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없는 미슐랭 김밥이 홍콩에 있다...홍콩섬 Kelly’s
한국에도 없는 미슐랭 김밥이 홍콩에 있다
YuChingCathy Yau 홍콩 홍콩무역관
유은하 Kelly's Cape bop 오너셰프
홍콩섬/Tri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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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한 바다 바람, 좁은 거리, 소음같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나에게 2014년 홍콩의 모습이다. 홍콩에 패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이탈리아 친구의 부탁으로 회사 마케팅을 도와주려 3개월 일정으로 방문했다. 처음 방문은 아니었지만 항상 호텔에 머물며 며칠 일보고 떠난 게 전부라 홍콩 사람들의 실생활은 모르고 있었다. 회사 근처 코스웨이베이에 서비스 아파트를 얻어주어서 편히 지낼 수 있었지만 멋진 전망과 달리 좁은 집 구조와 테이블만한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식사를 해결하기에는 불편했다. 덕분에 삼시 세끼를 보두 밖에서 해결하느라 나의 홍콩 식당 투어는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자료: KOTRA 무역관 직접촬영
교통이 잘돼 있는 홍콩섬에서 트램을 타고 한 정거장, 두 정거장씩 다니며 작은 식당이라도 줄을 서면 일단 먹어보고 비교를 해보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15년 동안 하던 수입의류회사를 정리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나이 40이 넘어 영국으로 가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있던 중 음식을 만들 때 가장 행복했던 내 모습을 발견하고 2년 가까이 음식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하며, 내 브랜드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홍콩에서의 음식점 투어는 그동안 고민하던 브랜드 콘셉트를 해결해줬다.
사실 영국에서 한국 음식점을 준비하고 있던 나의 고민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업 비자를 내기 위한 많은 비용 그리고 내 음식을 이해하고 같이 일해줄 직원 고용, 까다로운 여러 가지 라이선스 등 가장 걱정스러웠던 것은 홈쿡을 즐기는 영국인 사람들에게 내 음식이 맞을까 고민하던 중에 내가 고객이 돼 다녀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콘셉트는 홍콩과 더 잘 맞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틈틈이 가게 자리를 보러 다녔다. 그리고 12평이 안되는 작은 가게에서 그렇게 나의 브랜드 Kelly’s를 시작했다.
자료: KOTRA 홍콩 무역관 직접촬영
홍콩은 비싼 렌트비를 빼고는 대체적으로 식당을 오픈하는 데는 어려운 점이 많지는 않다. 법인 사업자를 낼 경우에는 한국인을 고용해 비자를 내줄 수 있고 개인 사업자는 한국인 고용 비자를 내줄 수 있는 어려운 점이 있다. 물론 처음에는 나도 대행사를 통해 법인 사업자와 식당 라이선스를 받았지만 직접 사업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영어로 잘 설명이 돼있다. 하지만 식당을 오픈한 후 광동어를 못하는 나는 재료상을 다니며 영어로 소통하는 부분에 애로가 있어 핸드폰에 사진을 찾아 보여주고 매일 발품을 팔며 다녀야 했다. 주의해야 할 건 바로 옆집에 같은 물건은 팔아도 가격이 서로 다르다는 거다. 비싸게 사고 항의를 해봐도 할 수 없다는 소리에 두 번 황당할 뿐이었다.
