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탈 플라스틱’ 열풍(2)] 바이오플라스틱, 대량생산 왜 못하나

 

바이오플라스틱, 기술 충분한데 대량생산 왜 못하나


느슨한 환경규제, 원료조달 등 투자 인프라 부재가 걸림돌


   화석연료 플라스틱을 생산해 온 유수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른바 ‘바이오플라스틱’을 미래기술로 지목하고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산업이 유발하는 환경 및 인체 유해 문제의 대두로 석화 제품의 대체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플라스틱산업은 이러한 석유화학산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환경문제로 가로막힌 화학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플라스틱 대체, 산업용품, 건축 토목, 패키징 분야, 생활용품 등에 활용되는 바이오플라스틱산업 현황과 실효성에 대해 살펴본다.



미래지향적 바이오플라스틱산업

바이오플라스틱산업은 기존의 플라스틱제품이 지니고 있는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며 신소재의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미래지향적 산업으로 떠올랐다. 환경친화적이고 인체에 무해한 바이오플라스틱의 실용화 및 의무화의 압력이 거세지면서다. 각국은 정부 산하 연구기관, 학계 그리고 산업계가 바이오플라스틱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포장재 및 소비재 부문에 기존 플라스틱 백(plastic bag)의 사용 금지를 입법화하고, 환경세(ecotax)까지 부과하여 제품사용을 저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커피전문점 매장 내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했고, 마트에서는 종량제가 아닌 일회용 비닐쇼핑백 사용을 금지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50% 감축을 목표로 확대정책을 펼치고 있다.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그동안 꾸준히 개발되어온 생분해성 소재 관련 제품들에 관심이 쏠리면서 바이오매스 기반 분해성 플라스틱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은 기존의 썩지 않는 플라스틱과 달리 자연상태에서 완전한 분해가 되어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지 않는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자연에서 미생물(박테리아, 곰팡이 등)에 의해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는 친환경 폴리에스터 고분자 소재를 활용한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제품 개발이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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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화 단계에서 한계성 극복이 과제

현재 상업적으로 생산 판매되고 있어 실용화한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는 PCL, PLA, PHA, PHB, PBS 등 지방족 폴리에스테르 및 전분과 지방족 폴리에스테르를 혼합 사용한 것들이다. 플라스틱 대체용 제품으로 옥수수, 볏짚, 목분, 톱밥 등 유기성 폐자원류나 종이, 펄프류 등 천연계 고분자를 원료로 이용하여 제품화한 것들도 있다.




천연계 고분자 중에서도 전분이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로 가장 선호되고 있고, 실제로 전분을 원료로 한 바이오플라스틱이 포장 용도로 현재 가장 많이 실용화하는 추세다. 다만, 생분해 플라스틱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짧은 분해 기간 △약한 물성, 내열성 및 내한성 △가격경쟁력 등의 일부 한계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거나 수분, 미생물 등에 접촉시간이 길지 않은 분야에 국한되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 ‘바이오베이스플라스틱’이다. 적용 분야는 단기간 내에 분해가 되지 않아야 하는 산업용 패키징 분야, 멀칭 필름 등 농업 분야, 미생물 효소 등이 살아 있어 유통 중 식품 포장재의 내구성에 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발효식품 분야, 제품의 내구성이 열화되지 않아야 되는 분야, 건축 내장재, 필름 등 강도가 강해야 되는 분야 등으로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외의 바이오베이스플라스틱은 올레핀계 합성수지만으로 수개월 이내에 생분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산화생분해제, 상용화제, 산화제 등을 이용하여 제품화하고 있다. 전분이나 셀룰로오스, 기존 생분해 수지 등과 블랜드체로 상품화하는 추세이다.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들




기능성 추가한 환경배려상품 늘려야

아직 바이오매스 소재는 내구성 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아 사용이 제한적인데,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기술개발이 활발하다. 일부 기업들은 상징적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 바이오매스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개발을 시작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화업체들의 친환경 원료 개발 및 제품 생산 의지는 강하지만 아직까지 상용화가 확실히 이뤄진 경우가 많지 않다”며 “그러나 플라스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감 등이 강해지면서 원료의 친환경화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미 국제적으로는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쇼핑백이나 플라스틱병의 분해성 수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추세다. 국내 플라스틱 산업이 외부의 한계점을 타개하려면 관련 규제 등 제반마련과 아울러, 생분해성 이외에도 휘발성유기화합물 저감, 4대 중금속 저감, 환경호르몬 저감 등 인체에 무해한 추가 기능성을 부여한 제품개발에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진인주 한국바이오플라스틱협회장은 “바이오플라스틱 사용 의무화나 바이오플라스틱을 사용한 만큼 폐기물 분담금을 감면해주는 법안 제정 등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얼마든지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확보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행정이 시장 형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매스(biomass)는 생명체(bio)와 덩어리(mass)를 결합시킨 용어로 “양적 생물자원”이란 개념을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대기중의 이산화탄소가 광합성에 의해 고정된 사탕수수, 옥수수, 임산물 등 식물자원, 미생물 대사산물, 클로렐라(chlorella), 스피룰리나(spirurina) 등 미생물 및 해조류를 총칭한다. 지구상에서 1년간 생산되는 바이오매스는 석유의 전체 매장량과 비슷한 수준이므로 적정하게 이용하면 고갈될 염려가 없어 무한자원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바이오플라스틱에는 △사탕수수나 사탕무, 옥수수, 감자, 곡물, 식물성 기름 등을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바이오매스플라스틱) 또는 △미생물의 분해작용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거나 물과 메탄가스로 분해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모두 포함된다. 바이오매스플라스틱 중에는 비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있고, 또 생분해성 플라스틱 중에는 화석연료 플라스틱도 포함돼 있는데, 이와 관계없이 식물을 원료로 해 만들거나 생분해될 수 있다면 모두 바이오플라스틱이다.


