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요건 강화한 거래소...좀비기업 퇴출 가속
실질심사 상폐 칼바람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서 탈락
쌍방울·이아이디 상폐 결정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에서 드물던 '실질심사 상장폐지'를 지난주 두 건 결정하고 관련 규정을 손보면서 좀비기업 퇴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량 조건에 미달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되는 형식적 심사와 달리 기업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실질심사를 통해서는 근래 코스피 종목의 상장폐지가 없었다.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상장폐지에 유보적이던 한국거래소가 제도 개선의 원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이다.
상폐 결정 유보적이던 거래소
상장 문턱 높인 개선안 예고
증시 건전성 강화 드라이브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절차를 거쳐 코스피 종목이 상장폐지되는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지난주 쌍방울과 이아이디, 그리고 지난해 청호ICT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으나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아직 상장폐지되지 않았다. 쌍방울, 이아이디를 제외한 가장 최근 사례는 8년여 전인 2017년 6월에 상장폐지된 보루네오가구다.
당시 보루네오가구는 임직원이 횡령·배임 혐의에 휘말리면서 실질심사 절차를 밟게 됐으나 5년 새 최대주주가 10차례 넘게 바뀌고 주가 조작 사건이 불거지는 등 한계까지 몰린 끝에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2015년에 상장폐지된 이코리아리츠 역시 횡령·배임 사건에 경영권 분쟁까지 일면서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실질심사 사유로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선 경우 거래소가 기업과 조율을 거쳐 상장 유지를 끌어내왔기에 최근의 연이은 상장폐지 결정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개선 기간을 연장하는 등 온정적으로 대응해왔는데, 이번에는 개선 기회를 또다시 주면서 거래 정지를 장기화하기보다는 절차에 따라 발 빠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코스피 종목은 상장폐지 심사에 4년이 넘게 걸리기도 하는데, 쌍방울과 이아이디는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뒤 2년이 채 지나기 전에 상장폐지됐다.
거래소의 '상장폐지 칼춤'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기업의 퇴출 가능성도 커졌다. 2020년부터 심사를 받아온 주성코퍼레이션(컨버즈)의 경우 지난달 개선 기간이 끝나 상장폐지 심의를 앞두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에 따른 상장폐지 관련 세칙 개정 역시 마무리 단계다. 이번주 안에 시행세칙 개정 예고를 발표하고 일주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다음달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오는 3월부터는 상장폐지 과정에서 부여되는 개선 기간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또한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가 함께 발생하면 형식 심사만 진행하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두 심사를 병행해 진행한다.
국내 모든 상장사는 감사 의견 미달로 상장폐지 심사를 거친 끝에 형식적 사유가 해결되더라도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거래 재개 여부를 판정받아야 한다.
김정석 기자 jsk@mk.co.kr 매일경제
케이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