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코로나 소동 비교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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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코로나 소동 비교

2020.05.18

우리나라와 이웃 일본은 다 같이 5월 초에 소위 대형 연휴를 즐깁니다. 그러나 금년 이 ‘황금연휴’는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소동으로 명암(明暗)이 교자(交叉)하고 있습니다.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부처님오신날’이 금년에는 4월 30일이어서 우리나라 연휴는 이날부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코로나 소동이 한 고비를 넘기자 방역당국은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의 규제를 ‘가정 내 거리두기’로 한 단계 낮추어 국민들이 모처럼의 연휴를 즐기게 하였습니다.

서울 시내와 근교의 유원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상춘객으로 오랜만에 크게 붐볐습니다.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는 성수기의 9할에 가까울 정도로 객석이 찼고, 한라산 가는 도로에는 등산객이 주차한 차가 길 양쪽을 길게 메웠습니다.

일본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하는 프로야구 연맹전을 관중 없이 개막했으며 뒤이어 KLPGA 골프전과 다른 프로 스포츠도 시작했습니다. 프로야구 개막전인 삼성-NC전은 사상 처음으로 야구 본고장인 미국은 물론 일본에도 TV로 생중계돼 프로야구가 열리지 않는 미국과 일본의 야구팬을 즐겁게 했습니다.

식당, 극장, 유흥가, 박물관들의 손님도 눈에 띄게 많아졌고 각급 학교도 순차적으로 개학이 예고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에 출입한 일부 몰지각한 젊은이들의 부주의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얼마 동안 새 감염자 발생이 한 자리 수였었는데 이것이 두 자리로 바뀌고 새 환자 발생이 부산 등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당황한 교육당국은 개학 날짜를 일단 1주일 씩 순연하였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작년에 새 천황이 즉위(卽位)한 4월 30일이 공휴일로 추가되어, 쇼와(昭和) 천황 탄생일인 4월 29일부터 대체휴일인 5월 6일까지 소위 GW(Golden Week, 황금연휴)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 전에 발표한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이 5월 31일까지 연장된다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5월 4일 기자회견 때문에 우울한 연휴가 돼버렸습니다.

불만의 소리가 언론매체에 많이 보도되었으나, 많은 일본인들은 정부의 여러 규제를 비교적 잘 지켰습니다. 예년 같으면 관광 명소나 고속도로가 대혼잡을 이루고 급행열차의 좌석이 매진될 것인데, 정부 대변인에 의하면 연휴 동안 전국 관광지를 방문한 사람 수는 평년의 2~3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일본이 자랑하는 급행열차 신칸센(新幹線)의 새벽차가 손님이 하나도 없이 도쿄(東京)역을 출발하는 진풍경도 있었다고 합니다.

프로야구 등 스포츠 경기는 전면 중지되고, 3월에 사상 세 번째로 무관중 대회를 열었던 스모(씨름)협회는 5월 하순에 예정되었던 5월 씨름대회를 7월로 연기하였습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코로나19 바이러스 초기 대응에 실패했습니다. 특히 금년 여름에 올림픽을 개최할 준비를 하고 있던 일본은 코로나19 소동에 대한 뉴스를 대외적으로 소극적으로 알렸고, 보건당국의 방역 대책도 소극적이었습니다.

결국 3월 하순에, 올림픽 대회는 내년으로 연기되고 일본 정부는 코로나 대책에 본격적으로 노력하는 듯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급속히 확산하여,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습니다. 평소에 사회질서를 잘 지킨다고 칭찬받던 일본 국민의 일부 일용품 사재기 소동이 수도 도쿄에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2월 초에 승객과 승무원 약 4천명이 탄 초대형 미국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일본 요코하마(橫浜)에 입항했을 때의 일본 보건당국의 조치에도 일본 국내의 보건전문가와 해외 언론이 많은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검진 속도가 빠르지 못해 도착 후 약 2주일이 지나서야 약 600명의 양성 감염자를 검출하고 승객과 승무원을 하선시켰습니다. 하선한 일본인 승객을 일반 대중교통편으로 귀가시킨 것도 비난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 일본 국내 환자는 계속 늘어 4월 초 한때 하루에 7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그 후 점차 감소 추세가 계속되어 지난주 며칠 동안은 50명 이하라고 발표되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코로나 검진은 아직도 속도가 느려 국내외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사회에 많이 알려진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회생되어 일반 시민의 경각심을 더욱 높이게 하였습니다. 3월에 일본 희극배우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인 시무라 켄(志村けん, 70)이 코로나에 희생되어 일본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얼마 후 이번에는 유명한 여배우 오카다 구미코(岡田久美子, 63)의 코로나에 의한 사망이 팬들을 놀라게 했고, 지난주에는 일본이 국기(國技)라고 자랑하는 스모의 28세 된 선수의 비참한 죽음이 보도되었습니다. 이 씨름 선수의 경우 약 한 달 간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운명한 슬픈 이야기가 보도되어 일본 의료제도의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하순, 일본 후생성은 일본의 코로나 검진 수는 하루 7천 내지 9천 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다른 선진 국가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입니다. 4월 초 아베 총리는 검진 수를 1일 2만 건으로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4월 한 달 하루 검진 수가 1만 건을 넘은 날이 한 번도 없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4월 초, 일본 보건당국은 인구 10만 명당 하루 코로나 검진수가 일본은 188명인 데 비해 한국은 1,198명, 싱가포르는 1,708명, 그리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3천명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4일, 아베 총리는 전국 47개 지자체(地自体) 중 도쿄, 오사카(大阪) 등 8개 지자체를 뺀 49곳에 이달 말까지로 연장된 긴급사태선언 조치를 해제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약간 진정되고,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는 국민 불평을 감안한 조치였습니다.

현재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 누계는 약 1만6,200명이며 사망자는 약 700명입니다. 우리나라의 확진자 1만1천 여 명과 사망자 260여 명에 비하면 많은 편이지만 일본 인구는 약 1억3천만 명이고 우리나라 인구는 5천만 명인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래도 사망자 수가 비교적 많은 점이 특이합니다.

일본 야마나시(山梨)대학 시마다 마로(島田眞路) 학장이 일본의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의 불충분한 체제는 ‘일본의 수치’라고 언론에 불평한 것은 아베 총리를 돕기 위하여 만들어진 ‘전문가 회의’를 대변하는 것으, 일본 언론매체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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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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