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령화 고용] 퇴직 후 76세에 새 직장..."월급도 올라" 81세 돼서도 출근 중(2)

 

  "44년간 설계업무를 했는데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새롭게 배워나가고 학습하는데서 보람을 느낍니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한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검버섯이 핀 얼굴의 81살 근로자 가나이 노부하루씨의 말이다. 가나이씨는 일본 도쿄 소재 특수셔터 생산업체 '요코비키셔터'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 첫 직장에서 44년간 원자력발전소 설계 관련 업무를 해오다 74살 나이로 퇴직했다. 2년간 쉬다가 아내가 건강이 악화되자 치료비를 보태기 위해 76살에 두번째 직장을 구했다.

 

'요코비키셔터'는 직원 34명이 일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인 직원 평균 나이는 57.9세, 정년도 없다. △20대 1명 △30대 4명 △40대 6명 △50대 5명 △60대 9명 △70대 8명 80대 1명으로 50대 이상이 회사의 주축이다.

 

지난 14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이치가와 신지로 요코비키셔터 사장은 고령자 채용에 따른 생산성 저하는 없다고 단언했다. 도리어 고령자 고용의 이점을 강조한다. 이치가와 사장은 "고령자는 풍부한 사회 경험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이분법으로 보지 않는다"며 "일종의 회색 지대서 가치 판단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 내 문제나 업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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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경력에서 오는 노하우는 물론, 무엇보다 '일할 의지'가 강하다. 이치가와 사장은 "고령자 고용이 당연한 문화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고령 인재가 많을 것으로 본다"며 "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정도의 의욕을 보인다"고 말했다.

 

요코비키셔터는 고령자라고 해서 임금을 삭감하지 않는다. 이치가와 사장은 "보통 60세 또는 65세에 퇴직 후 재고용 시 급여를 상당부분 삭감하는데 이 부분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년의 맞이해도 능률이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자라는 이유로 급여 수준을 내리면 일할 의욕도 상당히 내려간다고 보고 있다"며 "올해 81세의 가나이씨의 경우 올해 승급해 3만엔의 월급을 더 지급한다"고 덧붙였다.

 

 

요코비키셔터의 임금 체계는 '기본급+직능급+복리후생+수당'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나이씨는 설계 업무 이외에 올해 미디어 대응 업무를 수행하고 성과를 인정받아 인상된 직능급을 받았다.

 

예전에 존재하던 근속수당은 없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간의 차이가 없이 지급된 탓에 '공평하지 않다'는 사장의 문제 의식에서다. 개근, 정근 수당 등 다양한 수당이 존재했지만 원활한 관리 차원에서 특별수당으로 통합했다.

 

'젊은 사람에게 당신의 기술과 지식을 전달해 달라'는 단서가 요코비키셔터에서 70세 이후 근무가 가능한 유일한 조건이다. 2년전에는 셔터 부품을 만드는 95세 숙련공이 근무했다.

 

지난 14일 방문한 일본 도쿄 특수셔터 생산업체 '요코비키셔터'의 81세 최고령자 가나이 노부하루 직원이 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조규희 기자

 

 

고령자가 많은 탓에 건강상의 이유로 연차를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상부상조' 문화로 이를 해결한다. 이치가와 사장은 "서로 돕고 협력하는 문화를 만드는데 14년이 걸렸다"며 "누가 결근한다든지,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얼마든지 서로 도와주면서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고령자 근로에 따라 일하는 시간과 일수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하되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한다.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도 직원들의 상황에 맞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도쿄(일본)=조규희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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