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가격 규제 못하는 이유


마스크 5부제 실시 치솟는 마스크 가격 규제 못하는 이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소비자의 심리가 위축되고 국가간 이동을 제한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기 침체 못지 않게 마스크를 충분히 생산하고 원활하게 배분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1일 오후 대구시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지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전세계적으로 마스크 가격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많게는 10배나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천정부지로 오르는 마스크 가격을 왜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을까요?





수요함수와 공급함수의 만남, 최적의 배분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평화롭던 시절의 마스크 시장 모형을 살펴보겠습니다. 시장 모형은 수요함수와 공급함수로 나타냅니다. 수요함수는 가격에 따른 수요량을 보여주는 그래프로, 쉽게 생각하면 ‘이 가격(독립변수)이면 마스크를 사겠다’는 소비자의 수(종속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공급함수는 가격에 따른 공급량을 나타냅니다. ‘이 가격(독립변수)이면 마스크를 이만큼(종속변수) 만들겠다’는 마스크 공급자에 대한 그래프입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변수들이 있을 때 영향을 주는 쪽을 독립변수, 받는 쪽을 종속변수라 합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마스크를 덜 사게 될 테고, 공급자는 더 많이 만들려고 할 겁니다. 그래서 수요함수는 가격에 대한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고, 공급함수는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하나씩 자세히 뜯어봅시다.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함수의 대표적인 형태는 ‘Y=a-bX’입니다. 수요함수에서 종속변수 Y는 수요량을 의미하는 Q이고, 독립변수 X는 가격을 의미하는 P입니다. 독립변수 X는 가격을 의미하는 P입니다. 



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20은 가격의 변화에 따른 수요량의 변화입니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마스크의 가격이 100원 올라가면 수요량은 2000개 감소합니다.


그래프에서 8000이 갖는 의미는 가격 이외에 마스크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의 소득이나 다른 상품의 가격 변화, 전염병 발생과 같이 마스크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죠. 일반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이런 외부 요인들은 변화가 없다고 가정해 상수로 표시합니다.




마스크의 공급함수는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공급자는 마스크의 가격이 10원씩 상승할 때마다 공급량을 100개씩 증가시킵니다.


사회후생이 최대가 되려면

두 곡선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최적의 분배 지점’입니다. 방정식이 2개, 미지수가 2개인 연립방정식이기 때문에 두 방정식이 상수항과 계수가 다른 독립일 때는 해를 구할 수 있습니다. 두 식의 해를 구하면 균형가격 P는 300원, 균형거래량 Q는 2000개가 됩니다 


(아래 왼쪽 그래프) 


마스크 시장에서 수요함수는 마스크가 필요한 소비자가 생각하는 마스크의 가치를 높은 순서대로 나열한 것입니다. Q의 값이 0인 P 절편은 400원으로 P의 값 중에 가장 높은 값입니다. 즉 기존 의 마스크 시장에서 마스크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사람이 생각하는 마스크의 가치는 400원인 것이죠.




따라서 균형가격이 300원으로 형성되면 시장에서는 마스크에 대한 만족도가 300원인 사람부터 400원인 사람까지 마스크를 구입합니다. 이때 마스크에 대한 만족도가 350원인 사람은 이 거래를 통해 50원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겠죠? 이렇게 소비자가 구매하려고 했던 가격에서 시장 균형가격을 뺀 금액의 총합을 경제학에서는 ‘소비자 잉여’라고 합니다.


한편 마스크 공급함수를 살펴보면 시장에서 공급자들이 생산을 시작하는 최소한의 마스크 가격은 100원입니다. 마스크 판매를 위해 생각해둔 최소한의 가격이 균형가격인 300원보다 적은 공급자들은 마찬가지로 이익을 얻게 됩니다. 공급자의 이익을 합친 금액을 ‘생산자 잉여’라고 하고,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를 합친 걸 ‘사회후생’이라고 부릅니다. 사회후생은 보통 균형점에서 가장 큰 값을 갖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를 뿌리면

지금까지 알아본 건 별다른 외부 요인이 없는 평화로운 시장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라는 외부의 큰 충격으로 인해 고정됐다고 가정한 마스크 시장 모형의 상수들이 급격히 변했습니다.


가령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늘어 수요함수의 상수항이 8000에서 11000으로 늘어나,



으로 변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럼 새로운 균형가격은 400원, 균형거래량은 3000개가 됩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전파 속도가 아주 빠르고,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스크가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장에서 마스크의 필요성이 강조되면 수요함수의 독립변수 앞에 있는 계수의 절대값은 감소하게 됩니다. 소비자들이 전보다 마스크 가격의 변화에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수요함수는



로 다시 변하게 됩니다. 새로운 시장에서 균형가격은 800원, 균형거래량은 7000개가 됩니다.




그런데 만약 정부가 치솟는 마스크 가격을 규제하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정부가 마스크를 500원 이상의 가격으로는 거래하지 못하게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고 해봅시다. 가격이 800원에서 500원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수요량은 7000개에서 8500개로 늘어나는 반면, 공급량은 7000개에서 4000개로 줄어듭니다. 즉 최고 가격이 500원으로 묶이면 시장에 공급되는 마스크 수량은 4000개고, 소비자가 필요한 마스크는 8500개이므로 4500개의 초과 수요가 발생합니다.


또한 거래량이 7000개에서 4000개로 감소하면서 마스크를 사고 싶지만 물량이 없어서 못사는 일부 사람들의 소비자 잉여와 마스크를 만들려고 했지만 만들지 못한 공급자의 생산자 잉여도 사라지게 됩니다. 그만큼 사회후생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경제학에서는 이를 ‘사회후생 손실’이라고 하며, 자원배분에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봅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로 마스크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 물량이 부족하지만, 시장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보다는 공급량 일부를 정부가 통제하고 배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3월 5일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출생년도 끝자리에 따라 요일을 나눠서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의 마스크 가격이 유지될 수 있도록 마스크의 공적 물량을 50%에서 80%까지 높였습니다. 이런 정부의 노력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만나 마스크 시장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가 하루빨리 안정화되기를 바랍니다.

※기사에 나오는 공식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현실의 마스크 가격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 필자소개

최병일 한국외국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행동경제학과 경제 교육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에 경제학을 쉽게 설명하는 칼럼을 쓰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로 몸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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