바이오매스플라스틱, 진입장벽 낮아

생분해 여부를 떠나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그 자체로 친환경 미래기술로 지목된다. 식물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만큼 공정 과정에서부터 화석연료 플라스틱 대비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일부 석탄연료 플라스틱이 포함하고 있는 유해물질이 없어 인체에 무해하며, 소각 시에도 유해물질 발생이 적어 환경오염 발생억제의 효과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일부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화석연료로 만든 플라스틱과 동일한 화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 화석연료 플라스틱 생산라인에서 원료 대체 또는 혼합으로 생산이 가능하기도 하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을 갖는다. 실제로 최근 국내 CU와 GS25 등 편의점은 각종 플라스틱 병·식기에, 롯데백화점은 포장재에 바이오PET, 바이오PE를 활용한 제품을 사용하기로 결정, 상대적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대비 빠르게 실용화되고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옥수수,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바이오매스 플라스틱(Biomass Plastic)은 산화생분해가 용이하여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식량자원 사용자제 차원에서 산업용, 농업용을 중심으로 연중 원료 조달이 용이한 왕겨, 목분, 옥피, 두부박, 식품공장 부산물 등 비식용계 유기성 폐자원이 각광받고 있다.




한국후지제록스의 옥수수 프린터 ‘다큐프린트C2255’는 천연 식물성 팜유 성분으로 구성된 크레용과 유사한 형태의 4가지 컬러 스틱이 순간적으로 녹아 용지에 출력되는 솔리드프린팅 기술도 적용됐다. 또한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을 복합기 내부의 드럼 카트리지 커버에 사용하여 생성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 플라스틱 제품대비 16%가량 줄였다.



삼성전자의 친환경 에코폰(SCH-W510)은 휴대폰 배터리 커버 등에 옥수수 전분을 발효해 만 들어진 ‘바이오 플라스틱’을 40% 함유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


LG하우시스는 새집증후군, 아토피 등 환경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친환경 건축자재 사용을 늘려 왔다. 최근 옥수수(PLA), 천연석, 편백나무, 진황토, 구연산 등의 천연원료를 ‘지아(zea) 마루’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옥수수의 학명(Zea mays)에서 이름을 딴 ‘지아마루’는 매년 재생산이 가능한 옥수수 등의 무한자원인 식물성 원료를 사용함으로써, 생산에서 폐기까지 발생하는 CO2 발생량을 50% 이상 감소시켜 지구 온난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트레이와 케이스, CJ는 선물용 포장재에 미강 3%을 적용, PVC 벽지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를 적용한 벽지개발 등을 선보이고 있다. 월마트, 현대카드, 중외제약, 아모레퍼시픽, 나들가게, 미니스탑, 스타벅스 등은 전분, 산화제, 생분해 첨가제 등을 이용하여 제조한 비닐봉투를 사용하고 있다.


의무사용 규제 등 정책지원 병행돼야

국내에서 바이오플라스틱의 수요는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 시작되어 2013년까지 연 6.6%의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8년에는 국내 수요량이 4만 톤, 시장규모는 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아시아 시장에서 6%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국내 바이오플라스틱 제품은 대량생산체제 미흡 등으로 사실상 산업화가 시작되진 않았다고 볼 수 있으나, 최근 (사)한국바이오소재패키징협회, 광양경제자유무역청 등이 협력하여 10만평 규모의 바이오밸리 조성 및 산업바이오연구센터를 추진하는 등 대량생산 체제 구축이 활발하다.


다만, 원료조달과 수요증대, 투자 인프라 및 파트너십 형성 미비 등의 취약한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워낙 다양하고 분포가 산발적인 바이오매스의 대량생산을 위해 다른 국가간의 채널 형성이 다채로워야 하고, 아울러 초기수요 증대를 위해서는 바이오플라스틱의 인증제도 또는 의무사용 규제와 같은 정책적 보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증제도의 경우 바이오플라스틱 제품의 규격화(바이오매스의 함량 기준), 물성을 시험할 수 있는 표준코드 제정 등 공식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격경쟁력이 확보되기 이전까지 수요 촉진을 위한 의무사용 규제나 사용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진인주 회장은 “우리나라의 생분해성 제품 관련 규격기준이 해외에 비해 너무 엄격한 것은 물론 생분해 제품 관련 환경마크 인증규격, 바이오매스 제품 원천기술 개발 미흡 등이 풀어야 할 과제다”며, “해외 협력사 간 파트너십을 활성화하여 기술개발과 외국인투자를 유인하는 등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쓰레기 종량제 봉투, 음식물 쓰레기 봉투 등 일부 분야에서 사용이 되었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최근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난분해성 쇼핑백 사용을 자발적으로 사용을 억제하고, 종이백, 장바구니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높아진 환경의식과 맞물린 환경배려형 상품의 수요증대 등 정책적인 리마인드를 구체화할 시점이다. 

김명화 기자 eco@ecomedia.co.kr [환경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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