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송전선로 완공에 22년 걸려...님비 현상 우리나라만 유독히 강해
45㎞ 송전선 개통에 22년 걸렸다
충남 북당진~신탕정 선로 가동
송배전망 건설이 지연되면서
한전이 입은 손실만 1조원
후보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이 농지 훼손된다거나,
철새 사라질 수 있다는 것 등을 이유 들며 반대
(편집자주)
충남 태안의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에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현장으로 보내는 송배전망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가 2일 준공됐다. 사업에 착수한 지 22년 만이다. 이 선로는 길이가 44.6㎞에 불과하지만, 지역 주민과 지자체 반발에 부딪혀 입지 선정이 늦어지고 공사가 지연된 탓에 사업 초기에 세운 목표보다 준공이 13년이나 미뤄졌다. ‘국내 최장기 송전선로 지연 사업’으로 불려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충남 당진시 서해대교 인근 해상 철탑 현장에서 준공식을 열고, 송배전망을 정식으로 가동했다. 이 사업은 2003년 제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처음 포함됐는데 당시 세운 준공 목표는 2012년 6월이었다. 하지만 입지 선정에만 11년이 걸렸다. 후보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이 농지가 훼손된다거나, 철새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 등을 이유로 들며 반대해서다. 입지가 정해진 뒤에도 지역 주민 반대를 의식한 당진시 등 지자체가 인허가를 내주지 않아 공사가 수시로 멈췄다. 준공 목표만 6차례 미뤄졌다.

송배전망 건설이 지연되면서 한전이 입은 손실만 1조원을 웃돈다. 석탄 화력발전보다 생산비가 비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사와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기 구입 비용이 2016~2023년 1조1727억원 더 들어 재무 구조를 더 악화시켰다. 대신 이번 송배전망 준공으로 전력 구입비를 연 3500억원 안팎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준공됐지만 전국 곳곳에선 여전히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동해안 원전 등과 수도권을 잇는 ‘동해안~신가평 HVDC(초고압 직류 송전)’, 당진화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실어나르는 ‘345㎸ 당진화력~신송산 송전선로’는 각각 5년 6개월, 7년 6개월씩 준공이 미뤄지고 있다.
조재현 기자 조선일보
45㎞ 송전선로 완공에 22년, 어떻게 AI 경쟁하나
[사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아산·탕정 디스플레이 산업 단지로 보내는 길이 44.6㎞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가 완공돼 2일 준공식을 가졌다. 2003년 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송전망 건설 계획이 포함된 이후 완공까지 무려 22년이 걸렸다. 당초 2012년 준공이 목표였는데, 13년이나 지체됐다.

주민 반발과 소송 등으로 입지 선정에만 11년이 걸렸고, 인허가에도 수년이 걸렸다. 환경 단체의 반발로 송전탑 위치를 해상으로 옮기고, 철새 보호를 위해 겨울철에는 공사를 중단하는 등 온갖 걸림돌 탓에 공사 기간도 예정보다 훨씬 길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송전선로 건설 지연은 이제 일상이 됐다. 신한울 원전과 이어지는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당진화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실어 나를 당진화력~신송산 송전선로도 각각 5년, 7년씩 지연되고 있다. 삼성, 포스코 등이 수조 원을 투자해 동해안에 지은 민간 화력발전소들은 송전선로가 없어 발전소를 사실상 놀리고 있다. 오죽 답답하면 발전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한전을 제소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겠나.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력 인프라는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622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인데, 이곳의 전력 수요만 해도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인 10GW에 달한다. 2036년까지 송배전망을 만든다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요원하다. 첨단 산업 단지가 전기가 없어 노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다행히 지난 2월 말 정부가 보상 및 지원안을 마련해 주민 갈등을 중재하고 각 부처의 인허가 절차를 통합해 송배전망을 최대한 빨리 구축할 수 있게 하는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장애물이었던 제도 문제는 해결의 물꼬를 텄지만 문제는 투자 재원이다. 투자금을 대야 할 한전이 탈원전과 전기 요금 동결 여파로 204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2036년까지 추가 건설해야 할 송전선로 2만2491㎞를 까는 데 필요한 56조원을 조달할 길이 막막하다. 정부는 전기 요금 정상화를 포함해 송전선로 투자 재원 해법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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