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반대해도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건설은 지지해야 ㅣ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산으로 가나


[기고] 원전 반대해도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건설은 지지해야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처분 시설인 맥스터의 증설을 두고 지역 갈등이 심하다. 그 와중에 맥스터 증설의 찬반 논의를 중재하던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 위원장이 사퇴하는 소동마저 있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에서 사용하고 나온 폐기물이다. 발전소 수조에 보관 후 임시 또는 중간저장을 거쳐 영구처분장에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방사선이 세서 바로 노출되면 안 된다. 그래서 사용후핵연료는 항상 주의 깊게 관리하고 저장시설 간에 이동할 때도 특수제작된 용기에 담아 사람이 직접 접촉할 수 없게 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용후핵연료의 이동이 있었지만 한 번도 인명 피해가 난 적은 없다. 반원전 주창자들이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선 강도만 가지고 위험을 강조하는 것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관리를 무시하는 것이다. 가스발전 확대로 LNG 저장시설도 늘고 있다. LNG 비축기지 탱크 용량은 2억리터다. 저장 탱크가 폭발한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하지만 LNG 저장 탱크 폭발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적이 없다. 사용후핵연료와 마찬가지로 위험을 차단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가 천연 우라늄과 같은 방사선 수준으로 되기까지는 십만여 년이 걸린다. 반원전 주창자들이 원전을 공격하는 단골 소재다. 사용후핵연료는 구리용기에 담아 지하 깊숙이 묻어 영구처분한다. 스웨덴의 포스마크 처분장 안전성 분석에 의하면 모든 구리용기가 훼손되는 극단적 가정에서도 처분장 인근의 방사선은 천년 정도 지나면 최고치에 달하지만 자연방사선 수준을 넘지 않는다. 반면에 기후변화로 인해 백 년 내에 생명체의 상당수가 멸종될 수 있다는 예후는 여기저기에 있다. 진정 인류를 생각하는 환경주의자라면 천년 후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을 걱정하기보다는 백 년 내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현재 영구처분장을 건설 중인 나라는 핀란드가 유일하다. 여러 나라가 후보지를 정했지만, 처분장을 추진하면 반원전 단체들이 원전 폐쇄를 목적으로 건설에 반대하고 나선다. 우리나라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세우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2016년에는 공론화를 거쳐 법안까지 마련했다. 이번 정부에서 재검토 중이었으나 반원전 그룹의 비토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탈원전의 명분은 안전이었다. 발전소에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화재 가능성도 원전의 안전성에 시비를 거는 주요 사례였다. 그렇다면 오히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건설을 촉구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은 흩어져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한군데 모아 생활공간과 격리하는 것이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안전한 방법은 없다. 원전 폐쇄를 목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반대한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탈원전을 하더라도 사용후핵연료는 남아 있으니 원전 폐쇄 여부를 떠나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은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처분장이 없다면 다른 나라들처럼 임시저장 시설이라도 지어서 사용후핵연료를 분리 보관해야 한다. 발전소에 만에 하나 사고가 나더라도 사고의 전파로부터 방어할 수 있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사용후핵연료를 분리 보관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원전해체산업을 키우기 위한 선결 조건도 사용후핵연료 처분정책 수립이다. 고리1호기 해체를 앞두고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방향이 서지 않는다면 또 다른 지역 갈등이 있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반원전 주창자들은 사용후핵연료의 오랜 보관 기간을 들어 미래세대에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원자력을 비난한다. 하지만 오늘 필요한 처분장을 내일로 미루는 것이야말로 미래세대에 책임을 미루는 것이다. 찬원전이든 반원전이든 원전에서 나오는 저렴한 전기의 혜택을 본 것은 우리 모두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분방안 마련은 2017년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때 안전과 더불어 국민이 요구한 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니 안전과 미래세대를 정말 위한다면 원전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떠나서 사용후핵연료처분은 임시저장은 물론 영구처분장도 지금 중지를 모아 해결해야 한다.

조선비즈 



[사설]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산으로 가나
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우여곡절 끝에 작년 5월 출범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 정정화 위원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뜨거운 감자와 같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또 다시 큰 벽에 부딪혔다. 정부는 정위원장의 사퇴이후 바로 임시회의를 열어 새 위원장으로 김소영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를 선출했으나 전도는 결코 밝지 않다.

정 전 위원장은 사퇴 기자회견문에서 탈핵시민사회계의 참여와 소통을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지만 산업부에 대한 불신의 벽을 극복하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에 이어 또 다시 ‘반쪽 공론화’로 ‘재검토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위원회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민사회계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 어려워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덧붙였다.

K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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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가 발족한 것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마련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기본계획’이 문제가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를 다시 들여다보자는 차원에서였다.  이 계획은 2029년까지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해 2029년까지 영구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고 2036년까지 중간 저장시설, 2053년까지 영구처분장을 건설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작년 의견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며 사실상 앞서의 관리기본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원전업계와 시민단체 및 이해당사자인 관련지역 주민을 배제한 채 변호사와 대학교수 등 중립적인 인사 15명으로 재검토위를 구성했다.

재검토위는 지난해 발족 당시부터 원전 지역 주민까지 배제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절름발이 상태로 첫발짝을 떼었다. 월성원전 등이 모여 있는 경주시 의회를 비롯해 관련 시민 사회단체들은 재검토위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설사 재검토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 전 위원장의 사퇴는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으며 정위원장 스스로도 원전운영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난제 중의 난제가 사용후 핵연료 처리방안인데도 불구하고 산업부가 포화상태인 월성원전의 임시저장시설(맥스터) 확충에만 급급하다는 탈핵진영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같은 현실적 구조를 그대로 놔둔 채 위원장만 새로 선임한다고 해서 재검토위가 순항하리라고 믿는 것은 큰 무리다. 정 전 위원장이 고언한대로 탈핵시민사회계를 포함해 사용후 핵연료와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논의구조로 재설계하고 위원회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운영해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월성원전 맥스터는 97.6%가 차 있어 2022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등 사용후 핵연료 정책은 사실상 분초를 다투고 있는 사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보다 신중하고 정확한 대처가 시급하다.  
케이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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