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벗어난 파나마 운하...운영권 미국으로 넘어가 BlackRock to acquire Panama Canal ports as Trump pressures Panama over Chinese business ties

 

중국, 파나마 운하 항구 미국 금융 대기업에 매각에  불만

 

  지난 3월 4일 밤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이 이끄는 청쿵그룹은 홍콩 증시에 매각 공시를 했다. 그룹 산하 청쿵(CK)허치슨홀딩스가 전 세계 23개국에서 운영하는 43개 항구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BlackRock)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거래 금액은 무려 228억달러나 됐다. 또 파나마운하 양쪽 입구에 있는 발보아항과 크리스토발항을 운영하는 ‘파나마 포트 컴퍼니(PPC)’ 지분 90%를 넘긴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청쿵그룹이 파나마운하에서 운영하는 두 항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전부터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두 항구 운영권을 청쿵그룹이 보유한 점을 들어 “중국이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파상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파나마운하 환수를 위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파나마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BlackRock to acquire Panama Canal ports as Trump pressures Panama over Chinese business 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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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손에 넘어간 항구 운영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부터 파나마운하 문제 해결에 돌입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 2월 2일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파나마를 택해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회담에서 “운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제거하지 않으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파나마 정부를 압박했다.

 

파나마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회담이 끝나자마자 중국과 체결한 일대일로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파나마는 8년 전인 2017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고, 이듬해인 2018년 중남미 국가로는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번에 청쿵그룹과 맺은 항구 운영권 계약도 파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백기를 든 것이다.

 

청쿵그룹이 항구 운영권을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매각한다는 공시가 나온 것은 그로부터 한 달 뒤였다. 파나마운하의 양쪽 입구 두 항구의 운영권이 미국의 수중으로 넘어가면서 파나마운하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상 마무리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예고한 파나마운하 문제를 불과 한 달 보름 만에 속전속결로 해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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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식스트 CK허치슨홀딩스 재무담당 이사는 “이번 거래는 순전히 상업적인 것으로 최근 파나마운하를 둘러싼 정치 뉴스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밝혔다. 신속하고 조용히 경쟁 입찰이 이뤄졌고 최적의 조건을 써낸 블랙록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블랙록 컨소시엄에는 블랙록 외에 미국의 인프라 분야 사모펀드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인 스위스 MSC의 항만 운영 자회사 터미널인베스트먼트(TIL) 등이 참여했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블랙록 컨소시엄은 미주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걸쳐 23개국 43개 항만에 대한 지분 80%와 파나마 포트 컴퍼니의 지분 90%를 인수한다. 청쿵그룹도 총 190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청쿵그룹은 이번 계약이 순수한 상업적 거래라고 했지만,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협상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한때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시로 상황을 보고하면서 이번 거래를 진행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도 보고가 이뤄졌다고 한다. ‘파나마운하 환수’라는 트럼프의 슬로건을 실현하기 위해 래리 핑크 회장이 수완을 발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4일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미국의 큰 회사가 오늘 파나마운하의 두 항구를 산다고 발표했다”면서 “파나마운하는 미국인을 위해 미국인이 건설한 것이지 다른 나라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CK허치슨홀딩스가 밝힌 대로 거래는 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고, 블랙록 외에 미국 사모펀드 KKR도 뛰어들었다고 한다.

 

 

 

리카싱은 정치 부담 덜고 실익 챙겨

리카싱이 이끄는 CK허치슨홀딩스는 이번 거래로 짭짤한 실익을 챙기면서 정치적 부담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가 소유한 항만 운영권의 가치는 그동안 부채를 제외하고 105억달러 정도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 거래에서 190억달러를 챙겼다는 것이다. 거래가 다급하게 이뤄지고 경쟁이 붙으면서 리카싱이 남는 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CK허치슨홀딩스는 통신과 인프라, 항만, 유통 등 4개 분야에 걸쳐 세계 곳곳에 사업장을 둔 청쿵그룹 내 지주회사이다. 항만 운영은 핵심 사업 분야 중 하나지만 최근에는 실적이 지지부진했다고 한다.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9%, 수익의 15% 정도를 창출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게다가 미·중 경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돼 항만 사업 자체의 전망도 밝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항만 사업 부문을 고가에 매각했으니 청쿵그룹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 VL투자관리의 수석투자책임자 빈센트 램은 “CK허치슨홀딩스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누구의 비위도 맞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거래가 청쿵그룹의 정치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수교 후 친중국가로 변신

파나마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교통 요충지로 미국 입장에서는 경제·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사시 대서양 쪽 미 해군이 이곳을 통해 아태 지역으로 나가고,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오는 물동량의 58%가 이곳으로 들어온다. 이런 곳을 중국이 사실상 통제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 친미국가였던 파나마는 2017년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대통령 재임기부터 중국과 관계가 가까워졌다. 파나마는 그해 오랜 수교국인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중남미 국가로는 처음으로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선언했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파나마를 직접 방문했다.

