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극’에 절여진 세상...도파민(Dopamine) 중독 방지법

 

* 도파민 Dopamine

우리의 행동에 동기부여를 하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디톡스 여정 3단계

이제는 ‘도파민 리셋’이 필요한 때

 

강한 도파민 자극 반복 시 감정 기복 심해져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으로 도파민 충족을

 

도파민 분비가 과도해지면 수용체가 둔감해져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YouTube  edited by kcontents

 

도파민 중독 문제

도파민 자극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도파민은 뇌가 느끼는 행복과 보상 시스템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로 분비량이 늘어나면 일시적인 쾌감을 준다. ‘도파민 폭발’, ‘도파민 충전’ 등의 수식어가 붙은 자극적인 요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도파민 중독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적정량의 도파민은 동기부여와 학습을 돕지만 과도해질수록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돼 뇌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속 가능한 도파민 추구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도파민 과해질수록 마음 병들어

도파민 과다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중독 대상부터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사실 의학적인 관점에서 ‘도파민 중독’은 성립하지 않는 표현이다. 도파민 자체는 중독성이 없어 사람이 도파민에 중독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우리가 아는 ‘도파민 중독’은 도파민 자체가 아니라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는 활동‧물질‧자극 등에 중독됐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인간의 뇌는 즐거움을 느끼는 정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없어 도파민 분비가 과해지기 쉽다. 술·담배·도박·쇼핑·인터넷 등 자극을 통해 쾌감을 느끼고 과도하게 몰입하게 되는 대상이나 행동이 대표적이다. 안철우 교수는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수록 도파민 수용체 개수가 줄어들고 기능이 저하된다”며 “이 상태가 지속돼 도파민 호르몬과 도파민 수용체의 균형이 무너지면 동기부여가 어려워지고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 홍보이사)는 “도파민 자극이 반복되면 도파민 수용체가 둔감해져 즐거움과 보상을 느끼는데 점점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해진다”며 “뇌의 보상 회로가 무뎌지면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상태가 되거나 반대로 감정 기복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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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문제

도파민 과다 분비의 중심에는 단연 스마트폰이 자리한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과이용률이 현저히 높은 상태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이 전 세계 24개국 스마트폰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스마트폰 중독률은 5위에 해당했다. 그중에서도 소위 말하는 ‘도파민 충전’ 목적의 짧고 강렬한 숏폼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한국인 유튜브 총 사용 시간은 약 6965만 시간으로 1인당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139분이었다. 한국인 다섯 명 중 세 명은 하루 두 시간 넘게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는 셈이다. 뒤이어 인스타그램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이 약 50분으로 높았다. 업계에서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를 비롯한 짧은 동영상 콘텐츠 활성화 때문으로 분석했다.

 

‘도파민’과 수집한다는 뜻의 ‘파밍(Farming)’의 합성어 ‘도파밍’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현상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한규만 교수는 “자극적인 숏폼 영상이나 SNS 좋아요 알림 등 빠르고 강한 즐거움을 주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집중도 저하, 충동적 행동의 증가, 감정 변화의 폭이 커지는 등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파민 디톡스·리셋 효과는

강한 도파민 자극을 줄일 수 있는 해결 방법으로 ‘도파민 디톡스’나 ‘도파민 리셋’ 등이 꼽힌다.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스마트폰, TV 등을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도파민 디톡스를 통해 도파민 리셋이 되면 뇌가 정상적인 보상체계로 회복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도파민 체계를 재조정해 도파민에 빠지기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도파민을 극단적으로 억제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으로 적절히 분비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한다. 한규만 교수는 “도파민 디톡스나 리셋 등이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치료 기법은 아니지만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강한 자극을 피하고 일상적인 보상을 경험하는 과정이 도파민 균형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단순한 목표라도 설정한 후, 성취했을 때 스스로 충분한 보상을 주자. 활동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인 내적 보상과 스스로 혹은 외부적으로 주어지는 외적 보상을 적절히 활용하면 성취감과 즐거움을 주면서 동기를 유지할 수 있다. 한 교수는 “자신이 한 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피드백 과정이 도파민이 건강한 방식으로 분비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류진선 교수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도파민을 몸에서 빼내야 한다’거나 ‘초기화시켜야 한다’는 어감대로 도파민을 부정적으로 인지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적절한 도파민 균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철우 교수는 “도파민 호르몬과 수용체 사이의 균형, 도파민 호르몬 기능을 돕는 호르몬과 그렇지 않은 호르몬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행복 추구해야

핵심은 도파민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즐거움이나 보상에 무감각해지지 않았는지 점검해보고 도파민 과부하를 점차 줄여나가는 게 좋다. 한규만 교수는 도파민 균형을 되찾는 방법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했다. ▲SNS·쇼핑 앱 등 스마트폰 알림 최소화하기 ▲특정 시간대에 스마트폰을 멀리 두기 ▲그로 인해 확보된 시간을 의미 있는 활동(운동·독서·명상 등)으로 채우기다. 류진선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운동을 꼽았다. 류 교수는 “운동은 도파민을 적절히 분비시켜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활동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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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교수는 ‘도파민 디톡스 여정 3단계’를 따를 것을 권고했다. ▲1단계-중독 행위 인지 ▲2단계-방해 요소 멀리하기 ▲3단계-보상이다. 도파민에 의존하게 만들거나 유발시키는 행위를 인지한 뒤 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는 식이다.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한 때도 있다. 한규만 교수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다른 정신 건강 문제가 도파민 불균형을 악화시킬 때는 인지행동치료(CBT)나 항우울제·항불안제 등의 약물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며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함께 교정함으로써 뇌 보상체계를 건강하게 조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박, 알코올, 게임 중독 등까지 이어진 상태라면 단순 의지력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지우 기자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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