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입 퇴직자들이 알아야 할 3가지
첫째, 퇴직한 현재의 모습 받아들이고
둘째, 독서-운동 등 규칙적 루틴 만들길
셋째, 계획 세우되 조급한 실행은 금물
중심부터 잡고 기나긴 싸움 승부수를
한 해의 시작인 1월, 이제 막 회사를 나온 퇴직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주변을 둘러보면 누군가는 여행, 운동과 같은 휴식을 하고 누군가는 학원, 도서관에 다니며 이직 또는 전직 준비를 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같은 직장인이었던 모습에서 퇴직 후 인생살이는 다양하게 변하는 듯하다.
정경아 작가·전 대기업 임원내가 퇴직하고 처음 맞았던 1월은 내 생애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 회사를 떠난 지 수개월이 지나 주변이 정리돼 아무런 할 일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세상과 마주했기에 별다른 준비도 돼 있지 않았다. 무엇이든 하고 싶어도 어디서 시작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연락 오는 동료는 고사하고 맘 편히 얘기할 친구도 없어 외롭기까지 했다. 때마침 나타난 바이러스로 바깥 출입마저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퇴직 후의 나는 퇴직 전 결심했던 모습과는 점차 멀어져 갔다. 생각은 많은데 무엇 하나 결정하지 못했다. 소소한 다짐이라도 실천해 보면 좋으련만 환경 탓만 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냈다. 다시 떠올려 보아도 후회가 많은 부분이다. 이후 오랜 방황이 시작된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든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혹여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이 계시다면 퇴직 후 삶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다.
가장 먼저, 현재의 내 모습을 수용하자. 많은 퇴직자들이 회사를 떠나면 내가 왜 회사를 나와야 했는지 이유부터 만든다. 정치에서 밀렸다거나 때를 잘 만나지 못했다거나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각자가 찾은 원인이 모두 맞을 수 있다. 지난날 회사에서 다한 수고와 헌신 또한 모두 귀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퇴직했다는 사실이다.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천하가 바뀌었는데 한낱 이유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새로운 출발은 불가능하다. 당당히 홀로 서고 싶다면 퇴직했다는 현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이 또한 내가 산증인이다. 밀려나듯 회사를 떠난 후 나는 내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재취업에서 몇 차례 쓴잔을 마시고 스스로라도 고용하려는 마음에 작은 사업장을 열었다.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지만, 결과는 대참패였다. 불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많은 손실을 떠안은 채 사업을 정리하고 말았다.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조급함이었다. 회사 밖에서 의욕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기에 내 실력은 형편없었다.
모든 퇴직자에게 퇴직 이후의 삶은 힘겹고 고독하다. 무엇보다 자기와의 기나긴 싸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퇴직 초반이 어느 시기보다 중요하다.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생활할지 중심을 잡아야 후회 없는 삶을 만들 수 있다. 그 작은 결단과 실천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퇴직자의 회사 밖 모습은 퇴직 전에 가졌던 회사의 직급이 결정하지 않는다. 오롯이 스스로 만드는 자기 관리의 결과다.
퇴직자들은 이미 정글 같은 회사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이다. 하지만 회사 밖 세상은 황량하고 척박한 사막과 같다. 정글과 사막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정글에서 살아남았다고 사막에서의 생존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갑진년 새해, 새로운 출발을 앞둔 퇴직자들에게 청룡의 기운이 깃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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