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확정 '서부선' 수혜 지역은 어디?


서부선 추진 최종 확정… 수혜 단지는 어디, 서대문·은평구 등 기대감 상승에 호가도 Up


   “서부선 통과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매수 문의가 3~4배 정도 늘었습니다.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5000만원 이상 더 올려야겠다는 집주인들이 많아요.” (은평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안 그래도 저평가됐던 봉천동 집값이 급격히 오르는 추세였는데 이번 서부선 발표 덕분에 앞으로 호가는 천정부지로 뛸 것으로 봅니다. (관악구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교통 불모지로 꼽히던 서울 서북권과 서남권을 잇는 서부선 경전철 건설사업이 지난 6월 말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며 사업 추진이 최종 확정됐다. 지역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서부선 경전철 개통이 확정되면서 인근 부동산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교통호재는 부동산 시장의 최대 호재로 집값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서부선은 은평구 새절역에서 관악구 서울대입구까지 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동작구·영등포구·관악구 등 6개 자치구 교통소외지역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서울시 교통계획이 포함된 지 무려 20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특히 지하철, 경전철 같은 대중교통이 신설되면 이동이 편리해질 뿐 아니라 주변 거주자들의 출퇴근을 수월하게 해줘 지역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뿐만 아니라 주변 정비 및 상권이 발달해 생활여건이 개선되고 이는 곧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서부선 개통 예정역 인근 단지들의 호가 및 실거래가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가재울 뉴타운 전경


20년 만에 민자적격성 조사 통과

은평·서대문 등 6개구 연결


서울시는 6호선 은평구 새절역과 2호선 관악구 서울대입구역을 잇는 총 16.15㎞ 길이의 ‘서부선 경전철 민간투자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KDI PIMAC)의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고 지난 6월 22일 밝혔다. 서부선은 서울시가 지난 2000년 발표한 교통정비 중기계획에 처음 반영된 이후 무려 20년 만에 실현됐다. 지난 2017년 3월 서울시가 KDI에 민자적격성 조사를 의뢰한 뒤에도 3년 3개월이나 소요됐다. 서울시는 민자적격성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조사 기간 중 확정된 철도계획(GTX-B 등)을 수요예측에 추가 반영하는 등 공을 들였다.


KDI에 따르면 서울 서부선 사업의 B/C(비용 대비 편익)값은 1.05점을 기록해 기준치인 1점을 간신히 넘겼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3자 제안공고를 내는 등 행정절차를 마친 뒤 오는 2023년 착공해 2028년 노선을 개통한다는 목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부선은 대중교통 사각지역 해소를 위한 핵심 사업이자 지역 주민의 오랜 숙원사업”이라며 “서북(은평·서대문)과 서남부(동작·관악)를 도심부와 직결하는 새로운 교통축을 완성해 지역 균형발전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부선이 주목받는 것은 서울 강남·북을 연결하는 최초의 경전철로, 지하철 1·2·6·7·9호선과도 환승할 수 있다 보니 강남 및 도심 접근성이 떨어졌던 은평구와 관악구 등의 교통 여건이 개선될 수 있어서다.


서부선이 연결되면 그간 대중교통 사각지역에 있던 서울 서북부·서남부의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경전철은 일반적인 서울 지하철(중전철)보다 차량 규모가 작기 때문에 승객 수송량에선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서부선의 경우 강남·북을 연결하는 최초의 경전철인 데다 신촌, 여의도 등 상업·업무 중심지를 통과하며 서울 지하철 1·2·6·7·9호선과도 환승이 가능해 일반 지하철에 못지않은 교통 여건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새절역(6호선)에서 서울대입구역(2호선)까지 이동할 경우 지하철 1회 환승을 해야 해 약 36분이 소요되지만, 서부선이 들어설 경우 환승 없이 약 22분 만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또 서울대입구역에서 노량진역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23분에서 7분으로, 서울대입구역에서 장승배기역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22분에서 6분으로 짧아진다.


교통소외지 균형발전 기대

백련산·가재울 등 호가 급등



서부선이 지나는 예정역 인근 아파트 단지들은 이번 민자적격성 통과 소식에 들썩이고 있다. 은평구와 서대문구, 관악구 등 노선이 통과하는 지역에서 매물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반면, 매물은 자취를 감추는 분위기다. 교통망은 주민 생활 여건 개선과 지역 개발, 집값 상승에 두루 영향을 미치다 보니 부동산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서부선이 예정된 지역은 쾌적한 주거환경에 비해 열악한 교통여건이 약점으로 꼽히던 곳들이라 서부선 발표로 인한 상승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서부선이 시작하는 은평구(새절역)에선 백련산 일대 대규모로 조성된 신축 단지들이 대표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교통이 불편했던 이 지역은 서부선 개통으로 여의도·강남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실제로 서부선 사업 추진이 유력해지면서 이 일대 단지는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손바뀜이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입주한 새절역 인근 ‘백련산SK뷰아이파크’ 전용 84㎡는 올 초 7억60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1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7년 입주한 ‘힐스테이트백련산4차’도 같은 면적 기준 지난해 말 실거래가 8억원대에서 현재 호가가 10억원까지 올랐다. 이달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 3차 아파트 전용면적 84.59㎡(13층)은 7억8000만원에 실거래가 신고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개통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수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데 정작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며 “앞서 매물로 나온 아파트들도 이미 다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서부선 경전철 개통 시 지나는 연희동, 신촌동 등이 있는 서대문구 지역 일대 아파트에서도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가재울 뉴타운은 대표적인 서부선 호재 지역으로 꼽힌다. 명지대역(가칭) 역세권에 위치한 ‘DMC센트럴아이파크’는 전용 84㎡ 매물이 지난 3월 10억원을 처음 돌파했고(10억4500만원) 현재 호가는 최고 11억원까지 올랐다.


