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큰 손으로 뜨는 '시니어 산업'은 미래 먹거리
2030년 韓시장 520조 전망
한국 디지털 생활 시스템에
노인 배려 문화·기술결합땐
시니어 산업 선도국가 될 것
보건복지부는 노인 관련 예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인의 나이 기준 상향을 본격 논의하겠다고 한다. 현재의 65세 기준을 70세로 높이면 약 31조원 예산 중 11조원을, 75세로 올리면 예산의 58.8%인 18조원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활동적인 노년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 시대의 현실적인 아이디어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노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노인이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 희망이 될 수도 있다. 2007년 전체 소비 지출 비중에서 청년층(25~39세)의 0.4배밖에 되지 않던 중장년층(55~69세)의 비중은 2022년 0.9배까지 빠르게 성장했다.
시대가 바뀌었고 사회가 달라졌다. 노인 문제를 더 이상 복지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자. 미래 산업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주요 고객층으로 보자. 그러면 새롭고도 거대한 지평이 열린다.
시대의 변화는 이미 예측됐다. 2020년부터 매일경제와 필자는 시니어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경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해 왔다. '시니어가 미래다'라는 주제의 국민보고대회를 공동 개최해 시니어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각국 시니어 시장은 당시 예상대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하면 대표적으로 2020년 1600조원 규모였던 중국의 시니어 시장이 2030년에는 3200조원으로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우는 1300조원으로 3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5100조원, EU는 7300조원으로 예측된다.

2030년 글로벌 시니어 시장은 이 국가들만 합쳐도 1경6900조원 규모가 된다.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가 예측하는 2032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가 1300조원임에 비하면 실로 대단한 규모라 아니할 수 없다.
필자는 2030년 한국의 시니어 시장이 약 520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2020년 국민보고대회 당시 약 73조원이었던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시니어 시장은 2024년에 85조원으로 성장했다. 2030년 시장 규모를 280조원으로 추정하는 예측도 있다. 이것도 큰 시장이지만 블루오션 시장 창출과 중국, 일본과의 인구 대비를 고려했을 땐 매우 보수적인 추정치로 보인다.
이러한 시니어 시장의 개척을 위해서는 첨단 기술과의 결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니어 시장과 산업에 대해 접근할 때 휠체어나 요양과 같은 전통적인 제품과 서비스만을 고려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가 주시해야 할 시니어 시장의 특징은 테크와의 결합이다. 재래식 시니어 용품과 돌봄 서비스의 기술적 혁신은 물론 신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에이지 테크 제품들이 시니어 시장을 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청각 기능 저하, 반응 능력 저하, 이동 능력 저하, 인지능력 저하 등을 보완할 수 있는 AI를 비롯한 4차산업 기술의 적용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디지털적 소외감과 외로움을 보완하고 사회경제적 존재감을 증진하는 서비스도 새롭게 부상될 것이다.
국내의 시니어 산업 발전은 물론 글로벌 시니어 시장을 대한민국이 선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첨단 기술의 육성과 활성화가 시급하다. 우리나라 특유의 세계 최고 디지털 생활 시스템과 시니어를 배려하는 문화와 첨단 기술, 이 세 가지를 결합한다면 거대한 세계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지금은 정부의 발상 전환을 통한 혁신적 산업정책과 적극적 촉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니어 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두희 고려대 명예교수·베테랑 소사이어티 대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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