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이런 집들이 있었어?


[C컷]서울에 이런 집들이 있었어?


‘서울 도심에 이런 집들이 있었어?’

서울 청량리 홍릉주택 단지를 처음 본 사람들이 감탄하며 하는 말이다. 2층 높이의 흙벽돌집이 질서정연하게 일렬로 빼곡히 나열돼 있는 이곳은 6.25 전쟁이 끝난 직후 1950년대 만들어진 주거 단지다. 전쟁 이후 서울의 심각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시 정부는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대표적인 인구 밀집 지역이었던 청량리에 대단위 주거 단지를 조성했다. 원래 명칭은 ‘부흥주택’이었는데, 명성황후의 묘지가 있었던 홍릉과 맞닿아 있어서 ‘홍릉주택’이라고 불리게 됐다.

서울 청량리 홍릉주택의 모습. 2층 높이의 네모난 집들이 오와 열을 맞춰 빼곡이 들어서있다. / 오종찬 기자

 

 

6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형태의 건물이 한 채도 들어서지 않아서 초기 주택단지의 형태가 그대로 보존돼있다. 본래 형태의 주택에 거주민들이 낡은 곳을 고쳐가며 살아왔다. 현재 700여 세대가 살고 있는데, 단지 내 부동산 주인의 말에 의하면 절반 정도가 처음부터 입주했던 원주민이라고 한다. 그래서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자다. 골목을 걷다보면 의자와 평상에 앉아 쉬는 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알록달록 새 지붕을 올린 집들도 있고 초창기 기와 지붕을 그래로 가지고 있는 집도 있다./ 오종찬 기자

사람 한 두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은 홍릉주택의 특징 중 하나다. 수 많은 골목들이 직선으로 뻗어있다. / 오종찬 기자

 

 

홍릉주택이 1950년대에 만들어진 만큼 골목의 폭이 차 한대가 다닐 수 없을 만큼 좁다. 창문을 열고 있으면 앞집의 말소리가 다 들릴 정도. 덕분에 대부분의 주민들이 가족처럼 친숙하다고 한다. 평상에 앉아 쉬고 있는 할머니께 동네 분위기를 묻자, “사람 냄새가 나는 동네야.”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서울 청량리 홍릉주택 단지를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 / 오종찬 기자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초기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집들이 많다. / 오종찬 기자

이곳의 매력은 60년 전 과거와 현재의 삶이 중첩된 공간이라는 점이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서울 도심에 얼마 남지 않은 근대 건축물이 모여있는 곳이다.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현재는 청량리 제6주택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돼서 아파트 단지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동대문구 도시관리국 관계자는 “역사 유산의 흔적을 남길 가치가 있는 곳이어서 향후 협의를 통해 홍릉주택의 일부 흔적을 남길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 도심에 얼마 남지 않은 근대 건축물들로 독특한 모습을 띄고 있는 홍릉주택 단지. 현재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돼 있어서 언젠가는 없어지고 아파트가 들어 설 예정이다.
오종찬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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