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치료 광고 '식물성 멜라토닌, 숙면에 도움 주지 않아
의사 처방 멜라토닌과 다른 ‘일반 식품’
불면증 치료를 목적으로 멜라토닌을 섭취하는 사람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특히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처방 없이 구매한 제품이라면 더 그렇다. 중앙약국 이준 약사는 “해외 여행 중, 직구 등을 통해 구매하는 멜라토닌은 식품일 뿐”이라며 “시중에 ‘식물성 멜라토닌’ 이라고 판매되는 것들 역시 불면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처방되는 멜라토닌은 수면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이준 약사는 “처방 받는 멜라토닌은 서카딘이라고 해서 효과가 임상적으로 입증이 된 원료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서카딘 서방정 2mg’ 같은 처방용 멜라토닌은 효과가 네 시간 정도 지속돼 수면 유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수면제보다 의존성이 적고, 만성적으로 수면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추천된다. 복용법은 성인 기준 1일 1회, 취침 한두 시간 전에 복용하면 된다. 최대 13주 처방이 가능하다. 다만 복용 즉시 잠이 오는 건 아니다. 미국 수면 의학회에서도 “멜라토닌은 강력한 수면제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다르게 ‘식물성 멜라토닌’이라며 판매되는 제품은 수면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식물성 멜라토닌을 판매하는 A사이트의 상품 리뷰를 보면 “밤마다 잠을 못자서 수면제 대신 찾다가 구매했다”, “불면증이 생겨서 구매했다”는 식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준 약사는 “식물성 멜라토닌은 불면증 치료에 효과를 낸다고 밝혀진 바가 전혀 없다”며 “잠을 잘 자기 위해 식물성 멜라토닌을 먹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처방 멜라토닌은 멜라토닌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생체 멜라토닌처럼 자연적인 수면을 유도하는 약품이다. 화학적인 공정 과정을 거치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식물성 멜라토닌은 피스타치오, 클로렐라, 스톤 후르츠 토마토(소마토) 등에서 최대 2mg의 멜라토닌을 추출해서 판매하는 일반식품(과채가공품)으로, 건강기능식품도 아니다. 일반식품은 허가 절차가 건강기능식품보다 간소하며, 등록을 마치면 판매가 가능하다. 수면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이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식약처의 인정을 받은 성분은 감태추출물의 '디에콜', 미강주정추출물의 '감마오리자놀', 유단백 가수분해물(락티움)의 '알파에스1카제인'이다. 디에콜은 신경전달물질인 가바 수용체의 활성화를 도와 진정 효과를 유도하고, 감마오리자놀은 히스타민 수용체를 억제해 수면을 도우며, 알파에스1카제인은 침대에 누운 시간부터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기전으로 식약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식물성 멜라토닌을 의약품처럼 불면증 치료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 기재다. 실제로 지난 2023년 1월 한국소비자원과 식약처는 국내 유통 중인 수면건강 관련 일반식품 중 상당수가 수면에 효과가 있는 제품인 것처럼 광고해 판매한다는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물성 멜라토닌 제품을 판매하면서 불면증이나 특정 질병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를 하거나, 제품에 특정 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것처럼 광고를 하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밝혀진 부작용은 없지만 식물성 멜라토닌을 섭취한다고 해서 특별한 건강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는 게 이준 약사의 설명이다.
한편, 불규칙한 수면 습관과 과도한 카페인 섭취, 음주 등으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들이 많다. 이에 수면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와 보충제를 많이들 찾는다. 하지만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광고성 제품이 많아 실제로 수면을 돕는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멜라토닌은 뇌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이기 때문에 평소 생활습관만 개선해도 보충제 없이 분비량을 늘릴 수 있다.
▲햇볕 충분히 쬐기 ▲수면 전 전자기기 사용 금지 ▲일정한 수면 패턴 유지 ▲최소 수면 두 시간 전 식사 ▲취침 전 스트레스 줄이기 같은 습관 실천이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희준 기자
구소정 인턴기자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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