 

중국은 이후 8년간 광업·통신·건설 등에 걸쳐 40여개 국유기업이 파나마에 진출했고 50억달러 이상을 파나마에 투자했다. 40억달러가 들어가는 파나마시티~다비드 고속철도(450㎞)를 비롯해 10억달러 규모의 가스화력 발전소 신축, 14억달러가 투입되는 운하 제4 대교 건설, 아마도르반도 유람선 터미널과 중국 대사관 건립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친중 성향의 바렐라 대통령이 2019년 퇴임한 이후에는 상당수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고속철 프로젝트는 이미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투자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없던 일이 됐다. 운하의 태평양 쪽 입구인 아마도르반도에 중국 대사관을 건립하는 계획도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무산됐다. 파나마운하를 드나드는 미 해군 함정을 감시하는 초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 국유기업이 수주한 아마도르반도 유람선 터미널은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돼 지난해 완공됐고, 운하 제4 대교 건설도 진행 중이다.

 

 

파나마 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계론이 적잖다.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는 각종 프로젝트로 인해 파나마가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과 같은 다른 일대일로 참여국처럼 중국이 파놓은 ‘채무 함정’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스리랑카는 2017년 함반토타항 건설 과정에서 중국에 진 11억달러의 빚을 갚지 못해 이 항구에 대한 99년 운영권을 중국에 넘겼다. 유클리데스 타피아 파나마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중국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그랬듯이 파나마를 채무 함정에 빠뜨려 항구 등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미군도 중국의 파나마 진출 상황을 추적하면서 의도를 분석해 왔다. 작년 3월 미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로라 리처드슨 당시 미 남부사령관은 중국 기업의 파나마 투자에 대해 “겉으로는 평화적으로 보이지만 유사시 중국군을 위한 심수항과 해킹시설, 우주기지 등으로 활용할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 벨퍼 과학 및 국제 관계 센터 에서 제공하는 몇 가지 배경 정보 :

 


중국은 그린란드의 광물 자원과 잠재적인 운송 경로와의 근접성에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 섬에서의 존재감이 줄어들었습니다. 2018년 중국은 다른 지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인프라 투자와 병행하여 "극지 실크로드"를 건설하려는 의도를 포함하여 북극 전략을 자세히 설명하는 백서를 발표했습니다. 2010년대에 그린란드는 중국 광산 회사의 투자를 구애했지만, 중국 파트너가 참여한 후속 광산 프로젝트는 중단되거나 실패했습니다 . 미국의 압력은 또한 중국의 새로운 공항 건설 및 버려진 덴마크 해군 기지를 연구소로 전환하려는 입찰을 무산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린란드는 국제 파트너와의 협력에 개방적임을 표명했지만, 중국은 교섭을 재개하지 않았습니다.그린란드는 북극을 통과하는 두 가지 잠재적인 운송 경로, 즉 북미 북부 해안선을 따라가는 북서 통로와 북극해 중심을 통과하는 극지방 항로를 따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북극 해빙이 녹으면서 이러한 경로는 운송 시간을 줄이고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와 같은 전통적인 병목 지점을 우회할 수 있습니다. nakedcapitalism.com edited by kconetnts

“대만 유사시 중국 운하 차단 우려”

CK허치슨홀딩스가 1997년부터 운영해온 발보아항과 크리스토발항은 당초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홍콩 부호 리카싱이 창업한 이 회사는 케이만군도에 등록해 있는 다국적기업으로 중국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중국이 보안법 제정을 통해 사실상 홍콩을 통합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군이 필요에 따라 두 항구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파나마운하는 대만해협 유사시 미 동부지역의 지원군이 아태 지역으로 출동하는 길목이다. 중국이 운하 운영에 밝은 현장 기술진을 압박해 미군 함정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감시 장비를 설치한다든가, 유사시 운영 시스템을 해킹해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파나마운하를 차단하는 일 등이 가능할 것으로 미국은 본다. 중남미 전문가인 에반 엘리스 미 육군 전쟁대학 교수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유사시 중국이 배를 침몰시키거나 전산망을 교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운하를 마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 의회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됐다.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스나무티 의원은 작년 5월 하원 청문회 전문가 상대 질의에서 “대만에서 충돌이 발생했을 때 중국 정부가 파나마운하를 통제해 미국의 물품 수송을 지연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다니엘 룬드 수석부소장은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파나마 정부가 운하 전체를 통제하고는 있지만 바로 옆 항구를 홍콩 회사가 운영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인 상황일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리스크(Strategy Risks)’도 작년 보고서에서 “CK허치슨홀딩스는 중국 공산당과 직접 연결돼 있지 않지만, 홍콩 기업으로 중국의 관할권 아래에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첩보 수집이나 군사작전을 돕도록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최유식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전 베이징 특파원

 

Pentagon considering military options for Panama Canal access: Report

펜타곤, 파나마 운하 접근을 위한 군사적 옵션 고려: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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