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엘리트(3)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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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엘리트(3)

2020.07.30

 
□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지도자들이나 자기 나라 국권을 움켜쥔 실력자들은 모두 온전한  사람들일까? 종신토록 권력을 잡고, 철권을 휘두르고, 수틀리면 윽박지르고, 쌍욕을 퍼붓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한국의 어느 정치인이 “이제는 미친놈들이 뜬다”고 던진 말이 맞는지, 아니면 그 말이 미친 말인지 가늠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 중국은 열흘 전 ‘시진핑(習近平)외교사상연구센터’를 열었습니다. 중국  외교부와 관영 매체들은 이 연구센터를 “일대일로(一帶一路), 인류공동운명체 등 ‘위대한 전략가’ 시 주석의 외교 전략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는 기관”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에 앞서 공산당 기관지 학습시보(學習時報)는 “시진핑(67) 사상은 중국의 기적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학설”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 러시아는 지난 1일 블라디미르 푸틴(68) 대통령이 2036년(84세)까지 임기를 늘릴 수 있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찬성 78%)로 통과시켰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물량공세를 폈습니다. 인구 1,250만 명인 모스크바는 200만 명에게 100억 루블(약1,740억 원 상당)의 상품권을 뿌렸습니다. 시베리아의 한 도시는 투표자 경품으로 아파트 10채, 또 다른 지자체들은 스마트폰, 자동차 등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 100일 동안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 미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 폭증을 부채질했다는 비난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4). 그가 두 달 전 코로나 사태의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며 '미친놈'(wacko) '얼간이'(dope) 같은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지난 2월에는 대미 로비자금 세계 1위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상대하기 싫다’ ‘한국인은 끔찍하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의 북한이 시를 통해 “짖어대는 트럼프야, 미친개에겐 몽둥이찜질이 명약”이라고 조롱한 욕설에는 어떤 반응, 대응을 했는지는 모릅니다.

△ ‘21세기 술탄’을 자처하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66)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한 ‘국부’ 케말 파샤가 박물관으로 만든 아야 소피아 성당을 85년 만에 이슬람 모스크로 개조했습니다. 이슬람주의 국가 선언인 셈입니다.
4년 전 7월 군부 쿠데타를 진압한 그는 군인은 물론 법관, 공무원, 교사 등 6만 명을 현직에서 쫓아내거나 처벌했습니다. 비판 언론사를 폐쇄하고 기자들도 몰아냈습니다.

△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75)은 지난 4월 “코로나 확진자가 마스크를 안 쓰면 체포하고, 경찰의 안전을 위협하면 사살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마약 거래 연루 혐의를 받은 자기 아들(다바오시 부시장)에 대해서도 “내 아들이 마약범죄가 드러나면 사살하라”고도 했습니다. 검사 출신으로 대통령 선거 때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하겠다”고 한 공약과 최근 조치를 두고 국민들은 ‘두테르테의 살인면허’라고 수군댑니다.

□ 한국의 정치판은 양치기 소년들의 놀이터로 변하고 있습니다. 말 뒤집기와 양심 속이기 행태가 판을 휘젓고 있습니다. 정치꾼들이 신기루를 만들거나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짓거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 들어  부쩍 심해졌습니다. ‘개혁 입법’ 추진, 행정수도 완성 등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다 보면 또 어떤 궤변들이 나올지 긴장됩니다.  

△ “성범죄는 개인의 일탈이지만, 선거공약은 정당의 약속이다. 선거 때 민주당이 부산 시민에게 한 약속은 당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어야 한다.”(4·29 민주당 김두관 의원)
-민주당 당헌은 당 소속 선출직이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열리는 재·보궐선거에는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당헌 조항은 뇌물 사건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정치인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범죄를 가정해서 만든 것이다. 성추행 사건은 부정부패 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민주당 관계자)
-인터넷 게시판에는 “지키지도 못할 당헌은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성범죄에 대한 민주당 인식이 고작 이 정도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 “(당헌에 따라)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7·20 이재명 경기도 지사, 라디오 인터뷰)
“무공천을 주장한 적이 없다. 어떤 현상에 대한 ‘의견’을 가지는 것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주장’은 다르다.”(이틀만인 7·22 페이스북)
-야권은 “의견과 주장은 다르다는 것은 무슨 궤변이냐?”며 반박했습니다

△ “4월 총선 때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광주·전남 지지를 받기 위한 전략이었다.”(2016년 11·15 문재인 민주당 대표 시절 국회 기자회견)
“한국판 뉴딜은 지역중심으로 국가 발전 축을 옮기는 것”(7·21 문 대통령)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수도 이전? 대통령 집무실도 광화문으로 못 옮긴 주제에 …”라고 비꼬았습니다.

△ “개인 정보, 금융 정보 공개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1·7 정세균 총리 후보, 납세 관련 여야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를 모두 거부하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아들의 스위스 유학자금 출처와 병역면제 소명자료 제출을 ‘민감한 사안’이라며 불응하고 있다.”(7·12 김기현 통합당 의원)
-야당은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탈탈 털어 놓고, 정권이 바뀌자 자료제출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불평했습니다.

△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는 야당의 공격을 받은 박지원 국정원장(78)은 군 복무 기간 중 조선대 5학기 수료 학력으로 단국대에 편입해 3학기(1965~67.2) 만에 졸업했다고 국회 청문회 자료에서 밝혔습니다. 그는 “그때는 군 복무 중 대학에 다니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했습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65년 편입 때 기재했던 조선대 학력은 허위이고, 35년 만인 2000년 이를 광주교대(63.3~65.2)로 다시 고쳤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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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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