이 단지 한 주민은 “가재울뉴타운은 DMC역(6호선)이 먼 편이고 홍대입구도 버스로 20분이나 걸려서 서울 어디를 가도 1시간은 넉넉히 잡아야 하는 거리였다”며 “서부선이 개통되면 교통 편의성이 굉장히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동작구를 지나는 서부선 신설역(예정) 인근에 위치한 동작구 상도동 ‘상도역 롯데캐슬’도 수혜 단지로 꼽힌다. 서부선이 개통되면 신촌, 여의도, 서울대역 등 주요 지역으로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어 교통이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후분양을 실시한 상도역 롯데캐슬은 지하 5층~지상 20층, 13개 동, 전용면적 59~110㎡ 총 950가구 규모로 내년 2월에 입주 예정이다. 단지 인근으로 개발 호재도 있다. 가까운 곳에 흑석뉴타운(1만2200여 가구 조성), 노량진 뉴타운(1만여 가구 조성) 개발이 완료되면 각종 인프라 확충으로 주거환경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근에는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 개발 계획도 있다.




관악구 봉천동도 대표적인 서부선 수혜 지역이다. 그간 좁은 도로와 버스에 의존해 인근 지하철역(7호선 숭실대입구역, 2호선 서울대입구역)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서부선이 들어오면서 교통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예정이다. 봉천동에서는 서부선 경전철 예정 노선 주변에 관악벽산블루밍아파트, 관악드림타운, 관악동부센트레빌아파트 등이 대표 단지다.


이 중 대단지(3544가구)인 ‘관악드림타운’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지난해 6월만 해도 5억원 후반~6억원 초반대에 거래되던 전용 85㎡가 최근엔 7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봉천동 ‘관악벽산블루밍’의 경우 전용면적 102㎡짜리의 매매가는 이달 7억8700만원(4층), 7억9000만원(18층)으로 7억원 후반대였지만, 지금은 9억원에 나와 있다. 집주인들이 민자적격성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22일 호가를 올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집주인들이 추후 호재로 더 가격이 뛸 것을 감안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관심이 높아진 것은 온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플랫폼 호갱노노를 보면 관약벽산블루밍 아파트의 지난 20일 일일 방문자 수는 237명이었는데, 발표 당일인 22일에는 836명이 찾았다.


5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되는 신림뉴타운 재개발 사업장도 대표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이 지역은 신림선·난곡선·서부선 등 서울 경전철 노선만 3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1·2·3구역으로 나뉜 재개발 사업도 순조롭다. 3구역은 지난 10일 사업 9부능선인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했다. 이 지역은 대우건설이 시공해 8개동, 571가구 규모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2구역은 국유지 매입업무가 마무리되는 즉시 관리처분총회를 열 계획이다. 2구역은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공동 시공해 1489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조성된다. 3836가구로 규모가 가장 큰 1구역은 지난해 1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최근 서울시 도시건축 혁신방안 대상지로 선정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림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그동안 교통이 열악했던 신림뉴타운 주변에 교통 호재가 겹치면서 시세 상승이 꾸준한 편”이라며 “이번 서부선 경전철 사업 통과가 발표된 직후 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가 수십 통 왔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부선은 경전철이라고 해도 강남·북을 관통하는 노선으로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며 “특히 교통 여건이 열악했던 은평구나 관악구 등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서부선 경전철 사업이 주변 수혜 지역의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해당 노선이 지나는 지역 안에서도 기존에 교통 여건이 좋지 않았던 지역의 집값 상승이 더 부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부선은 교통 불모지였던 은평·관악구와 서울 도심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노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그만큼 시민들이 체감하는 교통 개선 효과도 크고, 집값 상승 효과도 지하철 개통 못지않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련산SK뷰아이파크아파트




강북횡단선 등 서울 시내 경전철 사업 속도 낸다


서부선 민자적격성 조사 통과에 따라 서울시가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에 승인을 신청한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안’에 포함됐던 나머지 경전철 사업의 추진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는 2028년까지 경전철 6개 노선 신설·보완, 기존 노선인 서울 지하철 4·5호선 개량, 경전철 두 곳 노선 연장 등 총 10개 노선 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는 작년 7월 국토부에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승인을 의뢰해 관계부처 협의 과정 등을 진행했다.


우선 서부선 인근 노선인 목동선(신월동~당산역), 난곡선(보라매공원~난항동), 강북횡단선(목동~청량리) 등 6개 재정사업은 현재 국토부 승인 절차를 밟는 중이다. 국토부 승인 후에는 각 노선별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게 되며, 이를 통과해야 서울시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이 지난 6월 30일부터 국가교통위원회 심의 과정에 들어갔다”며 “약 2주간 위원들이 서면 심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와 추가 보완 조치 등을 마친 뒤 8월 중 승인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가교통위원회는 국가교통체계에 관한 중요 정책을 심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이 최종 승인되면 서울시 경전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서부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신림선 북부연장(샛강역~서부선)과 서부선 남부연장(서울대입구역~서울대 정문) 민간투자사업 역시 국토부 승인 이후 민자적격성 조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서울시 측은 예타가 끝날 시점을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2건의 연장사업이 나머지 6건의 재정사업보다는 구간 길이가 짧은 만큼 더 빠른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경전철을 조기에 착공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6월 말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절차가 조금 늦어져 7월 중에는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지성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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