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부담에 초고층 포기하는 정비사업장...“빠른 사업 진행이 낫다”
잠실우성4차 49층 상향안에서 결정 보류
50층부터는 피난 안전구역 설치 등 기준 달라
건설사들 “고층일수록 전체적인 공사비 상승”
10층 늘리는 데, 공사기간 100일 더 늘어나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 부담이 늘면서 정비사업 조합들 사이에서 초고층 설계를 반대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2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는 지난해부터 32층에서 49층으로 층수 상향을 하는 안을 추진했지만 초고층 건축 여부 결정을 미뤘다. 잠실우성4차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7월 시공사로 DL이앤씨를 선정했다. DL이앤씨는 32층 설계안을 제시했지만 조합은 49층으로 설계변경을 검토했다.

이후 지난달 8일 총회에서 32층과 49층 설계안을 두고 투표한 결과 49층이 득표수 과반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이사회에서 결정을 보류했다. 조합원들은 설계 변경 시 높아지는 분담금과 사업 지연 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오는 8월 총회 전까지 49층 혁신안 추진 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강남구 개포주공6·7단지 조합도 지난해 49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조합원들이 기존 안인 35층을 선호해 원안대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도 49층으로 추진하려는 분위기였지만 조합원 반대로 기존 35층으로 진행 중이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2지구 재개발조합은 지난해 건축심의를 위한 아파트 주동의 최고 층수 안건을 상정했다. 당시 전체 조합원 1078명 중 771명이 참석해 50층 이하 375표, 50~70층이 369표를 기록하며 50층 이하가 우세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아파트 층수가 높아질수록 들어가는 건축 자재 양이 늘고 강도가 높아져 공사비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특히 인허가 절차도 복잡해져 사업 지연 가능성도 크다.

안전 기준도 강해진다. 층수가 50층이 넘어가는 초고층 건축물은 피난 안전구역을 최대 30층마다 1개소 이상 설치해야 한다. 정비사업들이 대부분 49층으로 추진되는 이유다. 조합 입장에서는 피난 안전구역 공간만큼 분양 수익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빠른 사업 진행, 분담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사업성을 포기하고 고층을 반대하는 조합원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49층과 50층은 차이가 크다. 50층부터는 안전 기준 등도 많이 달라지고 건설사들도 경험이 많지 않아 부담이 있다”며 “특히 자재비 뿐 아니라 공사에 사용되는 장비들도 더 비용이 들어가는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등 공사비 부담이 늘어난다”고 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부담, 안전기준 강화, 행정절차 등으로 인해 공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단순 계산으로도 1층을 늘리는 데 7일~10일 정도가 더 걸린다. 10층을 추가하면 100일이 더 걸리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 역시 “최근에는 고층 설계변경 대신 빠른 사업 진행과 낮은 분담금으로 추진하기를 원하는 조합원이 많다”며 “서울 한강 조망권 영향이 크지 않은 단지들은 더 초고층 메리트가 작다.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방재혁 기자 조선일보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