한국 식당들이 많은 구룡(Kowloon)반도와 다르게 홍콩섬 완차이에 자리를 잡은 Kelly’s 주메뉴는 식당 이름처럼 딸 Kelly를 위해 해주던 엄마 음식인 김밥과 떡볶이, 계란말이, 김말이가 주였고 음식 포장과 신선한 재료에 초점을 둬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양과 품질에 신경을 썼다. 많은 아시아 국가 사람들이 사는 나라인지라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을 만날 수 있는데 처음 만난 직원은 네팔에서 온 직원이었다. 한국적 성향이 비슷한 네팔 직원은 홍콩에서 7년 넘게 거주해서 홍콩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따로 큰 절차 없이 채용했다. 또한 Kelly’s만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게 교육하고 같이 엄마 마음을 담은 메뉴 개발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전에 일하던 수입의류 일과 직원의 성격은 아주 다르지만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하다는 생각은 바꾸지 않았다. 처음부터 한 명인 직원과 많은 의견을 나누고 직원이 한 명, 한 명이 늘어날 때마다 그들이 편히 일할 수 있는 동선과 스케줄을 만들고 Kelly’s만의 메뉴에 자부심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아침에 야채를 다듬고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따로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해서 모든 재료의 간을 보거나 신선도를 체크한 후에 커피타임을 갖고 가게를 오픈하는 일은 5년이지만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웃으며 일하는 직원들과 더운 홍콩의 날씨에도 재료의 변질로 컴플레인을 받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2015년 11월 고객으로 만난 잡지사 기자로부터 잠시 은행일을 보고 있는 중에 축하한다는 내용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미슐랭 홍콩 마카오에 8주년 기념으로 스트릿푸드라인이 생겼는데 로컬 식당들 중에 한국 음식으로 유일하게 Kelly’s가 받았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10년을 넘게 살아보고 영국에서 살아본 나는 미슐랭 가이드가 얼마나 까다로운 선정인지 알고 있어서 같은 이름의 홍콩 잡지인가 정도로 생각하고 매장으로 돌아와보니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신문사에서 카메라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후 신문기사의 타이틀에는 ‘한국에도 없는 미슐랭 김밥이 홍콩에 있다’였다.
그 후 4년 연속 미슐랭 어워드를 받으면서 더욱 더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메뉴와 앞으로의 홍콩의 식생활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계란 지단을 베이스로 하는 밥 없는 김밥을 선보여 아직도 베스트 상품으로 가지고 있고 종교나 건강을 위해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야채가 많이 들어간 비빔밥과 아침에 직접 말아 튀기는 김말이는 한국 재료를 사용해 한국 전통성과 건강을 모두 알려주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음식을 담는 포장도 108시간 만에 흙으로 돌아가는 사탕 수수 재질의 용기로 바꿔서 고객들의 환경보호 인식을 더욱 상기시켰다.
또한 2019년에는 홍콩에 1800개 레스토랑과 식음료 매장을 가지고 있는 F&B 회사인 MAXIM’S와 계약을 맺고 미화 200만 달러 출자를 받아 한국 재료를 직접 수입했다. 자사 27개 레스토랑에서 한국 메뉴 20가지를 4개월간 선보이는데 헤드세프 역할과 수석 자문 역할을 잘 수행해냈다.
자료: KOTRA 홍콩 무역관 직접촬영
홍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일본 음식과 문화를 좋아한다. 어쩌면 더 빨리 해외 진출에 노력하고 지원한 일본 정부의 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홍콩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러 한국 문화와 한국 음식을 찾는 홍콩인들은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어하고 접하길 원하지만 아직은 한국 재료를 만날 수 있는 마켓이나 레스토랑이 충분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한국 요리방법이나 재료 사용 방법을 몰라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한국 제품들을 알릴 길이 쉽지 않다. 그래도 적은 시간이지만 홍콩의 한국 문화원에서 한국 음식을 알리는 한식 요리강좌 시간을 통해서 한국 음식을 쉽게 요리하는 방법과 재료에 대해 설명하고 알릴 수 있어서 감사하며 매달 다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숨은 좋은 먹거리들도 KOTRA 홍콩 무역관에서 주관하는 B2B 행사를 통해 만날 수 있어서 고인 물 같지 않게 내 스스로를 발전시켜가며 행복한 세프의 길을 갈 수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게 작은 꿈이 있다면 현재 추진 중인 10개국 공항에 코리안 스시가 아니라 김밥이라는 고유 단어를 전 세계 사람들이 잊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Kelly’s 하면 김밥, 김밥하면 아~~~ Kelly’s' 를 외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매장 오픈 준비 중이다. 브랜드에 약하지만 어느 나라 음식보다 건강하고 정성이 들어있는 한국의 음식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 보고 싶은 작은 내 애국심이다.
얼마 전 외국인 친구가 물었다 왜 김밥이 건강하냐고. ‘음… 어떤 나라 음식이 한 접시에 8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갈까? 8가지 다른 재료라면 8가지 다른 비타민이겠지. 그런데 우리나라 김밥은 한 입에 8가지 이상의 비타민을 먹는 거야’ 친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걸 감사하며 오늘도 열심히 김밥을 만드는 나는 행복한 오너 세프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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