평수의 옆 아파트로 옮기려 해도 양도소득세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과세이연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도 1가구 1주택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를 손질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고가주택 기준을 상향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 서병수 미래통합당 의원이 "현재 9억원인 고급 주택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 세월이 변해서 가격이 바뀌면 기존 금액도 바뀌어야 하는데,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는 "일선에서 듣는 얘기를 모아서 건의하겠다"고 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당수는 2~3년 실거주한 경우에는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편이다.


유럽에서는 부동산을 매각해 이익을 얻으면 자본소득세(Capital Gains Tax)가 부과된다. 주택 구입 가격에서 매매 가격을 뺀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틀은 같지만, 기본적으로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중개수수료나 취득세, 각종 행정비용 등을 구입가격에 반영해준다.




독일은 주택 소유자가 2년 동안 실거주했거나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 자본소득세(25%)를 면제해준다. 지난 수년 

동안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실거주자나 장기 보유자가 주택을 처분할 때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을 맞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자본소득세율이 28%인 포르투갈의 경우에는 주택을 매각한 자금으로 새 집을 구입할 때 세금을 깎아준다. 시세 차익의 50%만 과세 대상이다. 스페인의 자본소득세율은 19~23%지만, 해당 주택에 3년 이상 실거주하면 세금을 감면해준다.

유한빛 기자 조선비즈 


대치동 월 120만원 반전세 등장…서울 전세난, 빌라로 번졌다


    연립ㆍ다세대주택(이하 빌라) 몸값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는 이미 역세권이나 신축 빌라 중심으로 전세가 반전세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임대차 3법 등 각종 규제로 불거진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빌라로 번졌다.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아파트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다세대·연립주택. 연합뉴스.




학세권 대치동, 반전세 빌라 잇달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현대아파트 인근 A 빌라(전용 51㎡, 1층)가 최근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20만원으로 나왔다. 지난 3월에 같은 평형이 3억1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했던 곳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대치동은 학군 수요가 넘치는데 은마아파트 중심으로 전세 품귀현상을 빚자 빌라 관련 문의가 늘었다”며 “문제는 빌라 주인도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해 전세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세대 주택이 몰려있는 대치4동도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를 일부 받는 반전세가 늘고 있다. 전세로 남아있는 매물은 주차 공간이 없거나 협소한 곳이 많았다. 이조차도 전셋값(전용 50㎡ 기준)은 평균 3억~4억원 초반대로 비싼 편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빌라에 거주하는 윤모(41)씨는 “가을에 이사하려고 알아봤던 아파트 전셋값이 올해 1억원 올라 6억5000만원인데 매물조차 나오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2년 전에 무리해서라도 집을 샀어야 했다”며 “이러다 청약에 당첨될 때까지 빌라를 전전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3년 만에 공급보다 수요 많아 

빌라 수요가 늘어난 것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ㆍ다세대주택 전세수급동향지수는 102.3으로 지난해 말(96.3)보다 6포인트 올랐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빌라의 전세수급동향지수가 100을 넘어선 것은 2017년 9월(101)이후 3년 여 만에 처음이다.  



 

전셋값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빌라의 평균 전셋값은 1억7981만원이다. 지난해 1년 동안 1억7500만원대에서 거의 변동이 없다가 올해 들어 403만원 올랐다. 서울 서초동에서 10년 넘게 공인중개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이달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재계약이 늘고 있고 가을 이사철까지 겹치면 빌라 전셋값은 더 오를 것”이라며 “신축 빌라는 이미 33㎡(약 10평) 소형 평수인데도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가 120만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연립·다세대주택 찾는 세입자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환금성 낮은데 빌라 매매 급증 

빌라 매매가 급증하는 이상 현상도 빌라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서울 시내의 다세대ㆍ연립주택 거래량은 7005건으로 지난해 7월(3644)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거래된 빌라 매매 건수로는 가장 많다. 연립이나 다세대주택은 일반적으로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시세 상승 폭도 낮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빌라 매매가 증가한 데는 부동산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 영향이 크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시에 급등하자 실수요자가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빌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규제 고리도 약하다. 6ㆍ17대책으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는 3억원 이상 아파트를 사면 전세자금대출을 회수하지만 빌라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아파트 세입자가 빌라로, 늘어나는 전세난민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아파트 전세난이 빌라로 번지면서 생길 서민 주택난을 우려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고 매물이 부족하자 자금이 다세대 주택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빌라 전셋값이 전반적으로 오르면 젊은 층이 몰려있는 대학가 등 서민 주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규제에 따른 역효과”라며 “서울 아파트 전셋값 급등으로 아파트 세입자는 빌라로, 강남 빌라 살던 사람은 강북으로 점차 밀려나면서 전세 난민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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