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떡을 '냉동 보관'하는 이유

수분 빼앗기기 전에 얼어버려 노화 막을 수 있어


LeeSeungHwan(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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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일을 맞은 아기의 잔칫상엔 으레 백설기와 붉은 수수팥떡이 함께 오른다. 백설기에는 눈처럼 깨끗한 심성과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가, 붉은 수수팥떡에는 나쁜 귀신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가 부여돼 있다.

 

이처럼 떡은 맛과 영양을 함유하고 있음은 물론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어떤 의미까지 안고 있어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음식 중 하나다. 쌀가루로 부드럽고도 쫄깃쫄깃한 떡을 만들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결정 구조 얽히면서 끈기 늘어나

쌀의 주성분은 녹말(전분)이다. 녹말은 단일물질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이라는 다당류의 혼합물이다. 아밀로오스는 포도당이 사슬 모양으로 연결된 구조를, 아밀로펙틴은 포도당이 나뭇가지처럼 결합된 형태를 갖고 있다. 이처럼 사슬과 가지로 이뤄진 녹말 성분이 규칙적으로 배열한 상태를 베타녹말이라고 한다.

 

가열하지 않은 천연 상태의 베타녹말은 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미세결정구조(micelle)로 구성돼 있어 물분자가 들어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물을 붓고 가열하면 미세결정구조가 흩어지고 깨지면서 불규칙하고 느슨해져 그 둘레를 물분자가 둘러싸게 된다. 결국 녹말은 마치 풀처럼 점성이 강한 액체가 된다. 이를 알파녹말이라고 하며, 이런 현상을 ‘호화’됐다고 말한다.

 

호화가 일어난 알파녹말 상태가 되면 잘 만들어진 떡이나 밥을 먹을 때의 느낌처럼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소화액이 스며들기 쉬워 소화도 잘되지만, 베타녹말 상태에서는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알파녹말 상태로 만드는 조건은 녹말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인 곡류의 경우 첨가하는 물의 양이 많을수록, 가열하기 전 물에 담근 시간이 길수록, 가열 온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녹말 가루를 미세하게 빻을수록 알파녹말로 만들기 쉽다.

 

전문가에 따르면 폭신폭신하고 쫀득쫀득한 탄력을 갖는 떡을 만들고 싶다면 여름철에는 4-5시간 정도, 겨울에는 7-8시간 정도 쌀을 불리는 것이 좋다.

 

보통 쌀에는 아밀로오스가 20-25%, 아밀로펙틴이 75-80% 정도 함유돼 있지만, 찹쌀의 경우는 거의 아밀로펙틴으로만 구성돼 있다. 따라서 찹쌀로 떡을 만들면 아밀로펙틴의 나뭇가지 구조가 물과 열에 의해 이리저리 심하게 뻗치고 엉키기 때문에 더욱 찰기를 띠게 된다. 찹쌀이 주원료인 인절미가 보통 떡에 비해 훨씬 찰기가 많은 이유다.

 

한편 떡을 냉장실에 넣어뒀다가 딱딱하게 굳어져서 안타까워했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떡이 굳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파녹말 상태의 떡이 온도가 낮은 곳에서 수분을 빼앗기면 원래의 베타녹말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를 ‘노화’됐다고 한다.

 

떡이 딱딱해지는 노화 현상은 냉장실의 온도인 0-5℃ 정도일 때 가장 빠르게 일어난다. 따라서 말랑말랑한 떡을 냉장실에 넣어 보관하는 것은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라기보다 떡을 맛없게 만들어버리는 원인이 된다.


기름에 지지거나 냉동보관

노화를 방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첫번째 방법은 알파녹말 상태의 떡을 영하 20-30℃ 정도에서 냉동 보관하는 것. 말랑말랑한 떡을 급속히 냉동시키면 수분을 빼앗기기 전에 얼어버리기 때문에 노화를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얼린 떡을 먹기 직전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시키면 다시 처음의 부드러운 상태로 변한다. 주성분이 녹말인 빵이나 케이크 역시 한번 먹을 분량만큼 나눠 냉동실에 보관한 후 먹기 직전에 꺼내 해동시키면 처음의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기름을 첨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름의 경우 유화제(서로 혼합하지 않는 두 액체를 안정하게 만드는 물질)로 작용해 수분의 이동을 막아줄 수 있다. 따라서 화전과 같이 기름에 지져 만들어내는 떡은 일반 떡에 비해 알파녹말 상태의 부드러움을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한다. 이밖에 설탕을 첨가하는 것도 노화를 방지하는 한 방법이다.

 

과학동아 2002년 7월호 sky83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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