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족의 공중의식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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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족의 공중의식

2014.08.06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특히 한강변은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자전거 족은 낮에도 있지만, 황혼녘에 특히 많습니다. 일과를 끝내고 즐기기에 좋은 스포츠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연령층은 폭넓지만 젊은이보다 오히려 중장년층이 많은 것 같습니다.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한강변 자전거 길을 달리는 모습은 정말 건강해보입니다.

강서구 가양동에 구암((龜巖)공원이 있습니다. 조선조 명의 허준(許浚)의 공적을 기려 그가 태어난 곳에 조성된 근린공원입니다. 또 구암공원 근처에는 화가 겸재(謙齋) 정선(鄭)이 말년에 이곳 현감을 지낸 것을 기념하여 세운 ‘겸재정선 기념관’도 있습니다. 공원, 허준박물관, 겸재정선기념관이 모두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정감 있는 분위기 때문인지 남녀노소 시민들이 즐겨 이곳을 찾아옵니다.

이들 공원과 한강 수변 산책로 사이에 올림픽대로가 지나갑니다. 터널이나 구름다리를 통해 한강 강변으로 나가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 행주산성, 강 건너 하늘공원과 절두산 그리고 그 너머로 북한산과 남산이 시원하게 시야로 들어옵니다. 바로 300년 전 겸재의 그림에 등장하는 풍광입니다. 그 경치가 너무 시원해서 요즘 같이 여름 행락철에는 사람들이 올림픽도로를 건너 강변으로 나가 걷거나 자전거를 탑니다.

근린공원에서 한강변으로 나가거나 반대로 돌아올 때에 올림픽대로를 건너는 방법에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두 개의 터널과 한 개의 구름다리를 이용해야 합니다. 터널 길이야 문제가 없지만 구름다리 길을 이용하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구름다리는 높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사람들의 통행을 돕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노약자와 어린애를 데리고 나온 산책객들에게 엘리베이터는 참으로 편하고 유용합니다.

문제는 이 엘리베이터가 점점 자전거 족의 이동수단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장한 장년 남자 2명이 자전거를 끌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면 엘리베이터 안이 가득합니다. 그 기세에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산책객들은 다음 차례를 기다리게 되고, 이미 타 있는 사람들은 자전거를 밀고 들어오는 자전거 족의 기세에 눌려 구석으로 물러서서 웅크리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노약자에겐 자전거가 위협적인 무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엘리베이터는 자전거를 태울 요량으로 설계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런 세세한 용도까지 생각하지 않고 서울시가 설치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엘리베이터 입구에, 별로 잘 보이지 않는 조그만 안내표를 붙여 놓았습니다.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은 보행자를 위해 계단을 이용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자전거 족들은 거의 그런 안내 사인엔 관심이 없습니다. 일반 보행자가 얼마나 위축되는지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자전거를 마구 밀어대며 엘리베이터로 들어옵니다. 공중도덕의 기준으로 보아도 무례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자전거 타는 일은 일종의 스포츠인데, 모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터널 길을 이용하지 않고 굳이 좁은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구릿빛 얼굴은 건강미가 넘쳐 보이지만, 그들의 행동에는 스포츠 정신도 없고 한 조각의 공중 도덕이나 시민 의식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에겐 자전거 족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엘리베이터는 보행자 전용으로 확립시켜줘야 한다고 봅니다. 형식적으로 안내문을 붙이지 말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잘 보이게끔 안내표지를 설치해서 그들이 스스로 자제하도록 서울시가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시는 근린공원을 비롯하여 시민편의 시설을 정말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편의시설을 지을 때 서울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설계단계에서뿐 아니라 완공 후에도 시민들이 이용할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드러나는 문제점을 체크해야 합니다.

필자소개

김수종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 생활. 환경과 지방 등에 대한 글을 즐겨 씀.
저서로 '0.6도'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등 3권이 있음.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왜박주가리(박주가리과)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허공, 허공뿐입니다. 어디론가 손을 뻗쳐 잡아야 합니다. 한들거리는 바람결 타고 이리로 저리로 흔들리는 반동으로 더 멀리 더 높게 손을 뻗쳐 봅니다. 가녀린 줄기에 앙증맞게시리도 작은 꽃을 피워대는 꽃! 붉은 자줏빛의 왜박주가리 꽃이 그리움 맺힌 절규의 몸짓으로 허공을 더듬습니다. 언젠가 줄기 끝에 무엇인가가 잡히는 그날까지 끊임없는 자맥질과 그네타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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