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사들, 100조 재개발 시장에 '올인'...기업공개 러시
한국자산신탁ㆍ대한토지신탁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추진
국내 11개사 작년 8600억 수주
올해부터 재개발 단독 참여 가능
뉴스테이 등 신규 시장 선점위해
상장으로 ‘몸집 불리기’ 나서
오랜만에 국내 부동산 신탁업계에 기업공개(IPO) 바람이 불고 있다.
각각 업계 2위와 4위인 한국자산신탁과 대한토지신탁이 나란히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데, 신탁사의 상장은 2001년 한국토지신탁의 코스닥 입성 이후 15년 만이다. 부동산 개발 패러다임의 변화로 부동산 신탁업이 구조적인 성장기에 진입하면서 상장을 위한 여건이 조성된 가운데 주택 정비사업 등 100조원 규모의 신규 시장이 열리면서 상장을 통해 선제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이 다음 달 1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지난 4월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대한토지신탁 또한 연말까지 증시에 입성할 계획이다. 코스닥 상장사로 현재 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 또한 이르면 7월 중순에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다.
부동산 신탁이란 토지 소유주가 개발(차입형 토지신탁), 관리(관리형 토지신탁) 등의 목적으로 소유 토지를 맡기면 신탁 회사가 수수료를 받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사업. 1991년 제도 도입 이래 현재 11개 신탁사가 사업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신탁 업계에 상장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은 우선 부동산 개발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이후 기존 부동산 개발 사업의 중추였던 건설사의 역할이 축소되고, 이를 대신해 자금력이 풍부하고 사업관리 역량이 있는 신탁사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토지를 신탁 받은 후 사업계획 수립부터 자금조달, 공사발주, 분양까지 부동산 개발의 전 과정을 직접 책임지는 고수익(총 분양규모의 3~5% 수수료 수취)의 차입형 토지신탁이 신탁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9.3%에서 작년 30%까지 급증했을 정도다.
실적도 호조세다. 국내 11개 부동산 신탁회사의 작년 총 순이익은 2,271억원으로 전년 대비 48.4% 증가했다. 또한 작년 한해 11개 부동산 신탁사의 합산 수주 실적은 8,600억원으로 전년(4,840억원) 대비 77% 가량 급증했다.
재개발ㆍ재건축 등 신탁업계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만큼 일찌감치 상장을 통해 ‘몸집’을 키우자는 계산도 깔려있다. 작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부동산 신탁회사는 올해 3월부터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서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다. 정비사업 조합이 땅을 신탁하면 신탁사가 시행자 역할을 맡아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책임지게 된다. 신탁사의 참여로 그간 시행 주체인 조합의 부족한 자금력, 전문성 미비 등의 문제로 사업 진행이 지연됐던 사업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신탁사들이 뛰어들 수 있는 중소 재건축ㆍ재개발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는 “뉴스테이나 도시재생사업 등 신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조직 및 인력의 대형화와 더불어 본격적인 영업을 위한 실탄 확충이 필요하다“며 “상장은 이를 위한 최적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자산신탁과 대한토지신탁이 올해 증시에서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업계 전반으로 IPO 열기가 확산될 지 여부가 달려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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