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때문에 한국인까지 벌레 취급?


"파리서 지하철 탔더니, 한국인 주변에 아무도 안 앉아"

유럽서도 우한 폐렴 번지자 한국유학생 등 동양인 차별 겪어
"길에서 재채기 한 번 했더니 근처 백인이 벌레 보듯 쳐다봐"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중인 대학원생 배모(30)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만원 지하철에서 운 좋게 빈자리에 앉자마자 양옆에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긴 빈자리에는 배씨가 지하철을 내릴 때까지 앉는 사람이 없었다. 배씨는 "아무리 혼잡한 인파 속이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면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 간다. 바다가 양쪽으로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이 따로 없다"고 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서구권에 거주·유학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7일 기준으로 미국 12명, 독일 12명, 프랑스 6명 등 해외에서도 우한 폐렴 확진자가 속속 발생하자, 현지인 일부가 동양인 전체를 싸잡아 차별과 혐오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여러 국적·인종이 뒤섞인 미국보다 유럽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사례가 많다. 교환학생 자격으로 리투아니아에 체류 중인 김모(여·22)씨는 "최근 3일간 인종차별을 많이 당했다"며 "길에서 10~15초간 나를 빤히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코로나, 코로나'라고 쑥덕거린 적도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다가 1일 귀국한 황규미(여·23)씨도 "길에서 재채기를 한 번 했더니 근처에 있던 백인이 벌레 보는 표정으로 쳐다봤다"며 "식당에 갔을 때는 직원이 '중국 사람이냐'라고 물어봐서, 한국인이라고 대답하자 다행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했다.

 

 

성악가 조수미가 유학했던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학교는 최근 "중국발 전염병이 돌고 있는 관계로 모든 동양인 학생의 수업 참석을 금지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 학교 동양인 학생 81명 중 한국인이 33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인 32명, 일본인 11명 순이다.
이기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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