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서 밥하다 말고 뛰쳐나온 아줌마입니다"


`어쩌다 부동산논객` 된 39세 주부…친文서 전향한 사연은

`정부가 집값 안잡는 이유`로 화제 `삼호어묵`
"정부의 진짜 목적을 생각해봐야 할 때"
39세 주부, 부엌서 삼호어묵 봉지 보고 필명 선택
62만 클릭 폭풍 공감에 단번에 `부동산 논객`으로
친정부 성향 맘카페에서 먼저 시작
정부 믿었던 자들이 피해보는꼴
안타까워 글 올리기 시작해
"정부는 집값 오르면 세수 늘고 표밭 유지돼
집값을 잡을 이유가 없어···각자도생해야"


    "자기소개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화가 나서 밥하다 말고 뛰쳐나온 아줌마입니다. 닉네임 '삼호어묵'도 밥하다가 어묵 봉지가 눈에 띄어서 지은 겁니다."

부동산 카페에 쓴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로 유명인사가 된 닉네임 '삼호어묵'의 말이다. 일명 '네임드'가 많은 부동산 카페이지만, 단 몇 편의 글로 수십만 회원들 공감을 얻어 '난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39세 주부인 삼호어묵은 기자 문의에 신속하게 답했지만 본인이 자세한 신상을 밝히길 꺼리면서 결국 직접 만남 대신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삼호어묵 씨가 `82쿡(Cook)` 카페에 최초로 작성한 <정부가 집값 안잡는 이유>라는 글의 조회 수가 40만 회를 넘었다.<인터넷커뮤니티 화면캡처>

 

그는 현재 '정부가 집값을 안잡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총 9편 시리즈를 '부동산 스터디'라는 부동산 카페에 작성했다. 글 9편의 조회 수는 총 62만회에 달한다. 내용은 정부가 22번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왜 자꾸 실패하는지, 정부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지를 다뤘다.

그는 "정부는 국민이 자가를 보유하기를 원하지 않아 임대공급에 힘쓴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집값이 오르면 세수가 오르고, '표밭'이 유지되니 집값을 잡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삼호어묵은 "정부의 입장은 집 있는 사람은 세금 많이 내고, 그 외에는 전세나 월세 살면 된다는 것"이라며 "정부 기준에서 '서민'은 아예 집 살 희망도 없이 먹고 살기가 힘든 그런 계층이지, 조금만 돈을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호어묵의 어록

 

삼호어묵의 시작점은 친정부 성향 맘카페였다. 지난 6월 친정부 성향으로 유명한 '82쿡(Cook)' 카페에 평소 부동산에 대한 생각을 올린 게 시작이었다. 삼호어묵 씨는 "그곳에는 정부가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살던 집 한채를 팔아버린 사람이 많다"며 "정부를 믿은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자가 된 꼴인데도 여태 정책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가볍게 올린 '정부가 집값을 안잡는 이유'라는 글의 자체 조회 수가 40만 회를 넘었다. 글은 온갖 인터넷 커뮤니티와 단체카톡방으로 퍼나르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삼호어묵 씨는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 본의 아니게 시리즈가 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평범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내 집 마련하고, 좀 더 좋은 입지로 옮기고 또 큰 평수로 갈아 타고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며 "투자보다는 거시적인 흐름과 시장 전망에 관심이 있어서 여러 부동산 전문가들 의견을 많이 읽고 종합하다보니 나름의 인사이트(insight)가 생겼다"고 말했다.

 


삼호어묵의 글은 각종 비유를 사용해서 읽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삼호어묵은 "사실 내용 자체는 그동안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했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다"며 "다만 전문가들은 데이터 등을 제시해 어렵고 문체가 딱딱한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읽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점이 차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조회수가 높았던 글(조회수 9만)인 6편은 정부를 곰탕집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을 피아노 배우는 아줌마로 비유했다.

 


현 상황을 '우리 동네'에 빗대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반응이 좋았다.

그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마지막 당부의 말을 남겼다. "부동산은 시장 논리로 풀어가야 하는데 정치적 논리를 자꾸 대입하니 계속 오답이 나온다"며 "정부는 집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모두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이제라도 옳은 쪽으로 정책을 선회하여 글을 그만 쓸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윤예 기자]매일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