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산 경북대 교수팀, ‘빔 진단 시스템’ 개발...세계 최장 선형가속기 ILC에 설치

 

 

경북대 물리학과 연구원이 일본 국립 고에너지 물리연구소에 설치한 빔 진단시스템을 조작하고 있다.

김은산 교수 제공 

 

일본 동북지방에 건설될 예정인 국제 충돌형 초전도 가속기. - 위키미디어 제공 

 

 

 

길이만 30km, 세계 최장 가속기 ILC

 

힉스 입자와 같은 미지의 소립자 연구에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첨단 장비가 활용될 예정이다.

 

김은산 경북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가속기 연구팀은 2018년 일본에서 착공할 ‘국제 선형 가속기(ILC·International Linear Collider)’에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빔 진단 시스템’이 설치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ILC는 지난 10여 년간 국제 공동 연구로 개발해 온 장치로, 길이가 30km에 달해 선형가속기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길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제 공동 연구팀에 참여한 경북대 가속기 연구팀은 6년 동안 연구를 진행한 끝에 지난해 말 빔 진단 시스템을 완성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빔 진단 시스템은 가속기 양쪽 끝에서 쏜 전자와 양전자(질량은 전자와 같지만 양(+)전기를 띤 입자)가 정확히 충돌할 수 있도록 궤도를 조정해 주는 장치다.

 

충돌 지점 1km 근처에 전기장을 형성하면 입자들이 이 공간을 지날 때 위치를 계산할 수 있다. 전자의 위치에 따라 전기장의 세기가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만약 입자가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면 전기적인 힘을 가해 위치를 조정한다.

 

이 시스템의 강점은 전자의 궤도를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단위로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충돌하는 입자의 크기가 27nm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의 정밀도는 필수다. 실제로 연구팀이 지난해 12월부터 일본 국립 고에너지 가속기 연구소(KEK)에 빔 진단 시스템을 설치하고 실험한 결과 오차 범위 20nm 이내로 입자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빔 진단 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수준을 자랑하는 만큼 ILC가 완성되면 거대강입자가속기(LHC)보다 더 정밀하게 힉스 입자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팀은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에 지을 예정인 중이온가속기에 들어갈 빔 진단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빔 진단 시스템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연구팀이 그동안 쌓은 기술력을 활용하면 가속기 설비를 국산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ILC는 2028년 완공 예정이다.

 

동아사이언스 
최영준 기자
jxabb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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